[무필의 모두까기] 녹음기를 둘러싼 논쟁, 권리를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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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볼 때 장애인 학대 예방은 비로소 시작된다./이미지=챗GPT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볼 때 장애인 학대 예방은 비로소 시작된다./이미지=챗GPT
  • 첫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이 남긴 과제

[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분노만으로는 학대를 막을 수 없다
지난 6월 22일, 우리 사회는 처음으로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을 맞았다. 법정기념일이 제정되었다는 것은 장애인 학대가 더 이상 일부 시설이나 특정 가정에서 벌어지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라는 선언에 가깝다.

장애인 학대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한다. 신안 염전에서 장애인을 사실상 노예처럼 착취했던 사건에 분노했고, 거주시설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폭행과 가혹행위에도 분노했다. 발달장애인의 재산과 장애인연금을 가로채는 경제적 학대가 드러날 때마다 가해자를 향한 비난도 이어졌다.

그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장애인 학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는 여전히 모순이 존재한다. 최근 장애학생 학대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녹음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논란은 그 모순을 드러낸다.

녹음기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
장애학생은 자신의 피해를 설명하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녹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논란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 말은 장애학생의 권리가 아니라 교사의 위축, 특수교육 기피, 현장의 부담이었다.

물론 교육활동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장애학생의 학대 예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장애학생의 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불편함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녹음기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권리를 둘러싼 논쟁이다.

권리의 언어는 장애인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묻는다. 반면 시혜의 언어는 권리를 보장했을 때 누군가가 불편해지지 않을지를 먼저 걱정한다.

“권리를 보장하면 현장이 위축될 수 있다.”
“권리를 보장하면 지원하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

이 말들은 현실적인 우려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장애인의 권리가 누군가의 선의에 종속되어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권리는 누군가의 선의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장애학생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누군가의 호의가 계속되는 조건에서만 허락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우리는 장애인 학대에 분노한다. 그러나 분노만으로는 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

첫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이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일이다. 제3자 녹음을 둘러싼 논쟁의 본질은 녹음기가 아니다.

우리는 장애학생의 녹음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장애학생의 권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첫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이 우리 사회에 던진 과제는 결국 그 지점에 머물러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mercy_jc@hanmail.net'
공자의 자절사 중 무필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습니다. 필명 무필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비판하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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