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오늘] 예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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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알리는 수단으로서의 제3자 녹음은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 /이미지=제미나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알리는 수단으로서의 제3자 녹음은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 /이미지=제미나이
조미영 집필위원
조미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조미영 집필위원] 몇 년 전, 샤워하고 나오는 아들의 등에 손톱으로 긁힌 자국이 여러 개 보여 깜짝 놀랐다. 아들은 표현 언어가 안 되는 자폐성장애인이라 어디서 누가 그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낮 시간을 오래 머무는 평생교육센터에 물어볼까 한참을 망설였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다면 먼저 연락을 해서 상황을 알려 줬을 거란 생각을 하니 분명 모르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전화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을 해코지 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답답한 내 마음을 눈치 챈 선생님은 CCTV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사진 한 장이 문자로 먼저 왔고 이어서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 의심가는 부분은 이 장면인데요. 하진 씨가 등 긁는 게 보여요. 상처 부위로 봐선 손이 닿지 않을 것 같은데 이거 보니까 딱 그 부위네요.” “오모나, 선생님. 제 아들이 가제트 팔이었군요. 팔도 길고 유연한 걸 이제야 알았어요.” 맞다고 맞장구치며 웃는 선생님과 이런저런 아들 얘기에 나의 의심은 아들이 범인으로 밝혀져 말끔히 사라졌다.

지난 2022년 9월, 한 웹툰 작가의 자폐성장애인 아들 이야기가 우리를 아프게 했다. 아들을 학대했다는 혐의로 작가가 특수학급 교사를 고소했는데 법원은 1심은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2심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특수교사 혐의에 대한 증거로 부모가 몰래 취득한 녹음파일을 법적 증거로 인정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교육계는 교실 내 무단 녹음이 허용된다면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가 깨지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장애 아동이 학대를 당했을 때 녹음 외에는 증명할 방법이 없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약자의 학대를 외면하는 행위일 뿐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예외없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비밀보호가 중요한 만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알리는 수단으로서의 제3자 녹음은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편집으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맥락을 잘 짚어보는 일이다.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생하는 방안으로 법이 작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1회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이었던 6월22일,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대법원 앞에 모였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활동가들은 무거운 목소리로 학대 피해와 관련된 제3자 녹음을 법정 증거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몰래한 녹음이 상호간의 신뢰를 깨는 행위라고 하지만 학대하는 순간 신뢰는 이미 깨졌다고 발언하던 활동가의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았다. CCTV는 영상만 제공할 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상황을 이해하기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미흡할 뿐 아니라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사례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럼에도 CCTV가 필요하듯 제3자 녹음은 학대피해 증거로 채택되고 녹음금지 예외로 인정되어야만 한다.

자기방어와 의사표현이 서툰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3자 녹음은 그들의 피해를 호소하는 마지막 방어수단이다. 그것마저 막는 사회라면, 그것마저 인정하지 않는 법이라면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장치인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약자의 삶을 다시 살게 하는 녹음금지 예외, 반드시 필요하다.

[더인디고 THE INDIGO]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 행복을 나누면서 따뜻한 사회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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