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각장애학생 통합학급에 ‘물리적 배치’로 끝나는 현실
- 청각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접근하는 ‘포용교육’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청각장애학생은 학교에서 영어 듣기 평가를 할 때 지문을 요청한다. 이 경우 어떤 학교는 흔쾌히 지문을 주는데, 어떤 학교는 역차별이라며 제공해주지 않는다. 평가 계획과 평가 방법은 학교마다 다르고, 초중고등학교의 개별화 교육 계획은 상급학교로 갈 때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청각장애학생의 부모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년 2월이나 3월에 학생의 정보를 준비해서 학생의 학교에 제공해야 한다.
영어듣기평가의 지문 미제공 사례는 청각장애학생이 교육 현장에서 빈번하게 겪는데, 이 사례를 비롯해 청각장애학생은 학교를 다니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책 개선에 대한 움직임을 위해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청각장애학생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김재섭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난청인교육협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에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 서울시교육청과 현직 교사, 청각장애자녀를 둔 부모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청각장애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열띤 토론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유자경 한국난청인교육협회 교육부 이사는 “사람들은 ‘청각장애’ 하면 보청기 혹은 농인, 수어 사용자, 말이 어눌한 사람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청각장애인마다 착용하는 보장구도 다르고 의사소통 방법도 다르며, 재활 정도, 학습 수준, 장애수용 정도, 성향과 심리, 부모 참여 등 굉장히 다양한데 마치 한 가지 덩어리로만 이해되고 있다”면서 “다양성이 배제되어 ‘물리적 배치’일 뿐인 통합교육이 이제는 맞춤형 포용교육으로 나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유자경 이사의 발제에 의하면, 청각장애 아동이 6~7세에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면 100명 중 81명은 일반학교에 배치된다. 그런데 그렇게 배치된 학교에는 청각장애 전문가가 전무하다. 뿐만 아니라 올해 서울시에서 학생 대상 청각장애 이해교육 이행율은 8.8%, 올해 초 서울시에서 시행한 청각장애를 주제로 한 교사 연수는 0회다. 청각장애학생이 학교에 가도 청각장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유자경 이사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한 학급에 두는 ‘통합학급’이 청각장애학생에게는 ‘물리적 배치’일 뿐”이라며, “미국의 경우 청각장애학생이 학교에 입학하면 먼저 어떤 의사소통방법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지원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청각장애학생이 수어를 사용하더라도 수어는 보조 의사소통처럼 취급하고 구어 사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수어통역사 배치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고 청각장애학생이 겪는 현실을 설명했다.
장재진 우송대학교 언어치료재활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청각장애학생들의 보청기, 인공와우를 통한 듣는 상태, 언어에 대한 상태가 다르니까 그것을 접목시키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청각장애인을 한두 번 만나봤던 선생님들은 이전의 경험으로 평가하게 된다”면서 “반면 처음 청각장애학생을 만난 선생님은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원과 평가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장 교수는 어린이집의 경우 청각장애아동이 있으면 원장선생님들이 외부에 의뢰서를 보내 청각장애아동의 특성에 대해 ‘협력’하지만, 유치원 이후부터는 그러한 체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청각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등 아쉬운 현실도 소개했다.
이처럼 장 교수는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이라면 평가를 함에 있어서 학교, 교육청에 구분되지 않고 어느 구,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똑같은 형태의 적용을 받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일반학교 교사들에 대한 교육과 연수에서 청각장애 이해교육에 대한 내실화를 통해 일반학급에 통합되어 있는 청각장애학생들이 절대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와우는 수술 비용이 한쪽이 1천만 원, 양쪽이 2천만 원이며 딱 한 번 보험이 적용된다. 그리고 5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5년마다 2천만 원, 길게 보면 평생 ‘듣는 권리’를 위해 4~5억을 투자해야 한다. 손상된 청력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해서라도 보험의 확대는 물론, 주기별로 청각장애에 대한 재심사를 하는 등 현재의 정책에 대한 올바른 개선과 청각장애에 대한 바른 이해가 꼭 이뤄져야 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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