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불은 짜장면에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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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아니어도, 우리의 방식으로 완성해간다./ 이미지=챗GPT
▲최선이 아니어도, 우리의 방식으로 완성해간다./ 이미지=챗GPT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짜장면은 중국집에 가서 먹어야 가장 맛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진리이다. 탱글탱글 쫄깃쫄깃한 면에 따뜻하게 갓 부어낸 향긋한 짜장, 그리고 금방 볶아낸 신선한 채소와 고기가 빚어내는 풍미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바로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활동량이 부쩍 늘어난 아기를 키우는 요즘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가 외식이기도 하다. 많은 식당에 아기 전용 의자가 비치되어 있고 아이가 먹을 음식을 따로 준비해 주는 곳도 있지만, 기저귀로 시작하는 짐을 챙겨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긴장하며 대비하는 것보다는 배달을 택한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도 중국집에 직접 가서 먹은 횟수는 배달시켜 먹은 것보다 훨씬 적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이었고,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배달을 시켜야만 한다는 점이 때때로 아쉽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내가 짜장면을 종종 배달시켜 먹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더라도 짜장면이 맛있기 때문이다.

나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배달 거리가 짧은 식당을 찾고, 면과 소스를 따로 주는 집을 알아내고, 포장이 탄탄한 가게에서 주문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직접 가지 않아서 맛볼 수 없는 최고의 풍미를 조금은 내려놓는 것이다. 어쩌면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는 수많은 사람은 이미 조금 불은 정도의 면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감수하는 데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고는 아니지만 그것을 현실적인 최선을 만족으로 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각에 장애가 있는 삶은 불은 짜장면을 최선이라 여기는 것처럼 현실적 차선에 만족하는 것에 익숙해야 하는 때가 많다. 화려한 영상 효과와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영화관에서 모두 볼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므로, 친절한 화면 해설과 웅장한 소리에 의지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내 감동의 선을 정해 놓는다. 다양한 콘텐츠에 화면 해설을 붙여달라고 요청하는 노력은 내 의지의 영역이지만, 직접 화면을 보지 못하는 것은 내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멋진 여행지에서 낯선 경치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볼 수는 없지만, 다른 이의 설명과 이국땅이 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여행에서의 의미를 찾는다. 먹고 냄새 맡고 듣고 만져보는 것들을 찾는 것은 내가 기울여야 할 노력이고, 남들이 보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것은 내가 덤덤해져야 하는 부분이다.

햇살이는 6~7조각짜리 퍼즐을 맞추는 놀이를 시작했다. 아빠의 책임감으로 나도 옆에 앉아서 작은 판과 조각들을 맞추는 척을 해 본다. 들고 있는 퍼즐이 고릴라 퍼즐인지 사자 퍼즐인지 알 수 없지만, 아주 오래전 가지고 놀았던 퍼즐 놀이의 기억으로 어렵사리 칸에 맞춰서 퍼즐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보이지 않는 아빠가 낑낑거리며 과제를 완수한 것이 신기했는지 아들 녀석이 환호하며 손뼉을 친다.

난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의 장난감을 빠른 손놀림으로 조립하거나 변신시켜 줄 수 없다. 그렇지만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느리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도 많다. 가지고 있는 감각들을 활용해서 아이의 장난감을 함께 가지고 놀고, 불편한 부분은 제조사에 건의도 해 볼 예정이다. 그리고 할 수 없는 것들은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햇살이도 그런 나의 모습에서 잘 사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리라 믿는다.

항상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최선의 상태에서 맛볼 수는 없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도 그렇다. 조금 불은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것이 오늘의 한 끼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처럼, 최선이 아닌 다양한 상황에서도 기쁘게 만족할 수 있어야 삶이 행복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GI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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