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정신병동, 치료 아닌 감금”… 인권위, 시설기준 전면 개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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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료기관 실태조사 관련 현장방문 사진 쇠창살로 갇힌 느낌의 부적절한 사례 /인권위
▲정신의료기관 실태조사 관련 현장방문 사진 쇠창살로 갇힌 느낌의 부적절한 사례 /인권위
  • 83.6% 채광·환기 취약치료 아닌 감금 우려
  • 복지부에 시설환경 로드맵·법령 개정·재정지원 등 5대 권고

[더인디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의 열악한 시설환경이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정부에 시설환경 개선을 위한 법령과 제도 정비를 권고했다. 치료를 위한 입원이 감금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지난 8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권고는 2025년 실시한 ‘정신의료기관의 인권친화적 치료 시설·환경 구현을 위한 모델 개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조사에서는 전국 정신의료기관 도면 111곳과 국내 17개, 해외 10개 병원을 분석·방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내 정신과 병동의 83.6%는 자연채광과 환기에 취약한 ‘중복도형 구조’였으며, 병실의 60%는 5~6인 이상의 다인실로 운영되고 있었다.
보호실은 종합병원 평균 12.27㎡인 반면 정신병원은 7.61㎡, 정신과의원은 4.66㎡에 그쳐 병원 유형별 편차가 컸고, 보호실의 55.4%에는 창문조차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이러한 환경이 단순한 시설 노후화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기준의 미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입원실 면적과 병상 간 거리, 보호실 설치 개수 정도만 규정하고 있어 채광과 환기, 위생, 안전설비 등 치료환경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에도 병동 전반의 시설환경 개선계획은 부족하고, 정신의료기관 인증평가와 보건소 지도·점검 역시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특히 열악한 병동환경에서의 장기 입원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유엔 자유권규약과 고문방지협약이 금지하는 비인도적·굴욕적 처우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에서는 정신질환자를 열악한 환경에 수용하는 행위가 치료 목적의 입원을 감금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에 ▲전국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전수조사와 국가 차원의 ‘시설환경 개선 로드맵’ 수립 ▲시설기준에 보호실 규격, 병실 채광·환기, 위생 및 안전설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인증평가에 반영 ▲건축·의료 전문가와 정신질환자가 참여하는 회복·인권 중심 정신병동 모델 개발 ▲시설보수비 지원, 저금리 융자, 시설투자 연계 수가 등 재정지원 마련 ▲보건소의 위생 및 안전설비 지도·감독 강화 등 5가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를 계기로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이 회복과 인권 중심으로 개선돼 정신질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존엄한 의료환경에서 정신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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