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물속이 시원한 것은 물 밖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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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이 시원한 것은 물 밖에서 알 수 있다. / 이미지=챗GPT
▲물속이 시원한 것은 물 밖에서 알 수 있다. / 이미지=챗GPT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여름철 학교 행사로 아이들과 함께 대형 수영장을 방문했다. 시험도 끝나고 날씨도 더운 때라 그런지 아이들의 기분은 한껏 들떠 보인다. 간식과 커다란 물총까지 챙겨 온 녀석들은 준비체조가 끝나기 무섭게 풀장으로 첨벙 뛰어든다.

“선생님! 뭐 하세요? 얼른 들어오세요.”라는 성화에 못 이긴 척 나도 얼른 물속으로 뛰어든다. 여기저기서 물보라와 물총의 물줄기가 날아들고 둘셋씩 힘을 모아 나를 물속으로 던지기도 한다. 커다란 풀장에서 소리 지르고 물장구치는 것은 눈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크게 다를 것 없고, 지금이나 내가 어릴 적이나 똑같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더위 때문에 살짝 걱정했지만, 물속에서 노는 동안엔 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큰 사이렌 소리가 울렸을 때야 비로소 꽤 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보다 덥지 않아서 너무 좋다! 그렇지?” 하며 조금 떨어진 우리 텐트로 천천히 걸어갔다. “앗, 뜨거워!” 신발을 신지 않은 녀석이 발바닥이 땅에 닿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목과 팔에 내리쬐는 햇볕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물에서 멀어질수록 오늘 기온이 꽤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땀방울이 맺히고 몸 전체에 화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질 때쯤 도착한 텐트에 계시던 선생님들은 “너무 덥죠?”라고 첫마디를 건네셨다.

물속에 있어서 몰랐을 뿐 날씨는 예보 그대로 꽤 높은 기온이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마침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이상은의 ‘언젠가는’이 흘러나왔다. 절묘했다.

물속에 있을 때는 몇 발짝 떨어진 곳이 얼마나 더운지, 물 안에 있는 내가 또 얼마나 시원한 곳에 있는지 잘 몰랐던 것처럼, 사람들은 젊은 날에 젊음이 무엇인지, 사랑할 때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여름철엔 시원한 곳을 찾고 겨울철엔 따뜻한 여행지를 찾지만, 우린 충분히 시원했었고 또 충분히 따뜻했었다. 다만 시원했을 때 시원한 줄 몰랐고, 따뜻했을 때 따뜻한 줄 몰랐을 뿐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고 다시 젊어지길 원하지만, 어릴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요즘 주변의 선배 엄마 아빠들은 어린 나의 아들을 보며 내게 “그때가 제일 예쁘다. 꼭꼭 안아주고 많이 사랑해 주어야 해.”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지만, 그 명확한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현직에 있을 때가 참 좋은 거야.”라는 퇴임한 선배들의 말을 들을 때도 어떤 의미인지 약간 짐작은 되지만, 일상에서 그런 마음을 늘 새기고 살지는 못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물놀이를 하러 들어갔을 때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우와! 시원하다!” 하며 탄성을 질렀지만,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모두 조금 떨어진 더운 곳에 비해 너무도 시원한 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문득, 내가 저렇게 어렸을 때 ‘그때가 좋을 때다.’라는 어른들 말씀의 의미를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환청처럼 선배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선생! 그때가 좋을 때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나는 잘 모를 때가 많다. 지나고 나야 알고, 변해야 안다. 물속이 시원한 것은 물 밖으로 잠깐만 나와 보면 알 수 있다. 나와 다른 곳에 있는 타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나를 정확히 알기 위해 우리에게 종종 필요한 과제이다.

[더인디고 THE INDGI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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