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시선]① 생존권과 노동권, 청암재단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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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과 장애인의 생존권이 같은 저울 위에 놓인 순간,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균형은? /챗지피티 이미지
▲노동권과 장애인의 생존권이 같은 저울 위에 놓인 순간,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균형은? /챗지피티 이미지
  • 돌봄현장에서 마주한 장애인의 안전과 노동자의 권리
  • 탈시설장애인연대 시설장애인의 삶은 협상의 대상 될 수 없어
  • 청암재단을 넘어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할 때가 왔다

[더인디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지역지부 청암재단지회의 파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볍지 않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특히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은 민주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인만큼, 쉽게 제한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파업은 일반 사업장의 노사갈등과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에게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원이기 때문이다.

청암재단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거주장애인의 아침 식사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업무를 중단하고, 오는 8월부터는 기본 근로시간 종료 이후 연장근로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시설장애인의 삶이 파업의 수단이 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돌봄의 공백은 곧 안전과 건강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청암재단은 식사와 복약지원, 응급대응, 야간 안전관리 등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만큼은 유지하는 ‘최소 안전업무 유지협정’과 장애계·노동계·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상태다.

▲청암재단이 이번 파업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 일부
▲청암재단이 이번 파업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 일부

이번 사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과 장애인의 생존권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원칙으로 두 권리를 함께 지켜야 하는가

#권리와 권리가 마주한 현장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장애계의 우려는 노동권 자체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장애인의 삶이 협상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이번 파업 방식을 두고 잇따라 유감을 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명분 없는 파업은 드물다. 청암재단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협상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해지 이전 단체협약의 원상회복과 노조 추천 이사의 참여 방식이다. 재단은 노동이사 1인 참여를 제안하면서도 사회복지법인 이사회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는 의사결정기구인 만큼 노사협상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법적·제도적으로 타당한지를 당장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노사 협의나 사회적 논의, 필요하다면 사법적 판단을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권리와 권리가 충돌하는 순간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은 가장 취약한 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점만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청암재단이어서 더 무거운 질문

청암재단은 2015년 국내 사회복지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탈시설을 선언했다. 이후 청구재활원의 거주인을 179명에서 99명을 줄였고, 48명의 장애인인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천혜요양원 역시 마찬가지다.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전환을 실천해 온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렇기에 이번 갈등은 장애계에도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노동자의 권리와 장애인의 권리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부정하는 관계가 아니다. 모두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기본권이다. 문제는 두 권리가 같은 공간에서 충돌할 때 이를 조정할 사회적 기준과 합의가 아직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청암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특정 사업장의 노사분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초고령사회와 맞물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노인요양시설 등 확대될 수밖에 없는 돌봄서비스의 한가운데 있다. 그만큼 돌봄노동자의 권리 보장 요구 역시 커질 것이고, 그럴수록 약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상황 역시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청암재단이 제안한 사회적 대화가 어떤 결론에 이르든,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과제는 분명하다. 청암재단 노조의 파업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돌봄현장에서 노동권과 생존권이 만나는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특정 사업장의 갈등으로만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돌봄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이제 우리 사회의 선택이다. 청암재단이 던진 질문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돌봄이 멈출 수 없는 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장애인의 생존권을 어떻게 함께 지킬 것인가. 이제는 그 답을 사회가 함께 찾아야 할 때다.

* 다음 편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최소서비스(Minimum Service)’ 원칙과 돌봄 현장에서 권리를 함께 지키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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