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UD택시 시승기…UD택시의 성공 조건은 차량이 아니라 도시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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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UD택시는 휠체어 이용자가 차량 옆문으로 승차하고 비장애 동행자와 같은 객실에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택시 체계 안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전동휠체어 탑승 한계, 긴 경사로를 펼칠 승하차 공간 부족, 차량 규격 정보 부재, 운전자 지원체계 미비가 확인되는 만큼, UD택시는 차량 도입을 넘어 휠체어 유형별 차량 다변화와 승하차 공간 설계, 배차정보 공개, 운전자 보상체계를 포함한 교통정책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서울시 UD택시는 휠체어 이용자가 차량 옆문으로 승차하고 비장애 동행자와 같은 객실에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택시 체계 안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전동휠체어 탑승 한계, 긴 경사로를 펼칠 승하차 공간 부족, 차량 규격 정보 부재, 운전자 지원체계 미비가 확인되는 만큼, UD택시는 차량 도입을 넘어 휠체어 유형별 차량 다변화와 승하차 공간 설계, 배차정보 공개, 운전자 보상체계를 포함한 교통정책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 더인디고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서울시가 시범운행 중인 UD택시를 용케 다섯 차례나 이용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차량 옆문에서 경사로가 펼쳐지고 휠체어 이용자가 측면으로 승차하는 방식은 후방승하차 시스템인 기존 장애인콜택시와는 전혀 달랐다. 생소한 승하차 방식도 몇 번 이용하다 보니 그럭저럭 이용할 만 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차량 뒤편의 별도 공간에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동승자와 같은 객실에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 외에 기존의 장애인콜택시와는 별반 차이는 없었다. 하기야 장애가 있는 시민의 교통은 어디에 앉는가는 단순한 좌석 배치의 문제는 아닐 터. 굳이 따지자면 우리 사회가 장애가 있는 시민을 단순히 이동 환경의 한 객체로만 바라보던 관점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 쯤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그 점에서 서울형 UD택시 시범사업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장애가 있는 시민을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자가 아니라 일반 교통체계 안에서 함께 이동하는 시민으로 위치시키려는 방향은 이용자로써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섯 번의 이용 경험은 또 하나의 사실도 확인하게 했다. 지금의 UD택시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보편적 이동수단이라고 평가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한계는 전동휠체어 접근성이다. 차량은 휠체어 탑승을 전제로 제작됐지만 실제 내부 공간은 예상보다 협소했다. 수동휠체어나 소형 전동휠체어는 비교적 탑승이 가능했지만 대형 전동휠체어는 출입부터 쉽지 않았다. 어렵게 진입하더라도 차량 안에서 방향을 바꾸고 고박장치를 체결하는 과정은 탑승조력을 해야 하는 운전원에게도, 이용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결국 ‘탑승 가능하다’는 것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차량 밖에 있었다. 서울의 도로와 보도는 측면 경사로를 펼치기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했다. 좁은 인도, 불법주정차 차량, 볼라드, 가로수, 자전거 도로는 경사로 전개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다 보니 매번 차량 정차 공간을 살피고 고르느라 운전원은 곤혹이고 정치하는 곳이 목적지와 멀어지거나 행인들의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차량은 접근가능하게 설계됐지만 도시는 그 차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유니버설디자인은 차량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차량과 도로, 보도, 승하차 공간, 배차 시스템, 운전자 교육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해외도 유사한 듯하다. 일본의 UD택시는 일반택시 안에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서울과 가장 닮아 있다. 하지만 일본 역시 대형 전동휠체어 수용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모든 장애가 있는 시민을 단일한 모델의 차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형 UD택시는 국내 시범차량과 가장 유사한 측면승차형 일반택시이고, 런던 블랙캡은 일반택시 전체에 접근성을 의무화한 모델이다. 반면 미국 WAV는 측면·후면·대형 밴형 등 차량을 다양화해 휠체어 유형별로 대응하는 방식에 가깝다. 국내 UD택시는 일본형을 기본으로 삼되, 대형 전동휠체어 대응을 위해 미국식 WAV와 영국식 접근성 의무화 원칙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면 영국 런던은 접근성을 개별 차량의 선택이 아니라 택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관리한다. 일반택시 자체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제도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더 나아가 측면승차형과 후면승차형, 대형 밴형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를 함께 운영한다. 이용자를 차량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차량을 이용자의 장애 특성과 이동 환경에 맞추는 방식이다.

서울형 UD택시가 시범사업을 넘어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해외 사례의 장점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차량을 하나의 형태로 고정해서는 안 될 듯하다. 소형 전동휠체어와 보행약자를 위한 일반 UD택시와 함께 대형 전동휠체어와 의료기기 이용자를 위한 대형 WAV 차량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종합병원, 재활병원, 환승역, 공공청사, 장애인복지관 등에는 경사로 전개와 휠체어 회전까지 고려한 전용 승하차 공간을 계획적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운전원 지원체계도 마련돼야 할 듯하다. 경사로 설치와 좌석 변환, 고박장치 체결은 일반 승객을 태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추가 노동을 개인의 희생에 맡긴다면 배차 기피나 승차 거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승차지원 수당과 장비 유지비, 반복 교육, 안전관리 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정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평가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운행 건수나 이용자 수만으로 시범사업을 평가한다면 실패한 이용 경험은 통계에서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필요한 결과는 전동휠체어 탑승 성공률, 평균 승하차 시간, 경사로 설치 실패 장소, 호출 대기시간, 이용 포기율과 같은 지표들이다. 이동권 정책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관한 연구」는 장애인콜택시의 긴 대기시간과 지역 간 단절된 운영이 장애가 있는 시민의 진료와 출근, 사회참여를 제약한다고 분석했다. 서울형 UD택시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처럼 12대의 시범운행과 차량당 월 100건 수준의 장애가 있는 시민의 우선배차만으로는 구조적인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차량 확대와 함께 실시간 통합배차, 광역 이동 연계, 휠체어 유형별 차량 배치, 이용자 중심 성과평가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서울형 UD택시는 장애인콜택시를 대체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택시 체계 안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장하는 또 하나의 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일반택시 통합 모델, 영국의 접근성 의무화, 미국의 차량 다변화와 재정지원이라는 장점을 함께 수용하는 정책적 재설계가 필요하다.UD택시는 “장애인도 탈 수 있는 택시”라는 홍보 문구로 평가될 정책이 아니다. 어떤 장애가 있는 시민이, 어떤 휠체어를 이용해,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얼마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서울형 UD택시는 시범사업을 넘어 시민 모두를 위한 교통정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동권은 차량 한 대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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