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은 각종 교육이나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으레 하게 되는 마지막 절차가 있다. 바로 ‘만족도 조사’다. 현장에서 바로 해달라고 QR코드를 통해 안내하기도 하고, 추후 문자로 안내링크를 발송하며 참여 안내를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최측은 만족도 조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만족도 조사를 시작하는 초반에 꼭 이런 문구를 넣는다.
“2~3분 소요.”
다양한 만족도 조사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서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늘 불편함을 느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애를 고려하지 못한 표현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조사에 참여해야 하는 대상에 장애인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글이나 네이버 폼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조사에 참여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은 센스리더나 한소네를 통해 해당 조사에 접근이 원활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니면 누군가 옆에서 조사에 나온 문장과 선택해야 하는 항목을 읽어주는 걸 듣고 대답하면 누군가 대신 답변에 체크할 수도 있다. 또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장애정도가 심한 다른 유형의 장애로 인해 직접 조사에 참여가 어려운 경우 역시 누군가의 지원을 통해 참여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 비장애인이 2~3분 내에 참여를 완료할 수 있는 조사가 누군가의 지원을 통하는, 즉 장애를 고려하여 천천히 진행되는 장애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된다. 결국 ‘2~3분 소요’라는 표현은 결코 ‘모두를 고려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혹 참여자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 ‘단, 의사소통 방법에 따라 추가의 시간 필요할 수 있음’이라는 표현이 덧붙여지는 경우도 본 적 있지만, 지금까지 참여해본 많은 조사는 그렇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기자도 어떤 교육에 참여했다가 교육 마지막에 담당자가 만족도 조사 참여를 요청하는 멘트를 들었다. 청각장애가 있어서 하루종일 문자통역을 받기 위해 노트북 화면을 보느라 눈도 많이 피로하고 어깨도 잔뜩 굳어 있던 참이라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런 와중에 QR코드를 통해 접속한 만족도 조사의 초반에 ‘2~3분 소요’라는 문구가 그렇게 반가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시력 시각장애로 인해 핸드폰 화면의 특정 부분을 두 개의 손가락으로 확대해서 글씨를 봐야 하는 과정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만족도 조사의 문항과 선택해야 하는 내용을 일일이 확대하면서 조사에 참여하느라 걸린 시간은 최소 5분은 초과되었다. 문자통역해주던 속기사는 교육이 끝나면서 이미 교육장소를 떠났을 뿐만 아니라, 만족도 조사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함께 참여했던 교육생들도 만족도 조사를 다 끝내고 떠난 뒤였다.
교육이 끝난 뒤 속기사에게 만족도 조사의 내용도 문자통역 해달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항목을 기자가 볼 수 있는 만큼 큰 글씨로 타이핑해주기 때문에 핸드폰 화면의 특정 부분을 일일이 확대해서 문항을 읽는 것보다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문항에 대한 여러 답변 중에서 기자가 선택하고자 하는 답변을 찾는 과정에서 또 원하는 답변 부분을 찾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확대하다보면 시간이 걸리게 된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학생이 시험을 칠 때, 장애로 인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청한다. 학생의 장애를 고려한 대필과 시험시간 연장이다. 도우미학생이 장애학생의 대답을 대신 답안으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시험시간연장도 꼭 필요한 것이다.
예전에 미국으로 시청각장애 관련 연수를 간 적이 있다. 그때 미국의 시청각장애인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위치를 찾는 과정에서 헤매느라 약속시간에 늦었다. 그 전문가는 괜찮다고 하면서 이를 ‘Deaf-Blind Time’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에서는 눈과 귀에 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Deaf-Blind)은 의사소통을 비롯한 여러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족도 조사를 2~3분만에 꼭 해야 한다면 어렵지는 않다. 대신 정말 ‘만족’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빨리’ 하려고 아무런 항목에 체크하는 행위를 해야 2~3분 내에 마무리할 수 있다. 그마저도 제대로 확대해서 보지 않아서 엉뚱한 곳을 터치해서 특정 문항에는 답변 체크가 되지 않았다면, 조사가 완료되지 않고 미입력된 항목으로 자동 이동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건 만족도 조사의 내용을 데이터화하여 실적으로 반영하게 되는 주최측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결과는 아니다.
인권 감수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강조하는 시점에서, 이젠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3분 소요’라는 표현이 합리적인 다른 표현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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