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화장실 의무 설치했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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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정책리포트 469호 표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정책리포트 469호 표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한국장총, 장애인화장실 제도 분석 리포트 발간
  • 해외는 이용자 경험 중심으로 접근성 기준 개선

[더인디고]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된 장애인화장실이 정작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용하기 어려운 ‘형식적 시설’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설치 여부와 규격 충족에 머문 현행 제도가 실질적인 접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장애인정책리포트 Vol.469 – 당사자의 화장실, 설치가 아니라 사용이다」를 발간하고 장애인화장실 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리포트는 관련 법령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조례를 분석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이용 경험과 해외 사례를 비교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에 필요한 세부 기능과 사용 기준은 미흡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장애인들이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 때문에 외출 전 물이나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기저귀 착용을 선택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권과 이동권, 인간의 존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축제 등에서 사용되는 이동식 장애인화장실의 발 페달식 물내림 장치나 구체적인 기준 없이 설치된 등받이 등은 오히려 이용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개별 시설의 관리 부실이 아니라 설치 여부와 규격 충족에 집중된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장애인화장실 기준은 시설 설치 여부 확인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형식적 접근성만 반복될 뿐 다양한 장애 유형과 이용 특성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실제 이용 경험을 반영한 장애인화장실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이동식 화장실에도 접근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영국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체인징 플레이스 토일릿(Changing Places Toilet)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배리어프리 화장실 개념을 도입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접근성을 확대했고, 대만은 감응형 물내림 장치 등 이용자 중심의 설비를 도입했다.

리포트는 장애인화장실 정책이 실질적인 접근권을 보장하려면 설치 중심에서 사용성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설비별 기능 기준을 사용성 중심으로 개선하고, 이동식·간이화장실 접근성 기준 마련과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정책 거버넌스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장총은 “장애인화장실의 접근성은 설치 여부가 아니라 실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포트 전문은 한국장총 홈페이지(kofdo.kr)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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