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포럼②] 혼자 여행할 수 있어야 진짜 무장애관광… 핵심은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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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사용 청년이 카누에 탑승하기 위해 파란색 플라스틱 부력체(푼톤)를 조립식으로 연결된 부잔교위에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휠체어 사용 청년이 카누에 탑승하기 위해 파란색 플라스틱 부력체(푼톤)를 조립식으로 연결된 부잔교위에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 파주의 ‘점·선·면’… 마장호수·DMZ평화관광·헤이리 현장 점검
  • 장애청년들 정보·관리·쉬운 안내 역시 시설만큼 중요
  • 파주시·관광공사 현장 의견 적극 반영2027년까지 단계적 개선
  • 혼자 떠날 수 있는 여행이 무장애 관광의 마지막 퍼즐

[더인디고] “좋은 관광지는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혼자 여행할 수 있어야 진짜 무장애입니다.“
열린관광지 10년을 맞아 청년들이 직접 현장을 걸으며 내린 결론이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RI Korea) 청년포럼 참가자들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파주시에서 열린 현장 캠프를 통해 마장호수와 DMZ 평화관광지, 임진각 평화곤돌라와 인근 헤이리 예술마을을 중심으로 숙박시설과 식당 등을 직접 둘러봤다.

1박 2일 동안 청년들이 확인한 것은 단순히 시설 설치만이 아니었다. 관광지 하나의 접근성이 아니라 여행 전 과정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연결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작은 디테일이었다.

시설을 넘어 정보와 관리까지

▲시각장애 청년 김혜정 씨가 마장호수 점자촉지도를 이용해 관광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시각장애 청년 김혜정 씨가 마장호수 점자촉지도를 이용해 관광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열린관광지인 마장호수와 DMZ 평화관광지(도라전망대, 제3땅굴)는 전반적으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당사자 청년들에겐 세심한 부분에서 장벽과 부딪혀야 했다.

안내견과 함께 캠프에 참여한 시각장애 청년 김혜정(26세) 씨는 “마장호수 입구에 점자촉지도가 설치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손으로 위치를 짚으면 설명이 정확히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지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도라산 전망대 디지털 망원경은 화면을 볼 수도,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도 없었고, 3대 가운데 1대는 아예 작동조차 안됐다”며 “설치만큼 중요한 것이 유지·관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이유정(34세) 씨는 “열린관광지 홈페이지에는 출렁다리가 무장애 여행지로 소개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계단으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했다”며 “현장에 오기 전 홈페이지나 입구에서 접근 가능 여부를 미리 안내하고, 경사도와 자력 이동 가능 여부도 함께 제공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화장실 안전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도 있었고, 킹카누 선착장으로 연결되는 부잔교는 플라스틱 구조를 연결해 휠체어 이동이 쉽지 않다”며 “시설을 설치하는 것만큼 유지·관리도 접근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발달장애와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긴 설명문보다 쉬운 글(Easy Read)과 그림, 픽토그램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임진각 평화곤돌라는 긍정적인 사례로 꼽혔다.
휠체어 사용자 주성희(30세) 씨는 “곤돌라 내부 좌석을 접고 펼칠 수 있어 휠체어 이용자와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었다”며 “이런 것이 진정한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임진각 곤돌라는 휠체어 2대와 활동지원인 2명이 함께 탑승해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고, 접이식 좌석을 적용해 누구나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혼자 이동할 수 있어야 여행도 가능하다

이번 캠프는 리프트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지만, 개인 여행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가 청년들은 “이동은 관광의 시작이 아니라 여행의 일부”라며 “관광지까지 혼자 도착할 수 있어야 비로소 무장애 관광이 완성된다”고 입을 모았다.

주성희 씨는 “대중교통과 특별교통수단 이용 방법, 관광지까지의 이동 동선 등을 보다 쉽게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이 과정에서 관련 사람들의 인식과 응대 역시 접근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여행은 관광지 밖에서 완성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주성희 씨가 마장호수 둘레길과 연결된 출렁다리 입구 계단 앞에서 멈춰서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휠체어를 사용하는 주성희 씨가 마장호수 둘레길과 연결된 출렁다리 입구 계단 앞에서 멈춰서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가장 많은 개선 의견은 오히려 관광지 밖에서 나왔다. 관광지는 좋아졌지만 여행은 결국 숙박과 식당, 카페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마장호수 인근 식당 역시 철골 구조 무거운 출입문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출입하기 어려웠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했지만, 제1주차장 인근 상점은 도로 양쪽의 턱(8~10cm)과 구조물 등 때문에 휠체어 접근이 어려웠고, 키오스크도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있었다.

인근 숙박시설은 장애인 객실과 편의시설 안내가 부족했고, 목욕의자가 비치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실제 청년들은 인근 80여 객실을 보유한 인근 호텔에서 머물렀다. 주 씨를 비롯해 전동휠체어를 포함 휠체어 사용자는 5명이었고, 한 개의 장애인객실은 있지만 목욕 의자가 준비되지 않았다.

청년들은 모든 시설을 새롭게 설치하기보다 이동식 경사로와 도움벨, 목욕의자, 출입문 개선 등 비교적 작은 변화만으로도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현장점검 등을 마무한 청년들은 이틀째 간담회 장에서 다양한 개선 사항 등을 제안했고, 한국관광공사와 파주시는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청년들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도움벨과 목욕의자 등 비교적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은 무장애관광 연계사업에 포함된 것이지만, 실제 사업 과정에서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시 관계자는 “2027년 사업 완료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마장호수는 한국농어촌공사, DMZ는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리프트가 장착된 쏠라티와 카니발 차량을 추가 도입하고 무장애 관광 홈페이지도 더욱 충실하게 구축할 계획”이라며 “헤이리 예술마을의 접근성 개선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걸으며 바뀐 시선

이번 캠프는 관광시설을 점검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관광경영을 전공한 미얀마 출신 소예다나Soeyadanar·27세) 씨는 “다양한 장애청년들과 함께 생활하고 이동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운을 뗀 뒤 “관광은 아름다운 장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며, “앞으로 관광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면 접근성과 유니버설디자인을 가장 먼저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RI Korea 청년포럼 참가자들이 도라전망대 접근성 점검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RI Korea 청년포럼 참가자들이 도라전망대 접근성 점검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번 캠프에서 제안된 다양한 의견은 한국관광공사와 파주시는 물론 정부와 관계기관에도 전달돼 향후 무장애 관광정책 개선 과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열린관광지 10년은 관광지의 문턱을 낮춘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관광지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혼자 이동하고 머물며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을 완성하는 일이다. 청년들이 파주에서 직접 확인한 ‘점·선·면’의 디테일은 무장애 관광도시가 앞으로 어디로 향할 지를 보여주는 작은 이정표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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