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보완수사권 폐지, 사라지는 것은 권한인가 피해자 보호인가

103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권한 분산이라는 개혁 취지를 갖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서 초기 수사의 미비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진정한 형사사법 개혁은 권한을 폐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지원, 전문조사관 배치, 다학제 조사체계, 외부 심사제도 등을 통해 누구도 수사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권한 분산이라는 개혁 취지를 갖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서 초기 수사의 미비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진정한 형사사법 개혁은 권한을 폐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지원, 전문조사관 배치, 다학제 조사체계, 외부 심사제도 등을 통해 누구도 수사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 Chatgpt 이미지
  • 권한을 없애는 개혁보다, 피해자를 지키는 제도가 먼저다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다시 검토하며 직접 보완수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권한 남용과 중복수사, 사건 장기화가 반복됐다는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검찰개혁의 취지 역시 검찰의 권한 집중을 완화하고 형사사법 절차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제도 개혁은 권한을 없애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폐지 이후 어떤 제도가 그 기능을 대신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개혁은 완성될 것이다. 특히 장애인과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서는 이 질문이 더욱 중요하다.

장애인 대상 학대와 성폭력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다른 특성을 가진다.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설명하거나 반복 진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조사 과정에서 의사소통 지원이나 신뢰관계인의 참여가 필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은 더욱 복잡하다.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특성상 CCTV 확보, 의료기록 분석, 종사자 진술, 반복 피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비로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가운데는 초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범행이 추가 조사 과정에서 밝혀져 중한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피해자 진술을 다시 분석하고 시설 관계자를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죄의 전모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논거라기보다, 초기 수사가 미흡할 경우 이를 보완할 장치가 피해자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지금 국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히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폐지 이후 누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다.

현재 경찰이 모든 사건을 충실하게 수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구조이긴 하다. 그러나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와 조사 경험을 갖춘 수사 인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을 적절히 확보할 수 있는 진술조력인 제도의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이제 허황한 주장처럼 여겨진 지 오래다. 결국 초기 수사에서 확보하지 못한 증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원이 어려워지고, 그 피해는 결국 피해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검찰 권한의 존치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피해자 보호 기능의 제도화가 될 터다. 장애인 사건에서는 의사소통 지원인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조사관을 경찰 단계부터 배치해야 한다. 조사 전 과정의 영상기록을 의무화하고 의료·심리·법률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조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울러 경찰이 불송치하거나 증거 부족으로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외부 심사기구가 수사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수 있는 절차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권한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개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것만으로 국민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장애가 있는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의 사건에서는 수사의 정확성과 피해자 보호가 형사사법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제도 개혁의 목적은 권한을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데 있지 않다. 누구도 수사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고, 피해자가 제도의 공백 때문에 다시 상처받지 않는 형사사법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는 이제 찬반을 넘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다수결에 따라 결정될 조짐이다. 뭐,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우긴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간과하면 안 될 제도의 원칙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권한을 없앤 자리에 무엇을 세울 것인지, 그리고 그 제도가 가장 약한 사람들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를 함께 숙의할 때 비로소 이번 개혁은 완성될 수 있다는 거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0 Comments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