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내일의 길을 잘 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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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 남성이 공원의 두 갈래 길 중, 시각 장애인 안내선이 설치된 오른쪽 길로 흰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재미나이 편집
▲시각 장애인 남성이 공원의 두 갈래 길 중, 시각 장애인 안내선이 설치된 오른쪽 길로 흰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재미나이 편집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시각장애인이 길을 잘 찾아다니려면 실수를 잘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어제 잘못 들어갔던 골목을 오늘은 들어가지 않으려면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정확히 알고 더 주의를 기울여서 그 지점을 지나야만 한다. 예외적으로 오른쪽 왼쪽이 뒤바뀐 남녀 화장실이나 온‧냉수의 수도꼭지를 착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되풀이될지 아닐지는 시각장애인 각자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때때로 나의 감각이나 판단의 문제와는 관계없이 갑자기 달라진 환경이 내 보행 경로나 결과를 틀린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나의 옳음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제라도 나의 보행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어제까지 옳았던 것도 오늘은 옳지 않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사고를 해야만 막다른 골목에서도 유연하게 되돌아 나올 수 있고 공사가 진행되는 길에서 우회로를 찾을 수도 있다.

내가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은 유난히 변수가 많은 편이지만 특별히 사고 없이 다니고 있는 비결이 있다면 내 판단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막다른 길에서 무작정 불평만 하지 않는 것에 있다. 잘못 내린 지하철역에서 잘못 나온 방송을 원망하는 것이나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다시 움직일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나의 출근길에서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판단은 지하철 안내 방송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과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면 어떤 길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학습하는 것이다.

우연히 시청한 짧은 영상에서 좋은 남편이 되는 법에 대한 강의가 나왔다.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부부의 생각은 여러 방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하루를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유일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분이라도 더 자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하루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어디라도 나가야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충분한 쉼이 없는 주말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 먹고 주말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하는 것이 결혼하기 전까지 내가 철저하게 믿고 지켜온 가치라고 하더라도 내 아내와의 가정생활에서 그것이 가장 큰 다툼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하고 쉬운 이야기지만 내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제1의 목적이 내가 가진 가치를 내 아내에게 이식하려 함은 아니다.

목적한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어제까지의 판단이 오늘 완전히 틀릴 수도 있다고 빠르게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나의 아내와 내일이 행복하기 위해서 어제까지 굳어진 나의 가치들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마주한 대부분의 문제는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기에 당장은 어려운 결정이라고 여겨지는 것들도 길게 보면 별것 아닌 것들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4

생각해 보건대 내가 보이지 않는 눈 가지고서도 나름 그런대로 잘 살고 있는 것은 한 번 마주했던 어려움들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길을 찾을 때도 그랬지만 일을 할 때에도 관계를 맺을 때도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세상일 중 어떤 것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궁극의 가치일 수 있겠으나 그런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않다.

내 생각과 판단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과 항상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는 유연한 사고가 내일의 나를 오늘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오늘 나는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아내와의 다른 생각으로 다툴 수도 있다. 그것은 나의 의지와 노력과는 관계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내일 내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지 아내와 조금 더 나은 관계가 될 수 있는지는 나의 의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오늘을 사는 것은 불편할 수 있지만 내 생각과 의지에 따라 내일의 나는 덜 불편할 수도 있고 더 행복할 수도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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