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왜곡이 입법 흔든다… 이번 표적은 ‘정신건강복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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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혐오와 가짜뉴스 등의 장벽이 입법 논의를 막어서는 이미지 / 재미나이 편집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혐오와 가짜뉴스 등의 장벽이 입법 논의를 막어서는 이미지 / 재미나이 편집
  • 한정연·장추련 정신질환 당사자 권리, 정치적 공격 대상 아냐
  • 차별금지법·장기이식법도 반복권리 입법 흔드는 가짜뉴스와 혐오
  • 국회와 정부의 혐오 대응 모두 시험대

[더인디고]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이 확산되면서 장애인단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정신질환 당사자의 권리를 정치적 선동과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사실에 기반한 사회적 논의와 인권 중심의 입법을 촉구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한정연) 등 16개 단체는 지난 7월 28일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당 개정안을 ‘국가가 국민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가족의 권한을 박탈한다’, ‘장기 적출을 위한 법’이라는 등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법안의 실제 내용과 현행 제도를 왜곡한 허위정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도 이달 3일 연대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는 법안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문제”라고 규정한 뒤, “관련 법안에 대한 허위정보 재생산 등은 법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발의자의 장애를 공격하는 혐오”라며 “장애인 당사자의 정치참여 자체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은 여론의 인질이 될 수 없으며, 장애를 겨눈 어떠한 혐오도 결코 정치의 언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제입원 확대 아닌 자기결정권 보장

김예지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보호의무자에게 집중돼 있던 입원 결정의 책임을 국가와 지자체의 공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정신질환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 등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입원제도’는 오랫동안 가족 갈등과 보호자의 과도한 부담, 강제입원, 자기결정권 침해 등의 문제를 낳아 왔다. 관련해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6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권고해 왔다.

이에 대해 한정연은 “행정입원은 국가가 임의로 사람을 입원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과 자·타해 위험성 판단,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 등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제도”라며 “이를 국가가 자의적으로 국민을 수용하는 제도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또 “법안에 대한 찬반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논의는 반드시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허위정보와 왜곡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정신질환 당사자의 권리를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사회적 불신과 차별을 심화시키고 필요한 제도 개선마저 가로막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해당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으로, 아직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다.

반복되는 권리 입법 왜곡이번에도 같은 양상

문제는 이번 논란이 우려스러운 것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확대하거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될 때마다 법안의 실제 내용보다 공포와 혐오를 자극하는 허위정보가 먼저 확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의원이 2024년 대표발의한 ‘장기이식법’ 개정안은 온라인상에서 ‘장기 적출법’이라는 허위정보와 음모론이 확산되며 거센 논란을 겪었고 결국 1년 만에 철회됐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법안의 내용보다 왜곡된 정보와 혐오 프레임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며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졌고, 장애를 이유로 한 인공임신중절 허용 조항을 둘러싼 ‘모자보건법’ 논의 역시 본래 취지보다는 종교적, 이념적 대립 속에서 소비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추련은 이번 성명에서 대한민국이 비준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언급하며, “CRPD 제8조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유해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제29조는 장애인의 정치·공적 생활 참여를 동등하게 보장하고 있다”며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혐오와 허위정보, 어디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번 논란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둘러싼 공방을 넘어, 허위정보와 혐오가 사회적 공론 형성과 입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현상은 ‘장애’ 혹은 ‘장애인 정치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의 삶과 죽음까지 조롱과 희화와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사례가 이어지는 등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혐오표현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 검토 방침을 제시했다. 다만 표현의 자유와 규제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논란은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입법이 사실과 인권에 기반해 논의될 수 있을지, 그리고 허위정보와 혐오가 민주적 공론장을 흔드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제를 다시 한번 던지고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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