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배의 환승센터] 지하철 안전도우미 체험기① 플랫폼의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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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5호선 천호역, 하남검단산방향 플랫폼에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훈배
▲지하철 5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천호역, 하남검단산방향 플랫폼에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훈배
  • 퇴근길 혼잡역에서 마주한 안전의 현실

[더인디고=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김훈배 위원
▲김훈배 위원

서울시 동행일자리 사업 가운데 지하철 안전도우미는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선발·운영하는 사업이다. 참여자는 약 6개월 동안 역사 순찰과 안전 관리, 역무 보조 업무를 수행한다. 필자 역시 공공교통 활동가로서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고자 올해 상반기 지하철 안전도우미로 근무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배치받은 곳은 5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천호역이었다. 당초 거주지 인근 역을 예상했지만, 상반기 채용 인원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탓에 비교적 혼잡한 역으로 배정됐다. 함께 근무한 동료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었고, 필자를 포함해 모두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뤘다.

지하철 안전도우미는 단순 안내 업무를 맡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현장은 달랐다. 역사 순찰은 물론이고 혼잡 시간대 플랫폼 안전 관리, 고객 응대, 역무 보조까지 맡아야 한다. 특히 퇴근 시간대 플랫폼 업무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가장 긴장했던 플랫폼 업무

천호역은 과거에는 일반 역사였지만, 2020년 5호선 하남선 연장과 지난해 8호선 별내선 개통 이후 대표적인 환승 혼잡역으로 바뀌었다. 특히 8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승객이 몰리는 구간은 퇴근 시간마다 극심한 혼잡이 반복된다.

▲지하철 5호선 천호역, 하남검단산방향 8-1 지점에는 반대편 방화 방향으로 넘어가는 안내표시가 없다. ⓒ김훈배
▲지하철 5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천호역, 하남검단산방향 8-1 지점에는 반대편 방화 방향으로 넘어가는 안내표시가 없다. ⓒ김훈배

안전도우미의 주요 업무는 출입문이 닫히는 순간 무리하게 승차하려는 승객을 제지하고, 플랫폼 질서를 유지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열차가 지연되면 정차 시간은 짧아지고, 승객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타기 위해 출입문으로 몰린다. 하차가 끝나기도 전에 닫힘 방송과 경고음이 울리고, 급히 타려다 몸이나 가방이 출입문에 끼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안전도우미에게 기관사나 열차 운행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승객들은 “왜 문을 빨리 닫느냐”, “왜 못 타게 막느냐”고 항의하지만, 도우미는 민원을 듣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5호선 하남검단산행 열차를 놓치면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무리한 승차가 반복됐다.

플랫폼에서 일하다 보면 지하철 안전이 단순히 개인의 주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열차 운행, 역사 구조, 환승 동선, 인력 운영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교통약자에게 더 어려운 혼잡한 플랫폼

지하철은 누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혼잡 시간대의 플랫폼은 교통약자와 장애인에게 훨씬 높은 장벽이 된다.

천호역 5호선 플랫폼은 곡선 구조여서 일부 구간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고 단차도 존재한다. 인근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역사이지만, 긴 줄이 늘어선 혼잡한 상황에서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승차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역무실에 요청하면 이동 지원이나 안전 발판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역무원이 다른 업무를 수행 중인 경우 사회복무요원이 지원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근무 초반에는 이동권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승객에게 먼저 도움이 필요한지 묻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원치 않는 도움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유아차를 끄는 보호자에게는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도 많았다. 특히 유아차 바퀴가 승강장 틈새에 끼지 않도록 손으로 잡아준 경험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출입문이 빠르게 닫히는 상황에서 작은 사고 하나가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지하철은 머리로만 이해했던 이동권 문제와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었다.

▲천호역 지하 1층 상가 주변 통로 ⓒ김훈배
▲천호역 지하 1층 상가 주변 통로 ⓒ김훈배

안전은 누구의 책임인가

근무를 시작하기 전 받은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고객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공사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법적 책임 여부와 현장의 안전 문제는 별개의 영역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반복된다면 역사 구조나 혼잡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 역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하철 안전도우미 사업은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전은 단기간 인력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안전도우미는 역무원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민 안전을 보완하는 역할이다.

플랫폼에서 보낸 6개월은 우리 지하철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여전히 교통약자와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버스와 이동권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고자 합니다. 현장 속에 정답이 있는 만큼 이용자, 종사자가 함께 공존하는 순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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