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멍멍이라고 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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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이미지=챗GPT
▲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이미지=챗GPT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요즘 나는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을 습득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옹알이는커녕 울고 웃는 가장 기본적인 소리를 내는 것조차 아빠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더니, 두 돌을 한 달여 앞둔 지금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이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하루가 다르게 많은 단어를 작은 입으로 뿜어낸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아들의 새로움은 나에게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때가 되면 강아지를 멍멍이라 부르고, 기쁨의 감정이 들 때 “좋아”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지만, 내 아들의 ‘멍멍이’와 ‘좋아’는 뭔가 더 특별한 것이라도 되는 듯 하루에도 수백 번씩 그 단어를 듣고 싶어서 사진을 집어 보여주고 간식을 입에 넣어주는 애를 쓴다.

‘다른 아이들도 했을까? 혹시 천재가 아닐까?’ 하는 호들갑은 멍멍이를 겨우 말하는 아기에게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고 ‘야옹이’라고 말할 것을 재촉한다. ‘야’ 자나 ‘옹’ 자 비슷한 옹알이에도 분명 ‘야옹이’라고 말했다고 카메라를 들고 영상으로 남기려고 시도하지만, 이제 겨우 말을 시작한 아기는 ‘멍멍이’ 하나를 꾸준히 내뱉는 것도 버겁다.

날이 지나면서 그림 속이 아닌 길을 지나는 강아지를 보고도 ‘멍멍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그 옆을 지나는 고양이도, 다른 그림 속의 노루도 모두 ‘멍멍이’라고 부른다. 각종 동물들의 독특한 특성을 설명하며 멍멍이와 야옹이를 구분하기를 기대하지만, 그런 유레카는 기대하는 것처럼 빠르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다리 네 개 달린 것들을 하나의 범주로 보는 것도 아기에겐 굉장한 맥락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코끼리도, 사자도, 호랑이도, 심지어 네 발로 기어가는 것을 흉내 내는 아빠도 정확히 ‘멍멍이’라고 말했다.

오리를 ‘꽥꽥’이라고 말할 즈음엔 닭도 ‘꽥꽥’이라고 불렀고, 참새를 알아갈 즈음엔 날아다니는 대부분의 것들이 ‘짹짹이’가 되었다.

기억해보면 입 밖으로 ‘아빠’와 ‘엄마’를 내뱉을 때에도 세상 많은 어른들이 그 이름으로 불려졌고,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 ‘맘마’나 ‘쭈쭈’로 불렸었다.

내가 아기에게 해줘야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멍멍이’라고 하는 것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어떤 과정과 원리로 세상의 말을 배워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교사로서 가르치는 법을 처음 배울 때엔 ‘교육은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인내하는 것’이라고 배웠고, 보이지 않는 내가 길을 찾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아들의 느림과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햇살이는 그 이후에도 세상 많은 동물과 사물에 ‘멍멍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도 비로소 ‘사자’, ‘코끼리’ 같은 각자의 이름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비둘기는 ‘구구’가 되고, 닭은 ‘꼬꼬댁’이 되고, 우유와 밥도 ‘쭈쭈’와 ‘맘마’를 벗어나고 있는 요즘, 아기는 또 다른 발전을 시작하는 중이다.

잠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녀석은 침대에 눕히기만 하면 우유나 물을 달라고 하더니, 급기야 응가를 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조그만 녀석이 거짓말을 한다고 꾸지람하고 교정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 세우기를 창의적 상상으로 시작했다고 여기기로 했다.

허위 사실을 말하는 것이 어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당장 재우는 것이 편할 수는 있겠지만, 또 다른 참신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멈춰질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도 모르는 아기에게 빨리 재우려는 어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상상력을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물들이 원래의 이름을 찾아가듯 녀석의 상상력도 때가 되면 필요한 곳과 멈춰야 할 때를 찾아가리라고 믿는다.

오늘도 나는 새롭게 만난 이로부터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해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고양이가 일반적으로는 ‘멍멍이’가 아니듯, 다수의 관점에서 그것은 일부 맞는 것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내 아들이 다리 넷 달린 것들이라는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멍멍이’와 멍멍이가 아닌 것들을 구분하는 것이 틀리지 않은 또 다른 사실이듯, 보이지 않는 눈으로 사는 나의 삶을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내 관점에서 확실히 틀렸다.

아기를 키우면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조금 더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내가 보기에는 나보다 훨씬 작고 약한 존재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판단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나의 선택이 상대에게도 옳은 것이기 위해서는 내 판단의 기준이 상대의 입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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