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신병원 돌려막기 아닌 지역사회 전환 보장해야”
- 병원장·울산시장·복지부장관 등 5명 진정… “국가·지자체 책임”
[더인디고] 울산 반구대정신병원이 오는 9월 3일 폐원을 예고한 가운데, 현재까지 병원에 남아 있는 180명의 수용생존자를 또 다른 정신병원으로 전원해선 안 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들 중에는 발달장애인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폐원 이후 당사자의 의사와 욕구를 반영한 지역사회 전환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울산반구대정신병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1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구대병원에 남은 수용생존자들의 생명과 안전, 자기결정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긴급구제를 인권위에 신청했다.
긴급구제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거나 발생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우려될 때 본안 결정에 앞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를 권고하는 제도다.
공대위는 이날 반구대병원장과 울주군보건소장, 울산광역시장, 부산광역시장, 보건복지부장관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도 제기했다. 부산시장을 포함한 것은 반구대병원의 모법인인 ‘동향원’ 소재지가 부산이기 때문이다.
■ 폐원 이후가 더 문제… “전원 아닌 전환 필요”
공대위가 긴급구제를 신청한 배경에는 수십 년 동안 병원에 수용돼 살아온 당사자들이 폐원 이후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역사회 전환지원 계획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있다.
신석철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병원 폐원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욕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정신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것은 간판만 바꾼 또 다른 장기수용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구체적인 전환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지난 2월 인권위·보건복지부·울산시·울주군보건소의 합동조사 당시 반구대병원 입원환자 202명 가운데 발달장애인은 129명(63.8%)으로 나타났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자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 전환 과정에서 개별적인 의사소통 지원과 권리옹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입원 중인 지적장애인 환자가 약 2평 규모 보호실에 외진 시간을 제외하고 2,282시간 55분, 약 96일간 연속 격리됐고, 이 과정에서 강박도 8차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또 2022년 환자 폭행 사망사건 전후 6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11건의 추가 폭행이 발생했지만 종사자가 이를 막거나 제지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2024년 사망사건이 발생한 병동은 야간에 간호사 1명만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대위는 앞서 지난 5일에도 울산시와 보건복지부에 수용생존자의 지역사회 전환을 위한 전환지원 TF 구성을 촉구했다.
■ 반복된 사망과 인권침해… “국가·지자체, 삶의 전환 책임져야”
한편, 반구대병원에서는 2022년 이후 최근까지 입원환자 7명이 사망했다. 반복된 사망사건이 알려지면서 당사자단체와 인권단체 등이 진상규명과 전수조사,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공대위가 구성됐다.
이후 복지부와 인권위, 울주군보건소 등이 해당 병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인권위는 해당 병원장과 행정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공대위는 조사와 권고 이후에도 추가 사망사건 등이 이어지는 만큼, “반구대병원 폐원을 단순한 운영 종료가 아니라 수용 중심 정신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가와 지자체,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비상대책위원회’를 즉각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또한 “반구대병원 사태가 특정 의료기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장기간 병원과 시설에 수용해 온 수용 중심 정책과 행정체계가 낳은 구조적 문제”라며, “폐원을 이유로 당사자들을 다른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데 그친다면 ‘재수용’이 반복될 뿐이라며,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주거·의료·돌봄·소득 등 지역사회 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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