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역사 1동선‘과 현장 사이의 거리
[더인디고=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지하철 안전도우미로 근무하며 플랫폼 다음으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복잡한 역사 구조였다. 특히 천호역은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은 더욱 길을 찾기 어려운 역사 중 하나였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승강기 동선이다. 계단으로는 한 번이면 환승할 수 있지만, 승강기를 이용하면 두세 번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안내도 “계단은 한 번이면 되지만, 승강기는 두세 번 이용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이었다.
■ ‘1역사 1동선‘이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역사에 대한 ‘1역사 1동선’ 사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현실은 달랐다.
천호역은 5호선이 지하 3층, 8호선은 지하 2층에 위치한다. 계단만 이용하면 환승 동선은 짧지만,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 교통약자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5호선에서 출구로 이동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5호선과 8호선을 승강기로 환승하려면 엘리베이터를 여러 차례 이용하고 이동 통로까지 걸어야 한다. 일부 승강기는 상가가 밀집한 통로 안쪽에 있어 초행길 이용객이 찾기도 쉽지 않다.

근무 초기에는 승강기 위치를 묻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할 정도였다.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승강기를 이용한 환승 경로나 이동 방법을 직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길을 헤매는 이용객을 발견하면 먼저 다가가 안내하는 일이 반복됐다.
‘1역사 1동선’은 단순히 승강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찾고, 실제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접근성이 확보됐다고 말할 수 있다.
■ 복잡한 구조는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역사 구조가 복잡할수록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천호역의 5호선과 8호선을 연결하는 계단은 곡선 형태여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미끄럼 방지 시설은 설치돼 있지만,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 뛰는 승객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근무 초반 함께 일하던 안전도우미 한 명은 승객의 짐을 들어주다 계단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다. 다행히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 사고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계단마다 경고 문구를 보강하거나, 혼잡 구간의 안전시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교통공사와 역사 관리 주체가 위험 구간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행정적 완료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경험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교통약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1역사 1동선’ 사업 역시 설치 여부만으로 성공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승강기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거나 길을 쉽게 찾을 수 없다면, 실제 이용자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안전 관리를 기간제 안전도우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필자 역시 이에 공감한다. 안전은 단기 인력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장에서 만난 역무원들을 보며 또 다른 현실도 확인했다. 역무원들은 부족한 인력 속에서 민원과 안전, 시설 관리까지 동시에 감당하고 있었다. 안전도우미는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6개월간의 경험은 안전도우미라는 일자리를 넘어 우리 지하철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안전은 시설을 설치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불편과 위험 없이 이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서울교통공사가 ‘완료’라는 행정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교통약자와 시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안전과 접근성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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