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완벽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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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배기 아이와 부부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펭귄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여행의 한 장면. 챗지피티 이미지
▲두 돌배기 아이와 부부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펭귄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여행의 한 장면. 챗지피티 이미지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새로운 여행지가 정해지면 다양한 방법의 검색을 시작한다. 가볼만한 곳은 어디인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지, 꼭 경험해 봐야 할 것이 있는지를 찾고, 숙소와 교통편을 정하는 것까지 블로그를 탐색하고 영상을 보는 데에 더하여 이제는 AI의 도움까지 받는다. 다수의 추천에 나의 취향까지 고려한 AI의 조언을 더하면 시각장애가 있는 나도 여행일정을 정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이번 삿포로 여행은 두돌 아들을 위한 펭귄 보기, 동물원 방문 등이 일정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오타루 방문과 나를 위한 맥주박물관 일정도 살짝 추가했다. 호텔 라운지에 준비된 일본식의 간단한 다과를 먹으면서부터 가족여행의 설렘은 현실의 즐거움으로 변해갔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달콤한 케잌을 맛보고 수십 마리의 펭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도 삿포로의 맥주를 역사순으로 비교 시음하는 것도 모든 순간 멈췄으면 할 정도로 벅찬 기쁨이었다. 어느 틈에 말을 배운 아들의 “행복해요”와 그에 더해진 아내의 웃음소리는 또다른 여행을 목표로 다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한 팔로 아이를 안고 아내의 안내를 받고 다녀야 하는 여행은 체력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들은 그런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인터넷과 AI의 추천은 대체로 큰 도움이 되었지만 재미난 것은 자료의 묘사와 실제방문은 또 다른 장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의 신선한 우유만을 사용하는 라떼카페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테이크아웃 정도만 가능한 아주 작은 가게였다. 편안한 공간에서 잠깐의 쉼을 생각하고 방문한 곳에서 우리는 선 자세로 커피를 들이키고 빠르게 되돌아 나왔다. 그렇지만 AI의 설명대로 우유와 커피는 꽤나 맛있었다. 아우아우 동물원엔 소문대로 기린도 곰도 코끼리도 있었다. 사정상 사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크지 않은 규모의 동물원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햇살이에겐 신나는 경험이 되었다.

‘날씨가 조금 더 시원했더라면…‘

‘아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정도를 남기긴 했지만 한 번 더 가보고 싶을 만큼 좋았다.

삿포로 박물관의 맥주를 마실 때에도 우니와 해물이 잔뜩 들어간 덮밥을 먹을 때에도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약간은 아쉬운 감정들을 반복하면서 세상에 완벽한 것이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어떤 장소나 경험이 내게 완벽함으로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를 대입할 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 맛있지만 양이 적거나 가격이 비쌌을 수 있고 정말 멋진 경험이었지만 다소간의 불편함마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나를 특별히 불만 많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관점으로는 다른 모든 이들도 어떤 여행지에서나 한두 가지의 아쉬움 정도는 가질 것이라는 것이 내 확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충분히 즐거웠고 약간의 아쉬움들이 모든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재미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아내와 아들마저도 즐거운 이번여행에서 나름의 아쉬움을 몇 가지씩 느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랬듯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내게 여행지를 추천한 블로거들이나 AI마저도 그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모든 아쉬움들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권하고 싶은 것들로 결론내렸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 작은 불편함에 집중해서 불만을 늘어놓는 결론들을 내리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그런 여행을 즐거웠다고 말하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면으로 보더라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살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도 한 점의 티 없이 완벽한 사람일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부족한 점을 찾으라고 내게 말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몇 가지 정도를 생각해 낼 수 있겠지만 굳이 겉으로 그런 것들을 말하지 않는 것은 그런 작은 것들이 내가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행지가 그러하듯 난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은 하겠으나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역시 집이 최고야!” 라고 말하지만 집도 내게 언제나 완벽한 장소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나의 집에 만족감을 느끼고 사는 것은 어떤 집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른 여행지를 찾을 것이고 또 다른 관계들을 만들어 갈 것이고 또 다른 나의 날들을 당당하게 살아낼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은 내가 어떤 순간에도 만족할 수 있는 원동력이고 내 자신감의 원천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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