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삿포로 시내 중심엔 펭귄을 볼 수 있는 ‘아오아오 아쿠아리움’이 있다. 큰 수족관은 서울에도 있고 펭귄도 마음먹으면 국내에서도 보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한자리에서 수십 마리의 펭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아시아 최대라는 말은 사전에 조사할 때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바로 눈앞에 수십 마리의 펭귄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 펭귄’과 볏 깃의 색이 노란 ‘북부바위뛰기 펭귄’이 있다는 것과 펭귄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고 크기도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키가 50cm 남짓인 펭귄들은 사육사가 물고기를 던져 줄 때나 자기들끼리 장난을 칠 때도 첨벙첨벙 물속으로 뛰어들고 헤엄을 쳤다. 수십 마리 되는 녀석들이 활발하게 내는 소리 덕분에 보이지 않는 나도 제법 실감 나게 감상했다. 각국의 언어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탄성은 그 모습이 어떨지 짐작하게 해 주는 덤이었다.
‘펭귄’ 하면 남극의 얼음 위에서 물고기를 물고 있는 것이 기억 속 장면의 전부였던 내게 춥지 않은 실내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생경했다. 또 혹여나 인간의 욕심으로 정당화된 학대의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펭귄의 생장에 필요한 온도가 모든 펭귄에게 같은 것은 아니어서 온도 그 자체로 동물 학대를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넓디넓은 대양을 헤엄치던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수조의 삶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은 계속 따라붙었다.
‘활기차 보이는 모습은 인간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슬픔은 아닐까?’
‘넉넉한 먹이와 안전한 삶이 보장되는 이곳이 오히려 그들의 낙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 있던 그들에겐 다른 행복을 꿈꿀 기회마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일까?’
‘야생의 삶이 그들에게 가장 어울린다는 것 또한 인간의 판단은 아닐까?’
멍하니 수조 앞에서 첨벙거리는 소리를 듣는 동안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어떤 자료도 AI도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에 불현듯 내 앞의 펭귄들이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라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 펭귄들은 종도 달랐지만 같은 종이더라도 조금씩 달랐다. 크기와 생김, 움직임도 달랐다. 인간이 서로 다르듯 그들도 같은 펭귄이지만 모두 다를 것이 분명했다.
하루에 몇 번이라도 외출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며칠이라도 집에만 있는 것을 동경하는 이도 있는 것처럼 펭귄도 그럴 것이다. 사람의 판단으로 비좁은 수조 속 같은 환경에 가두고 같은 먹이를 나눠주는 것이 스트레스인 펭귄도 있겠지만 인간들의 합의로 모두 동시에 바다로 돌려보낼 때 슬픈 펭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겐 어떻게 해 주는 것이 좋아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 “그런 것은 없어요.”라고 말하던 내가 나와 다른 동물 앞에서 다른 이들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작은 특성을 공유하는 다수는 분명 작은 공통성이 있지만 다른 부분이 더 많다.
‘장애인들에겐 이렇게 해줘야 해요.’
‘아이들은 이렇게 가르쳐야 해요.’
‘이성에겐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정답이에요.’는 나의 경험상 모두 틀렸다.
정책을 만들거나 공동체의 규칙을 정할 때 모든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개인을 대할 때에도 그런 작은 공통점에 의지할 필요는 없다. 아쿠아리움의 모든 펭귄에게 각자 원하는 환경을 나누어서 만들어 줄 수는 없겠지만 내 옆에 존재하는 다른 이들을 대할 때만큼은 그가 다른 이들과 다른 개인의 특성을 가졌음을 알아야 한다.
‘아오아오 아쿠아리움의 펭귄들은 행복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답은 펭귄의 수만큼 다를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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