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좋아서 사는 그림”… 오키나와 장애예술이 한국과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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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키나와의 작은 예술 단체 도어리스 아트 오키나와(Doorless Art Okinawa)의 대표 고야 마리야(呉屋マリヤ, Mariya Goya)
▲ 일본 오키나와의 작은 예술 단체 도어리스 아트 오키나와(Doorless Art Okinawa)의 대표 고야 마리야(呉屋マリヤ, Mariya Goya)

일본 오키나와 ‘도어리스 아트’, 작품 한 점에서 시작된 한일 협업을 드레스 상품으로… “아트에 장벽은 없다”

[더인디고 이창길 기자 jjangkil@theindigo.co.kr] 장애가 있는 작가의 그림을 ‘동정’이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사게 만드는 것. 일본 오키나와의 작은 예술 단체 도어리스 아트 오키나와(Doorless Art Okinawa, www.doorless-art-okinawa.com)가 지난 4년간 붙들어 온 질문이다. 이 단체가 최근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계기로 활동 무대를 아시아로 넓히려 하고 있다.

도어리스 아트는 장애가 있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장 안에만 두지 않고, 호텔 객실과 기업 브로슈어, 패션 원단과 상품으로 연결해 온 곳이다. 대표는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고야 마리야(呉屋マリヤ, Mariya Goya). 최근 서울을 방문해 한국 관계자들과 만난 그는 “이번 방문을 오키나와와 한국을 잇는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지원받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자’로

도어리스 아트의 출발점은 대표 개인의 경험이었다. 고야 대표는 한 전시회에서 장애가 있는 작가의 작품을 사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작가들이 “가격을 어떻게 매겨야 할지 모른다”, “판매하는 방법을 모른다”, “내 그림이 팔릴 리 없다며 스스로를 낮춰 본다”는 벽에 부딪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2월, 이 벽을 허물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단체를 세웠다.

단체 이름 ‘도어리스(Doorless·문이 없는)’에는 장애가 있는 예술과 없는 예술을 굳이 나누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현재 약 30명의 작가가 함께하고 있으며, 활동의 핵심은 전시·판매다. 다만 단순히 관람하고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작품이 실제로 팔리고 그 수익이 작가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지향한다. 그림 그리는 일 외의 영업, 홍보, 판로 개척을 단체가 대신 맡는 방식이다.

이 지점이 한국의 장애예술 지원과 뚜렷이 갈린다. 국내에서는 서울문화재단의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사업,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창작 지원 등 공공 보조금 중심의 지원이 큰 축을 이룬다. 창작 환경을 떠받치는 소중한 토대이지만, ‘지원이 끊기면 활동도 멈추는’ 구조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도어리스 아트는 여기에 ‘시장에서 스스로 도는 구조’라는 다른 답을 얹으려 한다.

호텔 객실 140점, 그리고 기업 브로슈어까지

말뿐인 이야기는 아니다. 도어리스 아트는 지난 몇 해 동안 오키나와 안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쌓아 왔다.

대표 사례는 호텔이다. 2026년 나하의 호텔 팜 로열 나하(Hotel Palm Royal Naha)는 리뉴얼에 맞춰 소속 작가 작품 약 140점을 사들여 객실과 공간에 걸었다.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숙박 경험의 일부로 작품을 들여놓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앞서 아트 호텔 안테룸 나하(Hotel Anteroom Naha)의 콘셉트 룸에도 작품이 들어갔는데, 이곳에는 ‘장애가 있는 작가의 그림’이라는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장애 여부를 소개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로 감상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기업 협업도 이어졌다. 류큐 시멘트(Ryukyu Cement)는 기업 브로슈어에 작품을 실었고, 추코 증류소(Chuko Distillery)는 작품을 상품 디자인으로 활용해 원화가 아닌 형태로도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만들었다. 단체는 또 매년 심포지엄을 열어 장애예술의 현재, 작품의 시장 가치, 작가의 수익,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논의해 왔다. 2025년에는 태국 치앙마이의 힐링 패밀리 재단(Healing Family Foundation)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첫 해외 거점도 마련했다.

작품 한 점에서 시작된 한일 협업

한국과의 인연도 거창한 ‘해외 진출’ 기획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오키나와 여행·라이프스타일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 오너 박윤숙 대표가 오키나와에서 도어리스 아트의 작품을 접하면서 교류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작품에 대한 관심은 곧 비즈니스로 이어졌다. 작가의 그림이 원단 디자인에 적용됐고, 오키나와 전통 의상인 ‘카리유시 웨어’와 드레스 상품으로 실제 제작됐다. 한 작가의 꽃 그림이 옷감의 무늬가 되어 사람이 입고 다니는 상품이 된 것이다.

도어리스 아트는 이 사례를 특별하게 본다. 장애예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먼저 사람을 연결하고 그 관계가 기업과 제품으로 발전해 작가의 새로운 수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야 대표는 “작품이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기업의 관계가 국경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고 말했다.

<작가의 그림이 오키나와 전통 의상인 ‘카리유시 웨어’와 드레스 상품으로 실제 제작된 모습>

“오키나와에서 아시아로”… 다음은 한국

도어리스 아트는 오키나와의 지리적 위치에 주목한다. 일본 남쪽 끝에 있어 한국·대만·홍콩·동남아시아와 가깝다는 점을, 단순한 지역 특성이 아니라 아시아의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길목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가장 힘을 싣고 싶은 것은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다. 오키나와에서 매년 이어 온 심포지엄을 발판 삼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지의 작가·기업·문화 관계자·미디어가 함께 모여 경험과 과제를 나누는 교류 프로그램을 넓혀 간다는 구상이다. 이번 서울 방문과 인터뷰도 그 첫 단추다. 한 번의 협업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사람을 통해 계속 이어지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단체가 내건 메시지는 ‘Art Has No Barriers(아트에 장벽은 없다)’다. 고야 대표는 이 말이 “장애의 존재를 없애자는 뜻이 아니라, 장애·국적·지역·사회적 위치 같은 배경이 한 사람의 가능성을 먼저 규정하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선택되는 작품이 아니라, 좋기 때문에 사고, 공간에 두고 싶기 때문에 선택하고, 기업이 활용하고 싶기 때문에 협업하는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

[더인디고 이창길 기자 jjangkil@theindigo.co.kr]

(현)더인디고 co-founder, 테크수다 co-founder, (사)한국인공지능협회 고문, 한국영업비밀보호협회 이사, (주)씨엔에이치 대표. "IT 산업의 기틀을 다진 1.5세대 전문가에서, 이제는 AI와 인본주의적 복지를 연결하는 전략가로" 약 25년 이상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최전선에서 정책 제언, 표준화, 인재 양성 및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주도해 왔습니다. 현재는 AI & AX(AI Transformation) 교육과 시니어 대상 스마트 복지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격차 해소와 신산업 창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디지털 양산박을 꿈꾸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삶의 풍요로움을 돕고싶습니다. 테크수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블로터닷넷,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등 다수의 직업을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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