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왜 계단으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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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문 위에 층수 표시
엘리베이터가 현재 몇 층에 있는지 알려주는 숫자는 엘리베이터 문의 위 중앙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층별 버튼이 있는 곳 위에 있기도 하다. 또한 버튼도 누르지 않았을 때는 꺼져 있어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박관찬 기자
  • 엘리베이터, 시내버스 등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디자인 존재
  • 다양한 장애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적용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모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가은(가명) 씨는 복지관에서 상담이 예약되어 있는 이용자를 상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도 이용자인 동호(가명) 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걱정되기 시작한 가은 씨는 상담실을 나와 건물 로비로 나갔다. 시각장애가 있는 동호 씨가 혹시 건물 입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순간,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곳의 문이 열리며 동호 씨가 로비로 들어섰다.

가은 씨는 반갑기도 하고 안심이 되면서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이 건물에서 복지관은 5층에 있는데, 이렇게 더운 날씨에 동호 씨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이동한 것이다. 가은 씨는 우선 동호 씨를 복지관 상담실로 안내했다.

더운 날씨에 계단을 올라오느라 땀도 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동호 씨가 조금 진정되자, 가은 씨는 가장 궁금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왜 계단으로 올라오셨어요?”

저시력 시각장애가 있는 동호 씨는 상담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찍 도착했고, 엘리베이터도 탔지만, 엘리베이터 내 버튼 중에서 ‘5’라는 숫자를 찾기가 어려웠단다. 버튼들은 누르지 않았을 땐 불이 꺼져 있다가 클릭되는 버튼에만 불이 들어오는데, 그 불빛도 그리 선명하지 않아 동호 씨의 저시력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다고. 그래서 같이 탄 사람이 누른 버튼의 층까지 가서 내렸는데, 7층이라서 계단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 ‘시각장애=점자, 유도블록’이라는 굳어져버린 인식

동호 씨의 경험에 의하면, 요즘 대부분 엘리베이터의 버튼에 점자는 있지만 디자인이 다양해져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현재 몇 층에 있는지 알려주는 숫자가 무조건 엘리베이터 문 위 정중앙에 있지 않고 버튼 위에 있는가 하면, 엘리베이터 내에서 몇 층인지 알려주는 음성지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동호 씨는 “고층 건물인 경우에는 모든 엘리베이터가 모든 층을 이동하는 게 아니라 지하철로 치면 ‘급행’으로 운행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 시각장애인은 어떤 엘리베이터가 급행인지 일반인지 명확하게 안내해주는 문구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은 씨는 “그런 불편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복지관에 근무하면서 이용자들의 그런 불편을 헤아리지 못해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든다”면서 “동호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겉으로는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불편함을 주는 디자인이 여기저기 존재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가은 씨는 “생각해보니까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던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타는 곳의 버튼 쪽에 유도블록이 있고, 각 버튼마다 점자 표기가 되어 있다는 유형”이라면서 “그게 전맹인 시각장애인에게는 이용에 도움이 될 수 있더라도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디자인은 오히려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시내버스는 버스 앞과 옆에 버스의 번호가 숫자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숫자의 위치나 크기가 버스마다 다르다. 통일된 위치에 있지 않으니까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버스의 번호를 찾는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박관찬 기자

■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엘리베이터 건을 계기로 동호 씨를 통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다른 디자인’으로 인해 겪는 불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디자인이 다른 것처럼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같은 지역이라도 버스의 앞과 옆에 디자인된 버스의 번호를 나타내는 숫자의 크기와 위치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호 씨는 “사람들은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크게’ 하면 잘 보이는 줄 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아무리 크게 해도 결국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봐야 하는 시각장애인도 있고, 큰 숫자라도 배경색과 숫자의 색이 선명하게 대비되지 않으면 잘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등 저시력 시각장애라도 천차만별로 특성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해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버튼 쪽에 유도블록이 있고, 버튼에 점자표기가 있는 유형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모든 시각장애인이 유도블록을 이용하거나 점자를 이용하는 게 아닌 만큼,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적인 부분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지역마다 버스의 색깔과 숫자의 모양이 다른데, 같은 지역 내에서도 시내버스의 디자인은 다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버스는 버스 옆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큼직하게 있는 번호를 볼 수 있지만, 다른 버스는 앞바퀴 위에 비교적 작은 크기의 번호를 입력해두고 있다. 이런 경우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버스 번호를 확인하는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은 씨는 “장애인복지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아쉬움과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나 제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정작 장애인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면서 “동호 씨의 경우처럼 저시력 시각장애나 더 나아가 시각장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현행 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그저 아주 기본적인 맥락만 담고 있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호 씨도 “장애를 고려하는 정책이라면 그 장애의 다양한 특성과 유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일상을 보면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며 “이제부터라도 디자인을 하기 전에 장애당사자가 어떤 디자인이 편한지, 이용하기에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없는지 등을 잘 확인하고 진행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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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엘리베이터 음성인식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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