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필의 모두까기] 도움은 호의지만, 장애인의 권리는 호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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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위 KTX 영상 관련 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4Iuvf3OSC0
▲박위 KTX 영상 관련 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4Iuvf3OSC0

[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최근 유튜버 박위 씨가 KTX에서 휠체어를 타고 하차하던 중 낙상사고를 당했다. 열차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휠체어가 자신을 지원하던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걸리면서 앞으로 넘어졌고, 이후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박위 씨는 영상을 삭제하고 자신의 전달 방식이 미숙했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정작 눈여겨봐야 할 것은 사과문에 담긴 ‘도움’이라는 표현이다.
박위 씨는 사고 당시 자신을 지원했던 사회복무요원에 대해 “저를 도와주시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주셨고”, “저를 더 잘 도와주시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말했다.
그 사회복무요원이 박위 씨를 ‘도와준’ 것일까.
장애인의 승·하차를 지원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호의가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업무다. 그런데 사과문에서는 ‘지원’이 ‘도움’으로 바뀌었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도움은 선의에서 출발한다.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다면 고마워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더라도 이해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반면 장애인에게 필요한 지원은 누군가의 선의로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은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가 있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휠체어 이용자의 승·하차를 어떻게 지원하도록 되어 있었는지, 사고를 예방할 매뉴얼과 관리체계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둘러싼 반응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말이 있다.

“도와줬는데 왜 그러느냐.”

이 말이야말로 이번 사건의 더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장애인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순간, 쉽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된다.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해야 하고, 배려받았으니 미안해야 하며, 도움을 준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문제 제기부터 돌아봐야 하는 사람이 된다. 장애인의 권리가 어느 순간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로 바뀌는 것이다.

박위 씨의 사과 역시 어쩌면 그런 정서에 너무 쉽게 편입된 것은 아닐까. 비장애인 대중이 장애인에게 기대하는 ‘도움받은 사람의 태도’ 앞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던 언어가 다시 ‘도움’과 ‘감사’의 언어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묻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대중의 반응을 의식해 사과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애인이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방식까지 조심해야 한다면, 그것 역시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할 문제다. 장애인은 오랫동안 도움받는 존재로 설명되어 왔다. 도움을 받으면 감사해야 하고, 배려받으면 미안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의 권리는 자꾸 뒤로 밀려났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장애인이 기차를 타는 것은 누군가의 호의가 아니다.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다.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 역시 시혜가 아니다. 권리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박위 씨가 사과했느냐가 아니다. 무엇에 대해 사과했느냐다.

자신의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사과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지원을 ‘도움’으로 표현하고, 그 도움을 제공한 사람에게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사과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그 사과는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다시 시혜와 동정의 언어로 돌려놓았다.

도움은 호의지만, 장애인의 권리는 호의가 아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mercy_jc@hanmail.net'
공자의 자절사 중 무필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습니다. 필명 무필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비판하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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