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간 서비스 격차 해소·대상자 인정기준 명확해야!
- 이의신청·재심사 등 권리구제와 주거지원 근거 마련 촉구
- 정신요양시설 퇴소자의 지역사회 복귀·생애말기 돌봄도 강화
[더인디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거주 지역이나 장애등록 여부, 연령 등 형식적 요건에 관계없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를 인권에 기반해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4일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의 취지에 따라, 노쇠·장애·질병·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욕구에 따라 보건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기관 간 연계·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인권위는 현행 제도만으로는 지원 대상과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 생애말기 돌봄, 권리구제, 주거지원 등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역마다 다른 자원”… 최소 서비스 기준 마련해야
인권위는 우선 지역별 의료·요양·돌봄 자원과 인구구조, 교통·주거 여건 및 재정 상황 등의 차이를 고려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돌봄서비스 수준이 달라지지 않도록 모든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서비스 기준을 법령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햇다.
현재 돌봄통합지원법은 평가 결과에 따라 지자체에 차등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인권위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지역 간 구조적인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정 여건이나 의료·요양·돌봄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장애등록·연령 때문에 배제되지 않도록 인정기준 구체화
통합돌봄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형식적인 자격요건으로 인해 실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인권위는 사회적 고립, 주거 취약성, 가족돌봄 부재, 돌봄 공백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상자 인정기준과 인정 절차, 관련 기관 간 협의 방식 등을 법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노쇠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렵고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도 세부 기준과 우선순위를 하위법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른 연계기관 범위에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요양시설을 포함하고, 정신요양시설에서 퇴원·퇴소하는 사람의 지역사회 복귀와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하는 사람에게 단순히 퇴소 이후의 서비스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돌봄, 지역사회 관계망 등을 포함한 정착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생애말기에도 ‘존엄’과 ‘자기결정권’ 보장
생애말기 돌봄에 대한 지원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통합돌봄 대상자에 대한 종합판정과 개인별지원계획에 ▲말기 상태 및 임종기 돌봄 필요도 ▲호스피스 이용 가능성 ▲연명의료결정 지원 필요성 ▲가족·유족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 필요성 등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생애말기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지역사회 돌봄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당사자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통합돌봄체계 안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비스 거부되면 어떻게 하나”… 권리구제 절차 마련 촉구
통합돌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침해와 행정적 배제에 대한 구제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통합지원 대상자 또는 보호자가 ▲통합돌봄 지원 신청 결과 ▲종합판정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통합지원 제공 등의 결정에 불복할 수 있도록 이의신청과 재심사 청구 등 권리구제 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돌봄을 단순한 서비스 연계체계가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 여부와 지원 수준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거 없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한계… 주거지원 구체화해야
인권위는 특히 주거지원을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핵심 기반으로 제시했다.
주거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료·요양·돌봄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독립적인 주거생활 유지를 위한 상담·사례관리 ▲주택 및 시설관리 ▲공과금·임대료 등 관리 지원 ▲기능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주거 공간 확보·제공 또는 주거환경 개선 ▲지역사회 지원체계 연계 등을 구체적인 주거지원 내용으로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주거지원의 제공 기준과 절차, 방법 및 범위를 구체화하고, 주택 개조·이전 지원·임대주택 연계 등이 실제 통합돌봄과 연계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력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노쇠·장애·질병·사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 누구나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관계 부처와 협력해 권고를 적극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는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단순한 보건의료·복지서비스의 연계를 넘어, 당사자의 선택과 자기결정권, 주거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인권 기반의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통합돌봄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이번 인권위 권고가 제도의 방향과 성과를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 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