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② Art Gallery of NSW, 예상 밖 하루… 예술로 만난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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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내부 모습 ⓒAURA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내부 모습 ⓒAURA팀

장애청년드림팀 21기 AURA는 ‘스카이다이빙 도전을 통한 장애인식 재정의’를 주제로 호주 시드니를 찾았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 공간, 그리고 직접 경험한 도전을 통해 장애와 접근성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이야기를 6편의 연수기에 담는다.

  • 계획이 바뀐 순간, 새로운 질문이 시작되다

[더인디고=AURA팀 부리더·서기 이정현] AURA의 시드니 연수에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은 단연 스카이다이빙이었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직접 도전하며 장애와 가능성의 경계를 넓혀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기상 상황으로 스카이다이빙 일정이 변경됐다. 갑작스럽게 바뀐 하루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단순한 관광 일정으로 보내기보다는 우리가 처음 세웠던 목표인 ‘장애인의 스포츠 및 사회 참여 접근성 확인’​이라는 방향을 유지하고 싶었다.

전날 밤 팀원들과 긴 시간 회의를 했다. 스포츠 현장에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장애인이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공간에서 접근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예술 공간, 종교 공간, 상업 공간 등을 찾아가 장애인 방문객을 위한 환경과 제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구성한 8월 10일 일정의 첫 번째 장소는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AGNSW)’​였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다

이날 진행한 인터뷰는 사전에 섭외된 일정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되면서 주말 동안 새로운 기관을 섭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주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도서민 미술(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Art)’ 관련 가이드 투어에 참여한 뒤 투어 담당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려 했다. 그러나 투어가 끝난 후 가이드는 박물관 관련 내용은 개인적으로 답하기 어렵고 갤러리에 공식적으로 문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원칙적으로는 이메일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제한된 연수 기간이 있었다. 한국에서 멀리 호주까지 와서 직접 경험하고 기록해야 하는 만큼,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기로 했다.

우리는 다시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방문 목적과 장애인 접근성을 조사하고 있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직원도 잠시 고민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준 뒤 한 명의 직원을 연결해주었다. 그렇게 AGNSW의 Sam 매니저와 짧지만 의미 있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접근성의 출발점이 거대한 제도뿐 아니라 한 사람의 열린 태도와 협력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예술을 경험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Sam에게 가장 먼저 질문한 것은 시각장애 방문객들이 작품의 의미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 지였다.
“작품을 직접 보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시각장애 방문객들에게 작품의 이야기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갤러리에서는 어떤 방법을 활용하고 있나요?”

이 질문에 Sam은 갤러리에서 확대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투어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대해 묻자 모든 작품에 오디오 설명이 마련되어 있고, 특정 투어에서는 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 보드도 제공한다고 답했다.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 답변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의 접근성을 이야기할 때 ‘볼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처럼 기존의 기준에 맞추는 방식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AGNSW가 보여준 접근성은 조금 달랐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감각과 방식으로 공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이 예술을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경험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이는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장애인은 새로운 시선을 가진 창작자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단순히 예술을 관람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창작자로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장애인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Sam은 장애인은 삶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그들의 시선과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고 답했다.

이 말은 장애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장애는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특성이 아니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환경을 마주했는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예술을 통해 사회와 공유될 수 있다.
결국 접근성이란 누군가를 ‘참여하게 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경험과 목소리가 사회 안에서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접근성은 특별한 배려가 아닌 기본이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은 “장애가 있는 방문객들의 접근성을 높일 때 갤러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였다.

Sam은 명확하게 “접근성 그 자체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휠체어 경사로, 오디오 설명 등 다양한 접근성 지원을 예로 들었다.

우리는 이 답변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접근성은 특별한 사람을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누구나 공간을 이용하고 경험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한국에서도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공간에서는 장애인을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먼저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AGNSW의 사례는 장애인이 방문할 것을 예상하고, 처음부터 다양한 경험 방식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예상 밖의 하루가 남긴 예상 밖의 배움

스카이다이빙 일정 변경으로 시작된 8월 10일은 처음에는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하늘이 아닌 예술 공간에서 또 다른 형태의 도전을 만났다.

AURA가 시드니에서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장애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더 나아가 “사회는 장애인이 무엇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가”​였다. AGNSW에서 만난 Sam과의 짧은 인터뷰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보여주었다.

접근성이 만들어지는 곳에서는 장애인의 가능성이 넓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일정 변경 속에서 만난 작은 인터뷰는 AURA에게 또 하나의 확신을 남겼다.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Sam은 업무 공간과 인터뷰 장면의 촬영은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비록 함께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는 AURA에게 오래 남을 의미 있는 기록이 되었다.

* AURA가 발견한 것: 접근성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조건이다.

다음 편에서는 예술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매일 오가는 도시의 일상 공간으로 향한다. AURA가 찾은 다음 장소는 Queen Victoria Building(QVB)​이다. 그곳에서 또 다른 형태의 접근성과 배려를 만나게 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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