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③ 퀸빅토리아빌딩(QVB), 보이지 않는 장애를 위한 작은 신호

50
▲Jared Byrne QVB 매니저와 인터뷰 후 사무실이 위치한 Strand Arcade 건물에서 찍은 단체 사진 ⓒAURA팀
▲Jared Byrne QVB 매니저와 인터뷰 후 사무실이 위치한 Strand Arcade 건물에서 찍은 단체 사진 ⓒAURA팀

장애청년드림팀 21기 AURA는 ‘스카이다이빙 도전을 통한 장애인식 재정의’를 주제로 호주 시드니를 찾았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과 공간, 그리고 직접 경험한 도전을 통해 장애와 접근성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이야기를 6편의 연수기에 담는다.

[더인디고=AURA팀 부리더·서기 이정현] 예상하지 못한 기상 상황으로 스카이다이빙 일정이 변경되면서 AURA는 현지에서 새로운 하루를 설계해야 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연수의 목적을 이어가기 위해 고민한 끝에 시드니 곳곳의 공간에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찾은 곳이 시드니의 대표적인 상업 공간인 ‘퀸 빅토리아 빌딩(Queen Victoria Building, QVB)’​이었다. QVB는 해바라기 랜야드라 불리는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s’ 제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지원하고 있었다.

130년의 역사를 가진 공간, 모두를 위한 공간을 고민하다

흔히 QVB로 불리는 이 빌딩은 시드니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이다. 19세기 말 건립됐고, 웅장한 돔 형태의 천장과 아름다운 건축 양식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자, 현재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점이 입점한 복합 상업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공간일수록 중요한 것은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AURA가 QVB를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장애인의 접근성을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경사로, 엘리베이터, 점자 안내판처럼 물리적 환경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의 일상 속 어려움은 물리적 장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신의 어려움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순간, 낯선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자체가 큰 도전일 수 있다.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QVB의 ‘Hidden Disabilities Sunflowers’ 제도에 주목했다.

작은 해바라기가 알려주는 보이지 않는 어려움

해바라기 랜야드 제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에게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상징 체계다. 휠체어나 흰 지팡이 등은 주변 사람들이 장애와 지원 필요성을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자폐 스펙트럼, 정신건강의 어려움, 만성질환 등 비가시적 장애는 외부에서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QVB의 Guest Experience Manager인 Jared는 인터뷰에서 비가시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선플라워 랜야드(목걸이형 표시 끈)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 조금 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QVB에서는 초록색 바탕에 해바라기가 그려진 랜야드를 통해 이용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직원들은 그 표시를 보고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응대할 수 있다. Jared는 이러한 제도가 QVB뿐 아니라 Vicinity Centres가 운영하는 호주 전역의 쇼핑센터에서도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함 한 장에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

우리는 QVB에 도착하자마자 선플라워 표시가 있는 안내데스크를 찾았다. 실제로 해바라기 표시가 있는 데스크를 발견하자 이 제도가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조심스럽게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다가가 우리의 방문 목적과 장애인 접근성을 조사하고 있다는 취지를 설명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데스크 직원은 혼자 근무 중이어서 바로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신 인터뷰가 가능한 담당자를 소개해주겠다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명함에는 Jared Byrne – Guest Experience Manager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바로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제한된 일정 속에서 답변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는 것이었다.

QVB 내부를 오가며 직원들에게 여러 번 위치를 물은 끝에 어렵게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두드리고 다시 우리의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장애청년드림팀으로 호주를 방문해 장애인의 접근성과 사회 참여 사례를 조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선플라워 제도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잠시 후 우리는 Jared를 만날 수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방문이었음에도 Jared는 우리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이 단순한 답변자가 아니라, 장애인의 삶과 환경을 함께 고민해줄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핵심은 인식입니다.”

Jared에게 가장 먼저 질문한 것은 선플라워 제도를 도입한 이유였다.

그는 비가시적 장애는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어려움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군가 실제로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그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적절한 지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선플라워 제도는 바로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Jared는 이용자가 랜야드를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교육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AURA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접근성은 단순히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만은 아니었다. 물리적 환경 개선과 함께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이 장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문화도 필요했다.

도움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

우리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장애인을 지원할 때 도움을 제공하는 것과 당사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고 있나요?”

Jared의 답변은 명확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하나의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을 제공해야 하지만, 장애인을 항상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지원은 자율성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 부분은 AURA가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대신 결정해주는 사회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회다.

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확신’이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은 우리의 주제와 가장 맞닿아 있었다.
“선플라워와 같은 제도가 장애인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Jared는 장애인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필요할 때 지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라고 답했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 사람이 많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요청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일상이 큰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은 그 도전의 부담을 낮춰준다. 선플라워 제도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작은 해바라기가 만든 큰 변화

QVB에서 만난 작은 해바라기 표시는 단순한 목걸이가 아니었다.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신호였고, 사회가 그 신호를 이해하겠다는 약속이었다.

AURA가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도 결국 같은 방향이었다. 장애인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개인의 용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환경,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응답해주는 사회, 장애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예상하지 못한 일정 변경으로 시작된 하루였지만, QVB에서의 만남은 AURA에게 장애인의 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또 다른 조건을 알려주었다.

* AURA가 발견한 것: 장애인의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필요할 때 지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다음 편에서 AURA는 시드니의 또 다른 공간으로 향한다. Guide Dogs Centre – Glossodia에서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이동을 지원하는 안내견 시스템과 자립을 돕는 호주의 지원 환경을 직접 만나본다.

AURA의 시드니 여정은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

▶ 관련 기사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0 Comments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