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동안 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열심히 보았는지 이런저런 궁금증을 털어놓는다.
“햇살이는 뭐 먹고 그렇게 키가 커?”
“카메라 앞에서 어쩌면 그렇게 잘 웃어?”
그러다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다.
“넌 어떻게 아기에게 한 번도 큰 소리로 화를 내지 않아? 아직 너무 아기여서 그런가? 화를 내고 싶은 적은 없었어?”
초등학생 둘의 아빠인 내 친구는 아들과 딸을 너무나 사랑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지르고 혼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실제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것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궁금해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내 채널의 영상은 편집을 거치며 되도록 예쁘고 좋은 모습 위주로 공개되긴 하지만, 실제로 난 2년 동안 아들에게 소리를 질러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친구의 말대로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의 결심은 ‘어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근거 없이 아들을 혼내지는 말자’이다.
아기가 울고 떼쓰고 말을 듣지 않을 땐 때때로 힘든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런데도 내가 소리를 지르고 혼내려고 하지 않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의 위치가 모든 면에서 아들보다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힘으로 아기를 제압할 수도 있고, 소리를 질러서 어떤 행동을 제지하거나 무서운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더 이상 주지 않거나 갖고 싶은 것을 사 주지 않는 것으로 내 지시를 따르게 할 수도 있다. 때때로 그것은 아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가장 빠른 행동 수정의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결정들이 바르지 않은 아들의 행동에 근거한 가장 좋은 결정은 아닐 수 있다.
시끄러운 것보다 조용한 상황이 필요한 나의 욕구 때문에 아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아들의 다소간의 소란스러움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건강한 몸짓일 수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끊임없이 더 달라고 하거나 먹기 싫은 음식을 거부할 때 어른의 꾸지람은 아기의 욕구를 막을 수 있지만, 그것이 항상 옳은 판단일 수는 없다.
고른 영양 섭취를 위한 부모의 결정은 튼튼한 어린이가 되는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우리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그런 지시를 내리는 어른들조차도 항상 건강한 영양식을 택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결정과 꾸중은 많은 상황에서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나의 욕구를 실현하고 있다.
만약 아기가 나와 동등한 힘과 위치에 있거나 우위의 존재라면 난 같은 조건을 권유하더라도 조금 더 신사적인 방법을 택할 것이다.
“여러 사람이 있으니 조금만 조용히 해주는 게 어떨까?”
“맛있는 과자보다는 건강을 위해서 밥을 먼저 먹는 게 어떨까?”
같은 결정과 선택을 하더라도 그 방법은 많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나보다 분명하게 약자인 상대 앞에서 우리의 판단이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그 판단의 오류를 검증하거나 되돌리지 못하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큰 덩치를 이용해서 동네 아이들을 괴롭히던 어떤 형의 결정이 그랬고, 장애를 능력의 부족으로 해석하던 수많은 정책 결정자의 판단이 그랬다. 나의 저항은 실패로 끝났었지만, 그것은 그들의 생각이 옳았기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나의 힘이 약했기 때문이다.
겨우 2년밖에 육아를 경험하지 못한 나의 섣부른 결심일 수 있겠으나, 그런 이유로 난 내 아들을 되도록 혼내지 않으려고 한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상식과 기다림의 힘을 믿어 보려 한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지만 나의 주관적 감정으로 학생들을 훈계하지 않으려 한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여전히 불합리한 상황과 자주 마주하지만, 내가 가진 힘으로 상대를 억압해 그 상황을 타개하려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하듯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세상을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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