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애인 건강주치의 8년째 시범사업… 등록장애인 0.4%만 참여
- 방문진료·방문간호에 급여비 92.8% 집중… 주장애관리·통합관리는 저조
- “지자체 의뢰체계·다학제 팀·사례관리 보상체계 갖춰야”
[더인디고] 장애인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 보장을 위해 도입된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8년째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제도 활성화의 걸림돌이 단순히 ‘낮은 수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지역사회에서 실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연계한 대상자 발굴·의뢰체계와 다학제 팀 기반 운영, 사례관리 중심의 보상체계 등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최고위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2026년 6월 기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한 장애인은 일반 기준 1만531명으로 전체 등록장애인 약 262만 명의 0.4%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주장애관리’ 이용자는 604명, 주장애관리와 일반건강관리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관리’ 이용자는 493명에 그쳤다. 실제 서비스 이용이 장애 특성에 따른 건강관리보다는 일반건강관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등록 주치의 809명 중 실제 활동은 227명
의료인 참여도 저조했다.
2025년 기준 장애인 건강주치의로 등록한 의료기관은 588곳이며, 등록 주치의는 일반건강관리 519명, 주장애관리 182명, 통합관리 108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청구가 발생한 활동 주치의는 일반건강관리 190명, 주장애관리 19명, 통합관리 18명에 그쳤다. 등록은 돼 있지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은 제한적인 셈이다.
그동안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낮은 수가’가 반복적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이번 제출자료를 보면 수가 수준만으로 제도의 부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4단계 시범사업 지침상 중증장애인 방문진료료Ⅰ은 의원 기준 19만2,090원으로, 노인이 이용하는 일차의료 방문진료료Ⅰ의 12만8,960원보다 높다.
최소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 1인당 월 수가 합계도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28만2,370원으로 노인 일차의료 방문진료의 26만8,960원보다 높다.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서라기보다 누가 대상자를 발굴하고,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체계가 취약한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택의료센터 422곳 vs 건강주치의 청구 지역 80곳
장애인 건강주치의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의 운영 방식은 이러한 차이를 잘 보여준다.
2022년 12월 시작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2026년 2월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에 422개소가 설치됐다. 반면 2018년 시작된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2025년 기준 실제 급여 청구가 발생한 시·군·구가 80곳에 그쳤다.
재택의료센터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함께 팀 기반 운영을 전제로 지자체가 대상자를 발굴하고 의료기관에 의뢰하며, 사례회의와 관리료 등을 포함한 지불체계도 갖추고 있다.
반면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장애인이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치의를 찾아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신청해야 한다. 지역에 주치의가 없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거나 연결할 책임 주체도 불분명하다. 지자체와 복지서비스, 공공기관,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의뢰·연계체계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비스 제공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재택의료센터는 방문진료를 주 3회까지 산정할 수 있고 방문간호도 별도로 운영된다. 반면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방문진료료와 방문간호료를 합산해 중증장애인은 연 24회, 경증장애인은 연 4회 이내로 제한된다.
방문진료 중심… ‘건강주치의’ 핵심 기능은 뒷전
서비스 내용 역시 당초 제도의 취지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장애인 건강주치의 급여비 가운데 방문진료와 방문간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92.8%에 달했다.
반면 포괄평가와 중간점검, 교육상담은 모두 합쳐도 5.2%에 그쳤다.
단순히 의료기관을 찾아가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방문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장애 특성을 고려한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예방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재 제도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셈이다.
사업 대상이 확대된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는 이어졌다.
2024년 서비스 대상이 경증장애인까지 확대되면서 등록 장애인은 3,556명에서 6,753명으로 1.9배 증가했다. 그러나 교육상담 건수는 2023년 7,115건에서 2024년 5,789건으로 오히려 18.6% 감소했다.
결국 대상자 확대만으로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장애관리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이에 따라 본사업 전환에 앞서 제도의 운영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시·군·구 단위의 최소 주치의 배치 목표를 설정해 의료공백 지역을 우선 지원하고, 장애인이 직접 주치의를 찾아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공 의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 1인 중심의 운영 방식도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보건소, 복지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팀 기반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불제도 역시 행위별 수가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포괄평가와 교육상담, 사례회의, 지역사회 자원 연계 등은 개별 행위에 대한 수가만으로 충분히 보상하기 어려운 만큼, 재택의료센터와 같이 월 단위 관리료 또는 정액 번들 방식의 사례관리 보상체계를 도입하고 팀 사례회의와 지역사회 연계를 보상 요건에 포함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무엇보다 주장애관리 활성화가 핵심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일반 방문진료와 차별화되려면 장애 특성과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주장애관리 기능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미화 의원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장애인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고, 제도 자체의 취지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8년째 시범사업에 머물며 이용자가 전체 장애인의 0.4% 수준에 그친다면, 이제는 낮은 수가 탓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왜 지역에서 작동하지 못했는지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건강주치의의 핵심은 장애 특성에 맞는 주장애관리”라며 “재택의료센터처럼 지자체 의뢰체계, 다학제 팀 기반 운영, 사례관리 보상체계, 공공기관과 복지서비스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까지 함께 설계해 장애인과 의료인 모두에게 매력적인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8년간의 시범사업을 넘어 본사업으로 전환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이용률과 참여 의료인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본사업 전환의 관건은 단순한 수가 인상이 아니라 장애인이 주치의를 ‘찾아가는’ 제도에서 지역사회가 장애인을 ‘연결하는’ 제도로 전환하고, 주장애관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