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차별 속으로] 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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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에 한 남성이 앉아 있고, 휠체어 뒤에 4살 짜리 아이가 매달려 있다. 모두 활짝 웃고 있다. /ChatGPT 제작 이미지
▲전동휠체어에 한 남성이 앉아 있고, 휠체어 뒤에 4살 짜리 아이가 매달려 있다. 모두 활짝 웃고 있다. /ChatGPT 제작 이미지
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이민호 집필위원] 며칠 전, 둘째를 전동휠체어 뒤에 태우고 어린이집에 함께 갔어요.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둘째가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말했어요. “나 오늘 아빠하고 같이 왔어.”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저와 전동휠체어를 바라봤어요. 그리고 둘째를 부러워했어요.

그 순간 저는 장애인이 아니라 그저 친구의 아빠였어요. 아이들은 제가 왜 휠체어를 타는지 묻지 않았어요. 저를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지도 않았어요.

그저, “아빠와 함께 왔다.”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전부였어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에 대한 편견은 언제부터 생기는 것인지에 관해서요.

아이들이 장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휠체어가 무엇인지도 알고, 보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장애는 한 사람을 설명하는 전부가 아니에요.

하지만 어른들의 시선은 조금 달라요. 우리는 사람보다 장애를 먼저 바라볼 때가 많아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와 함께 살아가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꿈을 꾸는지보다 그 사람의 ‘장애’를 먼저 봐요.

그리고 “불편하시겠어요.”, “도움이 필요하시겠어요.”, “힘드시겠어요.”라는 말을 끊임없이 해요. 그 말에는 분명 걱정과 배려가 담겨 있어요. 하지만 가끔은 그런 배려의 시선이 한 사람을 너무 작게 만들기도 해요. 아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말과 행동인 것 같아요.

한 사람에게는 수많은 모습이 있는데 어느 순간 그 모든 모습이 사라지고, ‘장애’나 ‘장애인’이라는 단어만 남아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저의 전부는 아니에요.

나도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일하고,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에요.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있어요. 웃을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어요.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서운해하기도 해요.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어떤 날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보다 전동휠체어와 장애를 더 크게 바라봐요. 그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장애인이 어린이집에 왔다’가 아니라, ‘친구 아빠가 어린이집에 왔다.’ 였어요.

아이들에게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그저 함께 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장애가 수많은 모습의 하나로 사람의 삶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거창한 설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에요.

서로 자주 만나고,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함께 웃고, 함께 밥을 먹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그저 서로의 삶이 자연스럽게 얽혀가는 것. 어쩌면 그것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는 아빠이고, 누군가에게는 엄마이고, 누군가에게는 친구이고, 누군가에게는 동료예요. 우리가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바라보는 순간, 함께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서로 거리가 생겨요.

그날 저는 아이들에게서 하나를 배웠어요. 사람을 바라볼 때 장애를 먼저 볼 필요가 없다는 것. 그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바라봐야 한다는 것. 장애는 그 사람의 모습의 하나일 뿐,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요.

아이들에게 배우고 잘 하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그날 어린이집에서 둘째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생각했어요.

“나 오늘 아빠하고 같이 왔어.” 그 말이 참 좋아요. 그날 아이들에게 저는 장애인이기 전에, 그저 친구의 아빠였을 테니까요.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동정이나 연민으로 규정되기 전에, 누군가가 붙여놓은 장애로 기억되기 전에, 그저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아빠로, 친구로, 동료로, 주민으로 때로는 웃고 때로는 화내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꿈꾸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는, 그런 사람으로요.

나는 장애인이기도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말 하나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더인디고 THE INDIGO]

대구 지역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 팀장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애 인권 이슈를 ‘더인디고’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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