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동원공대위 “시설 권력과 장애 특성 외면한 판결”
- 중증장애인 진술 방식만으로 피해 배척해선 안 돼”
- 판결 직후 입장문 발표… 공대위, 항소 촉구 탄원 돌입
[더인디고]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전 시설장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지만, 장애인단체들은 일부 강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시설장 A씨와 중증장애인 피해자 사이의 권력관계와 장애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며 곧 바로 항소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일 A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장애인·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도 명했다. 검찰은 앞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A씨가 색동원 입소자 3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거부하는 피해자의 머리에 컵을 던져 상해를 입힌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1명에 대한 일부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애인 성폭력 행위에 대해선 장애인복지법을 위반 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강간죄 적용에 대해선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만으로는 그러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피해자에게 위계나 위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성폭력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이라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해당 강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색동원공대위)는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15년 중형 자체보다는 강간 혐의 무죄에 대한 사법부 태도 비판
색동원공대위는 징역 15년이라는 형량 자체보다 일부 피해자에 대한 강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점에 주목했다.
장종인 색동원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15년이면 중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한 명의 피해자에 대한 성폭력 혐의가 무죄가 나온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이번 재판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말하기조차 어렵다”며 사법부가 이번 사건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여성공감 정주희 활동가는 더욱 강하게 비판했다.
정 활동가는 “장애가 중하면 진술을 믿을 수 없고, 장애가 중하지 않으면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데 왜 저항하지 못했느냐는 식의 모순된 판단이 반복되고 있다”며 “장애여성들이 시설 안팎에서 수년간 겪는 성폭력을 언제까지 증명해야 피해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권력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19명 중 3명만 법정에…16명의 목소리는”
색동원공대위에 따르면 이번 사건 피해자 19명 가운데 수사·기소 과정에서 구어로 진술이 가능한 3명의 피해 사실만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비구어적 방식으로 피해를 표현한 피해자들의 진술과 피해 정황은 재판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중증장애 여성들이 피해 진술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받아왔다”며 “피해자가 어떤 시설 환경과 권력관계 속에서 살아왔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6명의 장애인도 분명히 자신의 방식으로 증언하고 있지만, 그 언어가 구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피해를 다툴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은 “색동원 사건은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중증장애인 여성이 겪는 모든 문제와 우리 사회가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피해를 우리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국가가 듣지 않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강간죄 판단이 폭행·협박 여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소장은 “시설 안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간죄 판단 구조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공대위 “판결 넘어 항소 촉구 탄원 시작”
색동원공대위는 선고 직후 별도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법부는 피해자의 장애를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시설 안에서 피해를 제기하기 어려웠다가 탈시설 이후 피해를 진술하게 된 과정과 시설장과 거주인 사이의 권력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이번 사건을 “시설장에게 삶의 권한이 집중된 폐쇄적인 거주시설 구조에서 발생한 권력형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존엄과 진술을 온전히 존중하는 사법적 판단을 촉구했다.
아울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촉구하는 탄원에 돌입했다. 공대위는 항소심에서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다시 다투고, 시설 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색동원은 사건이 알려진 이후 지난 3월 폐쇄됐으며, 운영 법인의 설립허가도 취소됐다. 공대위는 72일간의 인천시청 앞 농성을 통해 거주인 33명 전원의 자립지원과 민관실무협의체 구성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공대위는 시설 폐쇄와 탈시설 지원을 넘어 피해자의 권리 회복과 사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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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판결에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음 재판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