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돌봄예산, 시민사회 요구액 6447억의 4분의 1
- 지역당 5.6억원… 선도사업 당시 국비 9억원에도 못 미쳐!
- 돌봄취약지역 인프라 61억·전담인력 예산도 부족
- ‘돌봄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 국회에 예산 증액 촉구
[더인디고] 정부가 202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현장 안착과 모두의 돌봄 강화’를 핵심 투자 분야로 제시했지만, 정작 통합돌봄의 전국 시행을 뒷받침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노동·장애·복지 등 시민사회 전반에서 제기됐다.
특히 장애인을 비롯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비스 확대뿐 아니라 지역별 돌봄 인프라와 전담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사회복지연대, (재)돌봄과미래 등 20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돌봄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3일 성명을 내고 “법으로 만든 돌봄의 권리를 예산으로 무력화하지 말라”며 2027년 통합돌봄 예산의 대폭 증액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7년 통합돌봄 관련 예산은 약 1558억원이다. 공동행동이 안정적인 전국 시행을 위해 요구한 6447억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앞서 공동행동은 ▲지역특화사업비 2214억원, ▲통합돌봄 전담인력 인건비 409억원, ▲지역 돌봄 인프라 구축비 3824억원 등 모두 6447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최종 정부안은 정부 내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검토된 2531억원과 비교해도 약 1000억원 줄어든 규모라는 것이 공동행동의 설명이다.

지역당 5.6억 원… “윤석열 정부 당시 축소된 시범사업 수준”
공동행동은 통합돌봄 사업비 자체가 법정 본사업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2027년 통합돌봄 사업비를 전국 229개 시군구에 단순 환산하면 지역당 약 5.6억원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는 지역당 국비 약 9억원이 지원됐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 시범사업에서는 지역당 국비가 약 5.4억원 수준이었다는 것이 공동행동의 분석이다.
법정 본사업으로 전환되고 대상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역당 5.6억원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 시기 축소된 시범사업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장애인까지 통합돌봄의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기존 노인 중심 보다 다양한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지역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제시된다.
공동행동은 “전년보다 사업비가 일부 늘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법정 본사업의 출범과 대상 확대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 뒤, “최소한 선도사업 당시 수준인 지역당 약 9억원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약 779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돌봄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사업의 명맥만 유지하던 축소된 시범사업 예산을 본사업의 출발선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돌봄취약지역 인프라 61억… “사는 곳 따라 돌봄 달라져”
더 큰 문제는 지역의 돌봄 인프라이다.
통합돌봄은 지자체에 사업비를 배분하는 것만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주야간보호와 단기보호, 방문요양과 방문간호, 재택의료 등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시설과 기관, 인력이 지역사회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과 인구감소지역은 민간 돌봄서비스 공급 자체가 부족해 국가와 지방정부의 공공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공동행동은 “전국적인 돌봄 공급기반 구축을 위해 2027년 인프라 투자비 3824억원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돌봄취약지역 인프라 확충에 편성한 예산은 61억원에 불과한 약 1.6% 수준”이라며 “특히, 농어촌·인구감소지역은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방문요양, 방문간호, 재택의료 등 서비스 공급기반 자체가 부족한 만큼, 지역에 따라 돌봄받을 권리가 달라지는 현실을 사실상 방치하는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장애인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활동지원이나 발달장애인 서비스를 넘어 의료, 방문건강관리, 식사, 이동, 주거 등 일상생활 전반을 뒷받침하는 서비스가 지역에서 연결돼야 한다. 그러나 지역에 서비스 제공기관 자체가 없다면 통합돌봄 체계가 만들어지더라도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장애인까지 통합돌봄 대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상 확대’와 함께 지역별 서비스 공급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담인력도 부족… “정원은 국가, 비용은 지방정부?”
통합돌봄을 현장에서 담당할 전담인력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도 도마에 올랐다.
행정안전부는 통합돌봄 전담인력 5346명을 기준 인건비에 반영했지만, 정부의 내년 인건비 지원 예산은 192억원으로 약 2400명의 6개월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동행동의 설명이다.
공동행동은 제도 시행 초기 최소한 5346명의 12개월분 인건비 818억원 가운데 50%인 409억원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안은 이보다 217억 원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정원은 중앙정부가 발표하고 사람을 뽑을 돈은 지방정부가 알아서 마련하라는 것은 국가가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돌봄은 대상자를 발굴하고 욕구를 사정한 뒤 필요한 의료·복지·요양·주거 서비스를 조정하고 연계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결국 현장의 전담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제도가 있어도 이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실제로 연결되기 어렵다.
따라서 통합돌봄의 전국 시행을 위해서는 단순한 조직과 정원 확대를 넘어 안정적인 인건비 지원과 적정한 인력 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AI·돌봄로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과 지역 인프라
공동행동은 정부가 인공지능 전환과 돌봄로봇 등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돌봄정책의 투자 우선순위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가족의 돌봄 역량 약화, 장애와 만성질환 증가, 지방소멸 등으로 돌봄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역의 시설과 인력, 서비스 공급기반에 대한 투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AI와 돌봄로봇이 돌봄의 일부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과 사람이 없다면 기술만으로 돌봄을 완성하기는 어렵다.
결국 돌봄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사람·시설·지역사회 서비스 공급기반에 대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공동행동의 주장이다.
“돌봄은 가족에게 떠넘길 일이 아니다”
공동행동이 이번 예산안을 비판하면서 특히 강조한 것은 ‘기본사회’와 돌봄의 관계다.
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 방향으로 기본사회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돌봄이 기본사회의 핵심 인프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거나 늙거나 장애가 생겼을 때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해 가족이 생업을 포기하거나, 지역에 따라 돌봄서비스 이용 여부가 달라진다면 기본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다.
공동행동은 “말로는 기본사회라고 하면서 돌봄을 지방정부와 가족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기본사회가 아니라 각자도생”이라고 지적한 뒤, “이재명 정부에 돌봄 예산을 늘려달라고 이렇게까지 매달려야 할 줄은 몰랐다”며 “돌봄이 시민사회가 정부에 구걸해 얻어내야 할 몫처럼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는 장애계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가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을 공적 지원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와 자립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활동지원만이 아니라 의료·요양·주거·일상생활 지원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따라서 향후 통합돌봄이 장애인을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지역사회 지원체계로 작동할 수 있을지도 주요한 정책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편, 공동행동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2027년 통합돌봄 사업비 대폭 증액 ▲농어촌·인구감소지역 등 돌봄취약지역 인프라 예산 확대 ▲89개 인구감소지역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돌봄 인프라 구축계획 마련 ▲통합돌봄 전담인력 인건비 증액 ▲정부의 통합돌봄 예산 증액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를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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