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필의 모두까기] 장애아동지원센터, 부모를 기다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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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지원센터 출입구에서 아동과 부모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더인디고편집
▲장애아동지원센터 출입구에서 아동과 부모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더인디고편집

[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아이의 발달에서 조기개입은 시간이 중요하다. 발달지연을 일찍 발견하고 필요한 지원을 시작할수록 아이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기개입은 여전히 부모가 정보를 찾아 신청하고,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연결해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17개 시·도에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역시 지역센터의 핵심 사업으로 영유아 조기개입을 제시하고 있다. 종합평가와 개인별지원계획(IFSP), 가정 중심의 양육코칭, 모니터링까지 사업안내에 담겨 있다.

문제는 하나다. 이 역할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전달체계와 인력이 충분한가.

부모가 찾아와야 시작되는 조기개입

현재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의 조기개입은 기본적으로 부모의 신청에서 시작한다. 물론 부모의 참여는 중요하다. 그러나 조기개입의 핵심이 ‘부모가 서비스를 신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해외 조기개입 체계는 조기발견과 서비스 진입을 적극적으로 연결한다.
미국의 IDEA Part C에서는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평가, 개인별가족지원계획(IFSP) 수립, 서비스 제공기관 연결, 서비스 제공 여부 확인과 전환까지 지속적으로 담당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서비스 코디네이터 한 명이 담당할 수 있는 사례 수를 제한하고 있다. 아칸소주는 활성 IFSP 기준 최대 50건을 두고 있으며, 일리노이에서는 기관에 따라 34~82건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사례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적시에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담당자가 무엇을 책임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서비스 코디네이터가 단순히 기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역할이라면 많은 사례를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부터 IFSP 수립, 부모코칭, 서비스 제공 확인, 모니터링과 전환까지 책임진다면 담당 아동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지침 역시 지역센터에 종합평가, 개인별지원계획, 가정 중심 양육코칭, 모니터링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수행할 인력은 충분한가.

우리나라 지침에는 장애아동 규모를 기준으로 1,000명당 1명의 제공인력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의 숫자를 정해놓았다는 것만으로 조기개입에 필요한 인력이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의 인력은 조기개입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는 개인별지원계획, 사례관리, 가족지원, 서비스 연계, 지역사회 네트워크, 전환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특히 조기개입은 책상 앞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를 만나 발달상태를 평가하고, 가족의 욕구를 확인하고, IFSP를 수립하고, 필요하다면 가정을 방문해 부모코칭을 해야 한다. 이후에도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사업안내 역시 개인별지원계획 시행 후 6개월부터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지와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1,000명당 1명’이라는 기준이 실제 업무량을 반영한 것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현재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전체 인력은 102명이다. 2026년 예산은 58억5,300만원이며, 경기 8명, 서울 6명, 세종·제주 3명, 그 밖의 대부분 지역은 5명 수준이다. 이 인력으로 조기개입뿐 아니라 지역센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3명 또는 5명의 인력이 지역사회에서 발달지연 아동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종합평가와 가정방문, 부모코칭, 개인별지원계획, 서비스 모니터링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조기개입을 하라고 만들어놓고 조기개입을 할 사람은 충분히 배치하지 않는다면, 결국 부모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연계한다고 서비스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연계’의 한계다. 장애아동에게 제공되는 발달재활서비스, 의료서비스, 보육·교육서비스 등은 각각 다른 법적 근거와 대상 기준, 예산에 따라 운영된다. 지역센터가 발달재활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관을 연결한다고 해서 새로운 예산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대기자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기관을 연결하는 것, 서비스를 조정하는 것,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정책연구 역시 발달지연 아동 지원체계가 교육·복지·지자체 등으로 분절되어 있고, 지역별 서비스 인프라의 편차와 조기발견·개입 체계의 미비를 문제로 지적한다. 따라서 지역센터의 역할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실제로 시작됐는지, 필요한 서비스가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서비스가 중단되지는 않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연계할 수 있는 센터’가 아니라 ‘개입이 시작되는 센터’다.

예산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2027년도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예산안은 59억8,400만원으로 2026년보다 1억3,100만원, 약 2.2% 증가하는 수준이다. 예산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인력과 서비스 제공 역량이 함께 확대되지 않는다면 조기개입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조기개입의 성과 역시 상담 건수나 서비스 연계 건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빨리 발달지연을 발견했는지, 평가 이후 실제 서비스가 얼마나 빨리 시작됐는지, 필요한 서비스가 중단 없이 제공됐는지, 그리고 아이와 가족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장애아동지원센터가 이름 그대로 조기개입의 중심 역할을 하려면 인력 기준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1,000명당 1명이라는 단순한 인구 기준이 아니라 담당자가 실제로 수행해야 할 평가, 가정방문, 부모코칭, 사례관리, 모니터링의 업무량을 반영한 기준이 필요하다. 2027년 장애인복지 예산을 논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존 사업의 규모를 조금씩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에게 실제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먼저 계산하고, 그 필요에 맞춰 인력과 예산을 배치해야 한다.

아이의 발달을 기다려주는 시간은 없다.
장애아동지원센터가 부모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서비스 안내창구에 머물지 않고, 필요한 아이를 먼저 발견하고 필요한 지원이 실제로 시작되도록 책임지는 조기개입의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mercy_jc@hanmail.net'
공자의 자절사 중 무필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습니다. 필명 무필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비판하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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