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모두에게 열린 숲, 서울국제정원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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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연못 ©전윤선
▲중앙연못 ©전윤선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만나고 싶다면 서울숲으로 가보자.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내리면 푸른 나무와 넓은 산책로가 펼쳐진다.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서울에는 서울숲이 있다. 그래서 서울숲을 ‘서울의 센트럴파크’라는 별칭으로 ‘서트럴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숲과 한강, 성수동, 뚝섬 일대를 잇는 ‘서울숲 그랜드가든’에서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박람회가 특별한 이유는 아름다운 정원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정원’을 목표로 조성했다는 점이다.

서울숲은 과거 뚝섬경마장이 있던 자리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사냥하던 장소였고, 이후 경마장으로 사용되다가 오늘날 시민을 위한 생태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숲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서울 마중정원’이다. 과거 경주마들이 달려가던 결승선은 이제 숲으로 들어가는 출발선이 됐다. 말과 사람, 도시와 숲,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장소다.

정원 입구에는 말을 타고 달리는 기수들의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말과 기수의 모습은 경마장의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숲의 시작을 알린다. 조형물 가까이에서는 말의 신발인 편자도 볼 수 있다. 예부터 편자는 행운을 상징해 왔다. 정원에 놓인 편자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작은 행운을 건네는 듯하다.

▲서울 마중정원(사진 좌)과 조각정원 조형물(사진 우) ©전윤선
▲서울 마중정원 조형물(사진 좌)과 조각정원 조형물(사진 우) ©전윤선

마중정원을 지나면 조각정원이 이어진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조형물들이 푸른 잔디 위에 놓여 있어 산책과 예술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커다란 붉은 조형물은 초록빛 숲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으로 갈라진 듯한 조형물 안쪽에는 사람의 모습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어 작품의 바깥과 안을 번갈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조각정원 가까이에는 무장애 쉼터가 마련돼 있다. 커다란 나무 아래 놓인 벤치에서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쉼터 주변에는 ‘나무 사이’라는 작품도 설치돼 있다. 단단한 땅에 작은 틈을 내어 식물이 살아갈 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이 그 공간을 의미 있게 이용하도록 구성한 작품이다. 작은 틈 하나가 생명을 품는 공간이 된다는 사실이 인상 깊다.

서울숲의 정원 대부분은 계단이 없는 평지나 완만한 경사로 조성돼 있다. 계단이 있는 곳에는 경사로가 함께 설치돼 휠체어 이용자도 정원 가까이 이동할 수 있다. 휠체어 이용자와 유아차를 동반한 가족이 일행과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무장애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이러한 시설은 누구나 같은 공간에 들어가고, 보고, 쉬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접근성이 갖춰진 공간에서는 관람객의 몸 상태나 이동 방식이 관람의 자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영감을 깨우는 정원’은 사람의 감각이 자연으로 확장되는 공간이다. 제주 곶자왈의 원시림을 모티브로 조성한 이 정원은 기존 나무의 결을 살리면서 새로운 조경의 감각을 더했다. 걷고, 머물고, 바라보는 동안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감각이 천천히 깨어난다.

‘포레스트 그로브(Forest Grove)’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서 몽환적인 숲을 만날 수 있다. 기존의 나무와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산책로를 따라가면 빛과 그늘에 따라 식물의 색과 높이가 달라진다. 여러 겹으로 펼쳐지는 숲의 풍경은 자연이 바라보는 대상에서 머무르고 경험하는 공간임을 느끼게 한다.

기업이 참여해 조성한 정원도 있다. ‘숨 쉬는 땅에서 깨어나는 정원’이라는 주제처럼 고요히 잠들어 있던 땅이 사람의 손길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는 과정을 담았다. 정원 안의 길은 데크로 조성돼 있어 휠체어 이용자도 비교적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서울숲 한가운데 자리한 중앙 연못은 또 다른 쉼을 선사한다. 호수 주변의 촉촉한 숲에는 빛이 적은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연의 시간에 몸을 맡기기 좋은 곳이다.

▲무장애 쉼터, ‘이달의 책’ 정원, 서울숲 식물 ©전윤선
▲무장애 쉼터, ‘이달의 책’ 정원, 서울숲 식물 ©전윤선

호수정원을 지나면 ‘이달의 책’ 정원이 나온다. ‘책, 그 이상의 진심을 담아’라는 주제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숲에 앉아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읽는 책은 실내에서 읽을 때와 또 다른 온기를 전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정원 가운데에는 울산을 주제로 한 ‘시간숲 울산’도 있다. 선사시대의 흔적과 태화강의 물결, 대숲을 스치는 바람, 산업도시로 성장한 오늘날의 울산이 한 공간에 담겼다. 오래된 자연과 현대 산업도시의 기억이 어우러져 한 도시의 시간을 들려준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서울숲 곳곳에 조성된 다양한 정원을 둘러보며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정원마다 분위기와 주제가 달라 한 번에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무장애 여행팁

  • 가는 길: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쪽 승강기 이용
  • 접근가능한 식당: 서울숲 역 3번 출구에서 서울숲으로 진입한 입구 식당 모두
  • 접근가능한 화장실: 장애인 방문자 센터 등 숲 여러 곳

[더인디고 THE INDIGO]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관광인식개선교육 강사. 무장애 여행가로 글을 쓰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모두를 위한 평등한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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