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최병호 집필위원] 상쾌한 아침에 일어나서, 정오가 지날 때까지 침대에 누운 채 거치대에 달린 모니터를 올려보며 시간을 보낸다. 두 눈동자에 화면을 담으면서, 엄지손가락으로 커서를 움직일 뿐이다. 창가 햇살이 방 안을 어루만지고, 내 발치 담요에 웅크린 반려견 다롱이는 쌔근쌔근 잔다.
침대 옆에 호흡기가 카트에 실려 자리를 채우고, 얼굴에 밀착한 마스크를 통해 공기를 불어 넣는다. 그 수고로움에 힘입어 생을 잇고 삶을 짓는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눈을 지그시 감은 뒤에 숨을 깊이 마신다.
천장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마음도 비운다. 그 정적을 온몸으로 충분히 받아들인 다음에 모니터에 시선을 맞춘다. 빈 노트를 펴듯 한글 새 문서를 열 때마다 커서가 깜빡깜빡 반긴다. 화면 밑에 띄운 화상 키보드를 하나씩 가리키고 누르면서 글을 채운다.
자음과 모음을 천천히 치면 한 글자를 이루고, 그 글자들이 조용히 모여서 문장을 쌓는다. 머리와 가슴, 기억과 존재를 오가는 나만의 산책을 시작한다. 그 순간만큼은 자유가 깃들고 평화가 내린다. 호흡기를 차고 휠체어에 탄 채 하늘을 올려보던 날이 떠오른다.
온전한 아침은 부모님이 쏟는 힘과 땀으로 열린다.
내 약한 숨이 가쁘기 전에 서두른다. 아버지가 나를 품에 안아 침대에 앉힌다. 엄마가 목을 받치면, 아버지가 따끈한 보리차를 입에 댄다. 세 모금을 마셔서 갈증도 달래고 잠도 깨운다. 아버지가 컵을 내려놓고 목을 다시 세운다. 그 틈에 엄마가 호흡기를 켜고 마스크를 씌운다.
이제 가녀린 목에 강한 힘이 안 가게 스르르 눕힌다. 다리를 당겨서 허리를 쫙 편다. 양다리 밑에 베개를 받치면 한결 편해진다. 배 위에 받침대를 놓고, 터치패드와 마우스를 양손에 잡게 한다. 거치대에 달린 모니터가 눈에 들어오게 높이와 각도를 맞춘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침 돌봄을 마친 후에야 부모님 하루가 시작된다. 안방에서 TV를 켜놓고 함께 식사하신다. 그릇과 수저가 달그락거리고, 방송에서 나오는 소리와 두 분의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이 섞인다. 장애인과 사는 가족들의 풍경은 살과 손으로 매만지는 부분에서 통한다.
책 읽고 글 쓰는 애틋한 행복이 내 손안에 들어오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기에, 엄마에게도 집을 벗어나 숨 돌릴 짧은 기회가 생긴다. 바깥 공기를 쐬면서 기운을 차리거나 한시름 놓고 장보고 쇼핑하는 시간을 허락한다.
내 곁에만 계시면 시들시들 꺾이실 테다.
푹 자고 일어난 날은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아침과 다름없이 보낸다. 노을이 서서히 지고 어둑해지면 가로등이 창가를 노랗게 비춘다. 엄마는 내 돌봄과 집안 살림에 지친 몸을 누이고 한숨 주무신다. 음악이 바뀌는 시점에 엄마의 고른 숨과 뒤척임이 들리면 나까지 편해진다.
어느새 엄마가 맞춰 둔 알람이 울린다. 부엌에서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기 시작한 엄마의 분주한 손놀림에 가만히 귀 기울인다. 내 머리맡에 열어 둔 창을 통해 귀뚜라미 울음과 숨 트이는 가을바람이 인사를 건넨다. 다롱이도 배가 고픈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곧 일어나 엄마가 떠 주시는 밥 한술 꼭꼭 씹어 넘겨야겠다.
[더인디고 THE INDIGO]










![[국감]② 사법공백부터 복지절벽까지…“예산·전달체계·기준 바꿔야” ▲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보윤 의원(사진 왼쪽)이 정은경 장관(오른쪽)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처](https://theindigo.co.kr/wp-content/uploads/2026/10/CHOI-150x1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