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 21기 다리(DARI)팀은 ‘국가장애보험제도(NDIS) 개인중심 지원 모델 기반 장애청년 성인기 전환 지원체계 연구’를 주제로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을 찾았다. 8박 10일 동안 NDIS를 비롯한 장애인 지원과 고용 현장을 살펴보며, 장애청년의 삶에서 지원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지는지 들여다봤다. 다리팀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고민한 이야기를 7편의 기고문으로 소개한다.
[글=다리팀 팀리더 및 홍보 조재호] 시드니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낯선 호주의 공기가 아직은 어색했지만, 본격적으로 NDIS 수행기관을 살펴보는 연수 일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발달장애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자립해가는 과정을 직접 살펴보는 것이었다.
첫 기관인 시드니대학교에 이어 도착한 곳은 호주 장애청년들의 지원기관인 비영리기관 에벤에젤 미션(Ebenezer Mission)이었다. 일찍 도착해 인근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기관 안으로 들어섰다. 에벤에젤 미션의 시작은 음악이었다. 과거 장애인 합창단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기관이 만들어졌다. NDIS가 도입되면서 기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현재는 바리스타와 베이킹, 아트 등 다양한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실무를 총괄하는 매니저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기관 라운지 한편에서는 훈련생들이 직접 구워낸 빵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다름없는 평범한 삶을 향해
“여기 오는 친구들도 다들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해요. 비장애인처럼 기술을 익히고 취업해서 살아가는 게 제일 좋은 미래겠죠.”
매니저의 말은 짧았지만, 에벤에젤 미션이 어떤 방향으로 장애청년을 지원하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 이곳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 청년들을 위한 ‘학교 졸업자 고용지원(SLES, School Leaver Employment Supports)’ 프로그램이다. 길게는 2년 동안 여러 직무를 탐색하고, 원하는 분야를 정해 심도 있는 훈련을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훈련이 기관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 카운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공원에 커피 카트를 끌고 나가 커피를 판매하기도 하고, 커뮤니티 홀을 빌려 미술품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지역사회 전체가 실전 연습 공간이 되는 셈이다.
돌발 상황이나 도전행동을 보이는 이용자를 지원하는 체계도 인상 깊었다. 개인마다 세밀한 행동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팔을 깨무는 이용자가 있다면 즉시 밖으로 나가 산책하거나 물을 마시도록 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경우 테라피 펀드를 활용해 외부 행동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도 한다.
수치를 넘어선 진짜 통합의 의미
물론 호주라고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정부 차원의 고용지원 프로그램이 있어도 실제 민간 카페나 소매점 취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아직 낮다고 했다. 장애청년과의 소통이나 업무 속도의 차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고용주들의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었어요. 콘코드 도서관에 커피숍을 차렸고, 차츰 더 늘려갈 계획입니다.”
현실의 벽 앞에서 멈추기보다 직접 고용 공간을 만들어가는 선택이 인상적이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현실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기 위해 발달장애인을 재택근무 형태로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률이라는 수치는 달성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지역사회와 단절된 채 일한다면 이를 온전한 자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수 전부터 우리가 고민했던 지점이었다.
에벤에젤 미션은 개인의 필요와 욕구에 맞춰 지원을 제공하면서 청년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직접 경험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이를 보며 고용의 숫자뿐 아니라 장애청년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흘러 인터뷰를 마치고, 매니저와 에벤에젤 미션의 훈련생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에벤에젤 미션에서의 시간은 고용률이라는 숫자를 넘어, 장애청년이 지역사회 안에서 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원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제도의 한계 속에서도 청년들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려는 현장의 노력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전국고용서비스협회’(NESA, National Employment Services Association)와 호주의 비영리 고용·직업훈련기관 ‘MTC FutureReady’를 찾아 장애인의 고용과 직업훈련 현장을 살펴본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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