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지원 예산 89.5% 유산균·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에 사용
- 건강기능식품 3회 이상 반복 구매자 94명… 최대 536만 원
- 심의 배정액 43.4% 가전·전자기기·차량 등 자산취득성 물품
- 서미화 의원 “추가 재정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해야”
[더인디고] 장애인 활동지원 등 돌봄서비스 급여 일부를 본인이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실제로는 건강기능식품과 생활가전 등을 구매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취득성 물품의 구매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예외 심의 대부분이 승인되면서, 개인예산제가 돌봄서비스의 선택권 확대를 넘어 물품 구매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보건복지위원회·비례대표)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의 ‘기타 건강지원 제품’ 지출액 1억 2740만원 가운데 89.5%인 1억 1406만원이 유산균·비타민·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사용됐다.
‘일상생활 용품 지원’에는 총 1억 4859만원이 지출됐다. 이 가운데 기저귀 등 위생용품이 35.8%, 단백질음료·죽 등 유동식이 23.0%였으며, 믹서기·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 구매에도 22.8%가 사용됐다.
‘주거지원 물품’은 총 9469만원 중 84.5%인 7996만원이 제습기·공기청정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구매에 쓰였다.
세 항목에서만 총 3억 7068만원이 건강기능식품과 생활용품·가전제품 구매에 지출된 셈이다. 1회 100만원 이상 지출도 주거지원 물품의 32.5%, 일상생활 용품 지원의 14.4%에서 확인됐다. 각각 최대 지출액은 370만 2천원과 429만원이었다.
영양제 반복 구매…한 명이 536만원
건강기능식품의 반복 구매 사례도 확인됐다. 2025년 건강기능식품을 3회 이상 구매한 참여자는 9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누적 지출액이 가장 큰 참여자는 7회에 걸쳐 총 536만원을 사용했다. 올해 역시 7월까지 81명이 건강기능식품을 3회 이상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을 반복 구매한 참여자도 2025년 23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 참여자는 냉장고·정수기·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세탁기 등을 구매하는 데 총 680만 원을 사용했다.
개인예산제는 활동지원·발달장애인 주간활동·방과후활동·발달재활서비스 등 4개 바우처 급여의 최대 20%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이용자가 수립한 이용계획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용계획은 시군구가 적절성을 판단해 합의하며,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면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전문가로 구성된 상급지원위원회가 심의한다.
2024년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2026년 3차년도에는 33개 시군구에서 917명(7월 기준)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 이후 본사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자산취득성 물품 금지’ 원칙에도 대부분 승인
문제는 자산취득성 물품에 대한 예외 심의가 사실상 대부분 승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사업안내는 가구·노트북 등 자산취득성 물품 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상급지원위원회 결정 62건 가운데 ‘불가’ 결정은 1건(1.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합의’ 6건, 계획 보완을 조건으로 승인하는 ‘조건부 합의’ 55건이었다. 가전제품이 포함된 22건(35.5%) 역시 모두 조건부 합의로 처리됐다.
서 의원실이 상급지원위원회 심의 이용계획서 46건을 추가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전체 이용계획의 항목별 배정액 1억 4964만원 가운데 43.4%인 6499만원이 김치냉장고·세탁기 등 가전(1671만원), 노트북·태블릿 등 전자기기(1265만원), 운동기구·차량 등 사업 종료 후에도 남는 자산취득성 물품이었다. 치료·강습·돌봄 등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15.4%에 그쳤다. 특히 6건은 6개월 전환액 전액을 물품 구매에 배정했다. 이 가운데 한 사례는 559만 8천원 전액을 슬로프를 설치한 중고 자동차 구입에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예산’이 ‘시장 구매력’으로 바뀌나
개인예산제의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어떤 물품을 구매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예산의 규모는 서비스지원종합조사 등을 통해 산정된 기존 급여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즉, 개인별 돌봄 필요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사회보장급여의 일부가 개인예산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급여가 서비스 이용뿐 아니라 일정 범위의 재화 구매에 사용되면서, 돌봄 필요에 따라 차등 책정된 급여가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매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 급여액의 차이는 개인별 필요한 돌봄의 양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지만, 개인예산제로 전환되면 급여액이 많은 사람일수록 재화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도 커지는 구조가 된다.
이는 개인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국가가 보장해야 할 사회보장서비스와 개인이 구매하고 싶은 재화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개인예산제가 기존 공급체계에서 제공하기 어려웠던 물품과 서비스를 이용자의 욕구에 맞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 맞춤형 제도’라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실제 집행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생활가전, 전자기기 등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개인예산제의 급여 범위와 물품 구매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서미화 의원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서비스에서의 주도성 강화라는 목표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적 급여가 시장 구매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를 깎아 재화를 구매하게 하는 방식은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을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며 “개인예산제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예산제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기존 사회보장급여의 일부를 전환하는 방식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서비스 총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 구조와 명확한 사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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