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업지원센터, 고용공단으로?… ‘효율성’ 넘어 따져볼 것은

75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양대 노조와 장애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I이미지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양대 노조와 장애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I이미지
  • 양대 노조 “고용·창업은 다른 전문영역”… 통합 재검토 요구
  • 장총련 “당사자·전문가 참여해 효과부터 검증해야”
  • 장애계 일각 “장애주류화 위해 각 부처가 장애정책 책임져야”

[더인디고]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혁의 일환으로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공단의 전국적인 조직과 인프라를 활용해 장애인기업 지원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양대 노동조합은 고용·취업과 창업·기업 육성은 정책 대상과 전문성이 다른 영역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통합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 통합의 필요성과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장애인기업 당사자와 장애계, 전문가 등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양대 노조 “전문영역 다른데 일방적 통합”

공단과 센터 각 노동조합은 지난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센터의 공단 이관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양 노조는 장애인의 자립이라는 공통된 정책 목표만으로 고용·취업과 창업·기업 육성을 하나의 기능으로 통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 등 관련 법령과의 정합성 ▲사업 중복성 및 통합 효과 ▲현장 전문인력과 지원 네트워크 유지 ▲서비스 접근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통합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처우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100% 고용승계와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보장하고,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총련 “통합보다 객관적 검증과 당사자 참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는 29일 입장문을 통해 조직개편을 행정 효율성이나 정부의 조직 운영 측면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장총련은 개편 이후 장애인기업이 실제로 더 나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기존 사업의 전문성과 접근성이 유지되는지, 지역 간 지원 격차가 커지지는 않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애인기업 당사자와 관련 단체, 장애계, 기업지원 전문가, 현장 지원기관 등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해 이관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안적 협력모델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즉, 장총련의 요구는 현재 단계에서 통합 자체의 찬반을 결정하기보다 정책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통합의 실익을 검증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합’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번 논란은 단순히 두 기관을 합칠 것인가의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우선 현재 두 기관의 사업 가운데 실제로 중복되는 기능이 무엇인지, 통합을 통해 어떤 비용과 행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 반대로 전문성이나 서비스 접근성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애인기업 지원은 창업뿐 아니라 경영, 판로, 공공조달, 자금, 기업활동 지원 등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전문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조직을 통합하더라도 이러한 전문성과 현장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다.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장애주류화(disability mainstreaming) 정책​의 관점이다.
김동호 장애주류화정책포럼 대표는 “장애 관련 정책을 특정 기관에 모아두는 것만이 장애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방식은 아니다”며 “오히려 중소벤처기업 정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고용정책은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는 것처럼 각 부처가 자신의 정책 영역에서 장애인의 권리와 필요를 함께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 장애주류화 정책의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장애인기업 정책을 어느 한 기관에 집중할 것인지보다 각 정부 부처가 장애를 자신의 정책 영역에서 얼마나 책임 있게 다루도록 할 것인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기관의 소관이나 조직의 규모 자체가 아니다.
장애인기업에 필요한 전문성과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부처 간 정책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장애인기업 당사자와 장애계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지​가 핵심이다.

정부가 센터 이관을 추진한다면 통합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현장과 당사자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0 Comments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