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연대, 2026 정책대회 개최… 정부·국회·당사자·현장 한자리
- 조정식 국회의장·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입법·예산 지원 의지 밝혀
- 돌봄 넘어 자립·주거·권리보장·자기결정 위한 국가책임 실행과제 논의
[더인디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기 위한 정책이 정부 차원의 공식 과제로 제시된 가운데, 돌봄서비스 확대를 넘어 자립과 권리보장, 당사자의 자기결정까지 국가책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코엑스 마곡 르웨스트홀A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 국가책임을 말하다’를 주제로 「2026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대회는 정부가 지난 9월 10일 발표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이 실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입법·예산과 현장 실행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당시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 강화, 일상 속 자립과 사회참여 확대, 지역사회 중심 지원체계 구축 등 3대 전략과 11대 추진과제, 50개 세부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주간·방과후활동서비스와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지역사회 자립과 주거·일자리 연계, 지역 단위 지원체계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국회, 국가책임제 이행 위한 예산·입법 강조
9월 30일 열린 개회식에는 조정식 국회의장과 남인순 국회부의장,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 국회와 정부, 장애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가책임제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입법과 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국가책임제와 관련해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전제한 뒤, “현장의 요구가 법과 제도로 이어지고 필요한 지원이 충분한 예산과 집행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회가 뒷받침하겠다”며 “부모가 곁에 없을 때 홀로 남겨질 것이라는 가족의 두려움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국가책임제 이행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내용을 설명했다. 정부안에는 내년도 발달장애인 돌봄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25.3% 확대하고, 주간활동서비스 지원 대상을 2만명, 방과후활동서비스를 1만3천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역사회 자립지원의 1대2 지원유형 확대를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남인순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도 주간활동과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 지역사회 자립, 교육·고용·권리보장 등 국가책임제와 연계된 입법·예산 과제를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비스 확대만으로 국가책임 완성되지 않아”
정책대회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가책임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강정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이 발제를 맡았고, 이어 가족지원·주간활동·일자리 등 현장 과제를 두고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가 참여해 정책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단순한 서비스와 예산의 양적 확대를 넘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원인력과 제공기관 확보, 지역별 서비스 격차 해소, 최중증·중복장애인의 접근성 보장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도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을 연계하고, 위기가구 발굴 이후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국가책임제의 성과를 이용자 수나 예산 규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정책 시행 이후 당사자와 가족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중심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가책임제 이행 과정에서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으며,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일자리와 취업·훈련, 근로지원 확대 방향을, 교육부는 전환교육과 학교·지역사회 연계 및 특수교육 여건 확충 방향을 설명했다.
반복되는 시설 인권침해… 지역사회 지원체계 요구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반복되는 시설참사, 진실과 책임을 묻다’를 주제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피해자의 권리보장과 지역사회 정착지원 문제가 다뤄졌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와 전근배 대구대학교 장애학과 외래교수가 발제하고, 인천 색동원과 울산 태연재활원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만으로는 피해자의 삶이 회복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면서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까지 연계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회복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이후 과제… “당사자 참여 보장해야”
세 번째 세션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채택 20주년과 올해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이후 장애인의 권리를 실제 삶에서 보장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과 김기룡 중부대학교 교수가 발제한 가운데, 발달장애인이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쉬운 정보와 의사소통 지원, 필요한 조력과 참여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법률에 권리가 명시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한 재정과 전달체계, 권리구제 수단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사자들이 직접 말한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는 삶”
마지막 세션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과 정책 요구를 이야기했다.
류지우·강병수·이태현·소형민 등 당사자들은 학교와 일터, 주거와 투표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며 각자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발달장애인 일자리 확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주거지원, 투표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는 국가책임제가 단순히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까지 국가책임의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국가책임제가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제시된 것은 중요한 변화”라면서도, “돌봄서비스 확대만으로 국가책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이 교육받고 일하며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살아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삶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연대는 이번 정책대회에서 제시된 당사자와 가족, 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국가책임제 세부과제의 이행 여부와 2027년도 예산 심의, 지역사회 자립지원 등 후속 정책 추진과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입법·예산·제도 개선을 요구해 나갈 예정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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