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 전경 ©더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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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학대한 유치원 특수교사에 대법원 무죄, 민사는 불법행위 인정!

By 조성민

September 15, 2022

[더인디고 조성민]

만 4세 장애아동을 학대한 유치한 특수교사에게 대법원은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민사소송 재판부는 해당 교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상반된 판결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따르면 지난 8월 24일 ‘유치원 장애아동 학대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서울지법 항소 제11-2 민사부 나, 재판장:김수경)에서 법원은 특수교사 A씨가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는 불법행위로 치료비와 위자료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원심과 같은 판결을 했다. 아울러 해당 재판에서 피고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에서 최종 확정됐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7년 5월 서울 모 유치원에 재직 중인 A씨가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당시 4세)에게 식사와 양치 교육을 한다며 정서적 학대를 가하면서 발생했다.

A씨는 울면서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의 입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채 깍두기를 올린 숟가락을 강제로 입에 밀어 넣고, 한 손으로 입을 막아 뱉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양치를 거부하는 아이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강하게 붙잡고 오른손에 쥔 칫솔을 아이의 입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어 양치시켰다.

특수교육실무사의 내부고발에 의해 학대신고가 이루어졌고,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2020년 11월 항소심에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사와 피해자 측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결국 A씨는 아동학대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형사처벌 없이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당시 판결은 대법원이 유지해온 미필적 고의에 대한 판단기준이나 법리를 스스로 깬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교육적 의도나 목적을 내세워 장애아동에게 가하는 학대와 인권침해 행위가 묵인되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지난 2021년 4월 15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원과 피해 아동 부모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심을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더인디고

앞서 2015년 대법원은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판결(대법원 ‘15.12.23 선고, 2015도13488)한 바 있다.

장추련에 의하면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 측은 자신들의 피해회복과 더불어 또 다른 아동들이 학대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 재판부는 A씨의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형사사건의 판결에서도 목격자 증인신문 등을 바탕으로 가해행위의 발생 사실은 모두 인정한 점을 들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강압적 수단이 고의까지는 없었다고 해도 교육적으로 매우 부적절하고, 교육의 한계를 벗어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가해행위 이후 행동조절 어려움 등에 따른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에 지출한 진료·약제비 및 피해 아동과 부모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이번 민사소송 1, 2심 소송대리를 맡은 나동환 변호사는 “특수교사가 자폐성 장애아동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강제적으로 행하는 식사 및 양치 지도행위는 교육적인 목적과 의도가 있다고 할지라도 정당한 교육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성’ 있는 행위에 해당하고,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특수교육의 현장에서 절대로 행해져서는 안 되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정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장추련은 “유치원 등에서 식사나 양치지도는 아동이 올바른 식습관 및 생활양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행해질 필요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제한적이고 보충적으로 신체적 촉진의 방식이 활용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신체적 촉진은 아동의 인격을 존중하는 전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학대행위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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