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의 색연필] 우리, 책임의 시대에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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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더인디고=김민석 집필위원] 이번 3월의 대학교는 평소와 다르게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강이 연기된 것과 함께 초반 몇 주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영상 프로그램 사용은 차치하고라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는 교수나 학생들 모두 낯설고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은 꽤나 지속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수업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일부 언론에서 다룬 것처럼 시각, 청각장애인 학생의 경우 온라인 강의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사이버대학을 제외한 전국 대학내 장애인 학생수가 4,566명이라고 한다. 필자가 준비한 온라인 수업 또한 시각, 청각장애인 학생은 제대로 진도를 따라올 수 없는 수업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필자가 이번 학기에 가르칠 과목은 지속가능경영, 스타트업, 그리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강의인데, 나와 학교는 과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며 얼마나 많이 장애인 학생들에 관심을 가졌는지 반문해 보았다. 그리고 그 학생들에 대한 책임을 다한 것인지도 생각해보았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하지만, 함부로 사용하기에는 무언가 부담이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책임은 권리라는 단어와 자주 어울려 쓰이며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권리를 요구할 수 있고,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책임을 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또는 어느 상황에서든지 책임을 지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며, 공동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동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임을 지는 활동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 않더라도, 단순한 최선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숭고하고 진실된 방법으로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책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책임을 지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주저하게 되거나 부담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책임을 지는 것 자체가 어렵거나, 이에 대한 결과를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책임을 이행해야 하는 경우도 힘이 들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책임 활동을 하는 것이 충분했지만, 이제는 책임에 대한 ISO 26000,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평가 등 다양한 표준 및 가이드라인이 등장하면서, 책임의 범위와 대상 등이 확대되고 구체화되고 있어 이러한 요구에 모두 충족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많은 기업은 CSR 및 지속가능경영 등의 단어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다양한 이행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은 ESG와 TBL(Triple Bottom Line)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 측면의 책임 활동 수준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대외적으로 공시되어 기업의 평판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자발적으로 책임 활동을 기꺼이 할 의향이 있는 주체라도, 누군가의 감시가 있거나 요구 수준이 높은 요즘과 같은 경우는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고, 오히려 방어적이고 최소한의 활동만으로 대응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결국, 책임은 우리의 선택이다

하지만 책임이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내리는 선택이다. 지난 12월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의무이행 노력을 하지 않은 대기업 26곳을 포함하여 총 459개 기관과 민간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명시한 법정 고용비율에 미달한 조직들이다. 물론 회사 사정 또는 근로여건상 등 여러 이유로 장애인 고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조치와 개선 방안은 각 조직의 몫으로 남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CSR과 사회가치 창출을 강조하는 기업과 기관이 많은데, 실제로는 책임을 지지 않는 행동에 대해 비난을 감수하고, 변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좋은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폴 호켄은 그의 저서 ‘비즈니스 생태학’에서 “비즈니스가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는 말을 달리 고상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라는 표현을 하며 기업과 조직은 회복의 경제(Restorative Economy)의 프레임으로 기존 산업경제와는 다르게 접근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왔던 기득권과 관행에 대해 우리 일상생활 중 생산과 소비, 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인권과 노동, 환경 등 사회에 대해 책임지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요구하는 권리와 자유만큼 책임을 다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에 대한 결과는 우리가 사회에 심은 씨앗이고 미래에 남겨줄 우리의 발자국인 것이다.

영국 금융가 조시아 찰스 스탬프의 말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임을 피하기는 쉽다. 그러나 책임을 피했더라도 그에 따른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조시아 찰스 스탬프, Josiah Charles Stamp) [더인디고 The 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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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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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운
4 years ago

더인디고의 필진 구성이 훌륭합니다.
#책임은 피하더라도 그에 따른 결과를 피할 수 없다.

Admin
조성민
4 years ago
Reply to  서동운

감사합니다. 전할 소식 있으면 누구나 더인디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