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한 ‘재난취약집단’… 범위·통계·지원 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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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참사를 당하자 장애인, 노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라고 적힌 손피켓 등을 들고 집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참사를 당하자 장애인, 노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라고 적힌 손피켓 등을 들고 집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 재난은 취약집단에 집중? 대책은 미흡!
  • 고령화·장애범주·긱경제·디지털화 등 사회경제 변화 주시
  • 회복지원 대상은 있지만, 관련 통계는 부재
  • 보사연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서 재난취약집단 대책 강조

[더인디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호의 대상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전 취약계층’의 범위를 어린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취약집단의 재난 피해 예방과 적절한 사후 지원을 위해서는 재난취약집단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보건정책연구실 김동진 연구위원은 지난 7일 ‘재난취약집단 건강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제447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동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관련법에 근거한 안전 취약계층 범위가 재난 취약집단을 충분히 포괄하고 있지 않아, 재난으로부터의 피해 예방과 적절한 사후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재난으로부터 취약집단의 건강을 지키려면 개념 재정립과 함께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심리·의료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체적·사회적으로 취약할수록 재난 피해 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23년 선행연구에서 재난 불평등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사회계층이 낮은 사람이 재난에 더 취약했고, 개인적 취약성을 보완해 주어야 할 정부의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난 피해 사각지대에 있는 인구집단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히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수행된 재난 관련 연구 문헌을 고찰한 결과, 자연 재난으로 인한 주요 피해집단은 노인, 임산부 및 영유아, 아동 및 청소년, 환자, 저소득층, 돌봄노동 여성, 장애인, 이민자 등이다. 특히, 자연 및 사회재난으로 인한 피해자는 그들이 처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환경적 취약성으로 피해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난취약집단 개념 확대·법적 지원 근거 마련 필요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 측면 위주로 취약성이 언급됐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의 가속화 등에 따라 경제적 차원에서의 취약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증가, 장애인의 범주 확대, 긱 경제(gig economy, 필요에 따라 임시직이나 프리랜서를 활용하는 경제활동)로 인한 플랫폼 노동자 등장,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등의 발생으로 취약 집단의 범위와 규모가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

반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의 안전취약계층은 ‘어린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재난에 취약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는 코로나19의 경험과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안전취약 계층의 범위를 어린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으로 한정한 것은 재난취약집단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재난취약집단의 재난 피해 예방과 적절한 사후 지원을 위해서는 재난취약집단의 정의를 더 포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재난 종류별로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재난취약집단 범위 확대와 지원의 우선순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난으로 인한 심리회복지원 및 의료지원 확대해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 체계에도 불구하고 ‘재난피해 회복수준 실태조사’ 결과에서 재난 심리 회복지원 서비스 이용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재난취약집단의 심리 상태는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재난 심리회복지원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2022년 재난 피해 회복 수준 실태조사_그림 왼쪽(상해, 질병 치료과정의 어어려움 이유), 오른쪽(재난으로 발생한 신체적 피해의 회복 여부 및 회복 소요기간). 자료=보건사회연구원
▲2022년 재난 피해 회복 수준 실태조사_그림 왼쪽(상해, 질병 치료과정의 어어려움 이유), 오른쪽(재난으로 발생한 신체적 피해의 회복 여부 및 회복 소요기간). 자료=보건사회연구원

재난 피해자에 대한 조사 결과, 재난으로 인한 신체 피해로부터 건강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절반 정도가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과정에서도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과 의료기관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이 주된 어려움으로 나타난 만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김 연구위원 “재난피해자에 대한 의료급여 신청 요건과 급여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접근성이 낮은 의료 취약지역 재난 피해 주민과 거동이 불편한 재난 피해자를 위한 이동 진료 확대로 의료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집단 재난통계 강화와 부처 간 정보 연계로 대응력 높여야

현재 우리나라는 해마다 발생하는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어떤 인구 집단에 집중되고 있는지, 재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신체적·경제적 피해가 얼마만큼 복구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재난취약집단에 대한 재난 예방 및 회복지원을 위해 관련 법률에서 재난취약집단을 정의하고 있지만, 이들의 재난 피해 및 회복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별도의 통계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젠더, 사회계층, 언어, 연령, 장애 여부 등 재난 취약성을 고려해 재난통계를 산출하고 재난의 영향을 분석, 인구집단별로 재난 피해 현황과 격차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법에서 규정한 재난취약집단을 대상으로 재난 피해와 회복 등에 대한 통계 생산을 시작하고 이후 필요에 따라 점차 재난통계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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