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본적 품위 훼손하는 정신병원 보호시설은 인권침해

0
234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더인디고
  • 인권위, 정신의료기관 보호실에 차폐시설 없이 변기와 침대를 나란히 설치하면 인권침해
  • 보건복지부에 보호실 구체적 환경 기준 마련 권고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보호실에 차폐시설(가림장치) 없이 변기와 침대를 함께 설치한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차폐시설이 있는 화장실 설치 등 보호실 구조 및 설비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정신건강복지법)’ 또는 보건복지부 훈령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였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2018년 6월 28일부터 5일간 폐결핵 치료 중 정신질환 병증 치료를 병행했으며, 이때 폐결핵이 비전염성인지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약 5일간 피진정 정신병원의 보호실에서 생활했다.

피진정병원은 의료재단법인 병원급 정신의료기관으로서, 3개의 폐쇄병동(4~6개층)에 보호실 면적은 7.4㎡이고, 보호실 내에 가림막이나 환기시설 없이 동일 공간 내 침대와 좌변기 각 1대가 개방된 구조로 설치되어 있으며, 천장에 에어컨과 CCTV가 설치돼 있었다. 또 잠금시설이 보호실 밖에만 설치되어 있어 관계인들이 아무 때나 출입이 가능한 상태이며, 비록 변기가 있는 곳은 화면에 보이지 않도록 CCTV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출입문의 투명 창문을 통하여 언제든지 보호실 안을 볼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진정인 A씨는 보호실에서 용변을 보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외부에 노출됐고, 변기와 침대가 같은 공간에 있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비인격적 처우를 받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한 것.

인권위는 “보호실의 폐쇄적이고 열악한 환경은 치료목적과는 달리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안전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에 보호실도 일반병실 환경과 유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해당 보호실에는 차폐시설이나 환기시설도 없는 상태로 취침을 하고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이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품위를 훼손하는 처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비록 건강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진정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도 현재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의 보호실 시설 규모 및 설비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 피진정병원만을 특정하여 개선권고를 하기보다는 보건복지부에 보호실 구조 및 설비 등에 관한 공통된 기준을 마련할 것과 이를 최소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또는 보건복지부 훈령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2015년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를 실시, 2016년 10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호실의 구조와 설비, 강박도구의 표준화를 위한 연구와 표준화된 보호실과 강박도구의 활용 및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8월 인권위의 권고를 일부 수용하였으나, 보호실에 침대와 변기가 함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은 바, 추가 권고를 하였다.

아울러 인권위는 코로나19 이후 집단감염에 취약한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다인실 구조의 폐쇄형 시설환경 등으로 인한 정신장애인의 건강권 차별 개선을 위한 조사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승인
알림
664b53f2193c6@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