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일의 접근성 브런치]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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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

김혜일 프로필 사진
김혜일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김혜일 집필위원] 지난 2009년 즈음, 한국의 시각장애인들 사이에는 헛소문처럼 퍼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미국에서 파는 핸드폰은 터치폰인데도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이 있어서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대”

이상한 소문이 현실로

당시는 버튼이 있는 피쳐폰은 점점 줄어들고,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의 피쳐폰(이하 터치폰)이 보편화되는 시기였다. 시각장애인은 피쳐폰조차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터치폰 사용은 상상할 수 없었다. 터치폰은 손으로 만졌을 때 버튼이 느껴지지 않고, 화면을 만지는 순간 기능이 바로 실행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진리로 여겼다. 그나마 최소한의 기능이라도 사용하기 위해 터치 인터페이스가 아닌 휴대폰을 찾아다니던 시기였다. 절대로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허들이었다.

어떤 휴대폰도 시각장애인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던 그 시절에, 휴대폰의 내용을 읽어줄 뿐 아니라 심지어 터치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보조기기 개발사 한 곳이 키보드가 달린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소니 엑스페리아)에 사용할 스크린 리더를 개발해서 테스트했었다.

하지만 소문은 점차 구체화되었다. 미국에 있던 일부 시각장애인이 MP3 플레이어를 만들던 회사에서 터치폰을 출시했고, 이 터치폰이 내용을 잘 읽어줘서 시각장애인도 활용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아이폰 3GS였다. 너무 기대되고 사용하고 싶었으나 그당시 ‘직구’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2009년 말 아이폰3GS가 국내에 공식 출시되면서 비장애인보다 더 엄청난 정보 혁명이 시각장애인에게 일어났다. 기적 같은 혁신이었다. iOS3부터 탑재되었던 ‘보이스오버’가 정말 화면에 있는 내용을 모두 음성으로 들려줬다. 상상할 수 없었던 저세상 이야기가 내 앞에 펼쳐진 셈이다.

아이폰 보이스오버가 가져온 혁신

아이폰의 보이스오버가 가져다준 여러 혁신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 번째로, 보이스오버는 시각장애인도 터치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만지는 순간 기능이 실행되어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다는 통념을 보이스오버가 바꿔놨다. 보이스오버가 실행되면 화면을 만졌을 때 기능이 실행되지 않고, 현재 만진 객체가 무엇인지 음성으로 읽어준다. 화면이 보이지 않더라도 더듬어 가면서 내용을 소리로 듣고 확인하는 방식이다. 방금 소리로 들은 버튼을 실행하고 싶을 때는 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 번 탭 하면 된다. 이 외에도 화면을 쓸어넘기는 제스처를 도입해서 화면에 배치된 객체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탐색하고 목록을 스크롤 하는 등의 여러 탐색 방법까지 제공한다.

두 번째로, 보이스오버는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탑재된 접근성 기능을 경험하게 했다. 기존에 DOS 시절부터 Windows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는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화면낭독프로그램이 없었고, 사용자들은 당연히 필요한 고가의 화면낭독프로그램을 구매해서 설치하고 있었다. 당시 금액으로 최소 20~30만 원, 컴퓨터 구매 이외에 추가로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에는 화면낭독프로그램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접근성 기능은 추가 비용 없이 기본으로 제공된다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기본 탑재된 접근성 기능은 애플 생태계(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 등)에서는 동일하게 제공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기기인지 아닌지 먼저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고민했지만, 애플의 접근성 기능은 기본으로 탑재되기 때문에 출시되면 고민 없이 구매한다.

세 번째로, 보이스오버는 정보의 격차를 두지 않았다. 기존의 휴대폰은 시각장애인이 음성으로 듣고 활용할 수 있는 기능에 제약이 많았다. 최소한의 접근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의 기본 앱은 시각장애인이 보이스오버를 통해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같은 경험을 받는 것은 기본이지만, 오랜 기간 최소한의 접근성에 익숙했던 시각장애인에게 너무 놀라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이스오버는 접근성 기능이 지속해서 고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이스오버가 훌륭한 접근성 기능이고 여러 놀라운 혁신을 가져왔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 기본 앱의 접근성을 100% 보장한 것은 아니었고, 보이스오버의 기능도 여러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보이스오버를 통해 처음 느꼈던 경험은 OS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더 나은 경험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기본 앱의 사용이 더욱 편리해졌고, 기능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더 많은 정보, 세밀한 탐색, 고도화된 옵션을 제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접근성 품질이 더 좋아지는 아주 새로운 경험을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했다.

보이스오버는 어느 순간 아이폰의 카메라 앱을 통해 보이는 피사체(사람)에 대한 설명까지 제공하기 시작했다. 애플워치는 기존의 정보제공 방식과 달리 소리 없이 진동 패턴만으로 시간을 안내하는 ‘탭틱 시간 말하기’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조금 걱정되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된 뒷광고. 너무 보이스오버에 대해 칭찬만 하고 있어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도 있는데, 나는 아이폰4부터 직접 구매해왔던 앱등이다.

현재 스마트폰의 접근성 기능

스마트폰의 대표 운영체제가 iOS와 Android라면, 시각장애인에게 두 진영은 iOS의 보이스오버(voiceover)와 Android의 톡백(Talkback)으로 대표된다.

2020년 현재, 시각장애인은 iOS와 Android 스마트폰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톡백은 eye free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되어 Android 운영체제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화면낭독프로그램이고 기본 사용 방법은 보이스오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톡백이 비록 보이스오버에 비해 늦은 출발을 보였으나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를 살펴보면, LG전자는 톡백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삼성전자는 톡백 대신 Voice Assistant(구 Galaxy Talkback)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Voice Assistant는 갤럭시S6 이후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톡백을 기반으로 일부 기능을 개선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시각장애인도 터치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보이스오버와 톡백 같은 접근성 기능(화면낭독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은 단순히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iOS와 Android는 여러 장애 유형이 스마트폰을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성 기능을 제공한다.

iOS의 ‘설정 > 손쉬운사용’에 들어가면 시각, 청각, 지체, 발달 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접근성 기능을 제공한다.

설정 > 손쉬운사용(iOS14, 아이폰XS 기준)
설정 > 손쉬운사용(iOS14, 아이폰XS 기준)

Android의 ‘설정 > 접근성’에서도 다양한 접근성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제조사별로 설정 위치와 제공하는 기능이 다를 수 있다.

설정 > 접근성 (Android 11, 픽셀2XL기준)
설정 > 접근성 (Android 11, 픽셀2XL기준)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 기능의 확장

스마트폰의 핵심은 무엇일까? 고성능 AP? 선명한 화면? 빠른 인터넷? 고화질 카메라?

가장 중요한 핵심은 ‘App Store’와 ‘Play스토어’로 대표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이다. 여러 개발사에서 다양한 앱을 개발하면 사용자는 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앱을 설치할 수 있고, 스마트폰의 기능은 거의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기본으로 넣어 주는 앱, 그 외에 다양한 기능의 앱을 필요하면 누구나 설치해서 사용한다. 이전보다 더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앱이 내 스마트폰의 가치를 더 높인다.

시각장애인도 앱을 설치해서 내 스마트폰의 기능을 확장하면서 그 가치를 높이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 같이 확인해보자.

*김혜일 집필위원은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을 어떻게 사용할까’라는 주제로 지난 글 ‘시각장애인이 사용했던 휴대폰’에 이어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과 ‘새로운 세상,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과 시각장애인’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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