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16년]16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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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노란색 유도블록 사진.
카페의 입구는 턱도 없고 유도블록도 있지만 카페에서 휠체어 진입을 거부했다. ©박관찬 기자
  •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6년-1
  • 턱이 없어도 휠체어 진입 거부, 편의점 이용 어려워
  • 16년이 지났지만 법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6년이 되었다. 16년이 지났지만 이 법의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더인디고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당사자들을 만나보며 그들로부터 16년 동안 이 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들어본다.

기자가 길을 가다가 어느 유명 브랜드 카페 앞을 지나려는데, 카페 입구에 전동휠체어 한 대가 있는 걸 발견했다. 휠체어에는 사람 한 명이 앉아 있다. 카페 입구는 노란 유도블록도 있고 턱도 없어서 휠체어가 카페 안으로 진입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입구에 가만히 있자, 기자도 호기심이 발동하여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지켜봤다. 이날 온도는 25도였지만 체감 온도는 30도를 넘길 정도로 더워서 가만히 서 있어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카페 안에서 사람 한 명이 나왔다. 두 손에는 아이스커피가 하나씩 들려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전동휠체어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건넸다. 휠체어에 탄 사람은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신 뒤 커피를 가져온 사람과 함께 어디론가 출발했다. 기자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두 사람을 따라갔다.

얼마나 따라갔을까. 두 사람이 멈춘 곳은 어느 편의점 앞이었다. 편의점에서도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나머지 한 사람만 안으로 들어갔다.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은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편의점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커피는 어느새 다 마셨는지 사라졌고, 두 손엔 각각 비닐백이 들려 있었다. 장을 본 것 같았다. 기다리던 사람이 나오자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은 휠체어를 출발시켰고 두 사람은 다시 어디론가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따라가면서 편의점을 지나칠 때 보니 편의점 입구는 턱이 있어서 전동휠체어의 진입이 불가능해 보였다.

두 사람이 큰 길가로 나와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동안 말을 걸까 말까 고민했다. 문득 생각해보니 카페 가기 위해 짐을 챙겨온 덕분에 가방에 명함이 있었다. 신호가 바뀌어 두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넌 뒤 용기를 내어 두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기자라고 밝히며 명함을 건넸고, 궁금했던 걸 몇 가지 여쭤보고 싶다고 했다. 또 시청각장애가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음성인식기능 어플로 대화하기 위해 폰 화면을 켰다.

두 사람은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였다.

제일 궁금했던 걸 먼저 물어봤다. 날씨도 더운데 왜 카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활동지원사를 기다렸냐고. 장애인이 한숨을 내쉬며 카페 직원이 장애에 대해 몰지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오면 휠체어 바퀴 자국이 남는다거나 고객들이 불편하다면서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이라고 제보하거나 신고한 적 있냐니까, 속시끄러운 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테이크아웃해서 다니는 게 편하다고 대답했다.

많은 편의점은 턱이 있거나 규모가 너무 작아서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박관찬 기자

옆에서 듣고 있던 활동지원사는 아까 방문했던 카페 외에도 식당이나 시장 같은 곳에서도 휠체어 진입을 막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카페처럼 턱이 없는데도 못 들어오게 막아서 기분 나빴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두 번째로 갔던 편의점은 기자도 입구에 턱이 있는 걸 봤다고 말하자, 장애인 이용자가 이 동네 편의점들은 다 턱이 있거나 규모가 너무 작다고 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안으로 한 번 들어가서 직접 구경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필요한 것, 사야 하는 것들을 활동지원사에게 알려주고 부탁할 수는 있지만, 본인도 ‘충동구매’라는 걸 해보고 싶다고 했다.

쇼핑몰이나 편의점 같은 곳에 필요한 것이 있어 갔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거나 흥미를 끄는 어떤 상품으로 인해 누구나 계획에 없던 충동 구매를 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편의점에는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기에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게 된다. 활동지원사도 사실 이용자가 부탁한 걸 사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이런 물건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조금 더 다양한 선택지를 알려 주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했다.

아주 사소할 수도 있지만 ‘충동구매를 할 권리’는 사치를 부리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들어오는 카페 안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권리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를 이유로 모든 생활영역에서 차별하면 안 된다고 한 지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은 이렇게 여전히, 지금도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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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365
16 days ago

박관찬 기자님, 더운 날 취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장차법 16년… 시민의식도 그만큼 성숙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