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추행 혐의 발달장애인, 징역 3년”… 장애계 “가혹, 선처 호소”

6
1149
▲검찰 구형에 당사자를 비롯한 장애계가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더인디고 편집
▲검찰 구형에 당사자를 비롯한 장애계가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더인디고 편집

  • 재범위험, 징역 3·전자장치 7년 구형
  • 20대 자폐성장애인,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재판 회부
  • 조사과정 조력여부 등 법적 절차 확인 필요
  • 장애계 장애특성사건 경위 파악조차 어려워탄원 준비

[더인디고 조성민]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고발된 자폐성장애인 박모(27세) 씨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계는 지난 9일부터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선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면서도 “당시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박씨의 장애 특성을 고려해 달라”는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 박씨의 재판은 오는 2월 3일로 예정돼 있다.

앞서 박씨는 지난해 7월, 평소 다니던 헬스클럽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피해자) 엉덩이를 2회 터치한 사건으로 고발됐다. 이에 피해자 측(국선 변호사)은 박씨 측과 합의 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박씨를 징역 3년, 보호관찰 5년, 전자장치부착 7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 박씨의 성추행과 미성년자 엉덩이를 2회 강제 추행한 것으로 볼 때 ‘성폭력범죄의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했다.

경찰조사 과정부터 조력을 받았는지, 검사는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인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발달장애인법은 범죄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해서도 충분한 교육을 받은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 및 수사관이 조사하도록 했고, 조사과정에서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또한 장애인이 수사받을 때 수사기관이 해당 장애인이 법에 따라 조력 받을 수 있는 사항을 안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검찰은 절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30대 지적장애인이 권리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바 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발달장애인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처럼 경찰 수사 과정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장애계는 상황이 어떠하든 박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과하다는 의견이다.

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선 탄원서 모으면서, 사건 등을 파악한 후 기자회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월 9일 작성된 탄원서에 의하면 “박씨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고, 피해자가 받은 상처에 대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처벌을 받는 것 또한 마땅하다”고 전제한 뒤,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은 발달정도나 자폐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관심사가 제한되거나 정해진 행동과 순서에 집착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적절한 말과 행동 표현에 어려움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가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라며 “비장애인이 아닌 중증의 자폐성장애라는 것을 감안해, 다른 관점으로 살펴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자폐성장애인 박OO씨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 (google.com)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8212165ece1@example.com'

6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eumyh70@naver.com'
엄영희
1 year ago

그럼 이런 장애우들은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저도 이런 오빠를 둔 보호자입니다~~그래서 형을 다 치루고 이 아이는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까요? 저는 오빠를 버리지도 보호하기도 참 힘에 버겁습니다.

eumyh70@naver.com'
엄영희
1 year ago

엄마가 돌아가시고 제게 온 오빠. 시설로 보내야 할까요.선생님들의 바른 길을 저에게 알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carefree0308@naver.com'
장신희
1 year ago

너무 가혹한 것 같네요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행동할 지적 수준도 아닐텐데

njtm010@naver.com'
정수민
4 days ago

저도 2024.6.21 에 GS 직영 편의점에서 거기 채용되서 일 잘한다는 자폐장애인한테 엉덩이 추행 당했는데…. 제발 탄원서 써주지마세요…. 사과랑 CCTV 보는거도 안된다고 점장이 저한테 갑자기 요구하지 않던 보상도 안줄거라고 경멸하는눈으로 쳐다보고… 저같은 피해자는 진짜 힘들어요!

autistic778@naver.com'
자폐증 당사자
3 days ago

저는 아동기 자폐증 평정 척도 CARS에서 37점을 초과한 중증 자폐증에 해당하는 데다가, A-DOS2 자폐증 선별 면담 척도에서 자폐증 점수를 받은 자폐인입니다. 저 범죄를 저지른 자폐인의 구체적인 지능지수라던지 자폐증 검사의 점수 내지 소견 등에 대해서는 파악이 불가하여 속단할 수야 없겠습니다만,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선처라던지 면죄부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최중증 자폐증 역시 ABA 응용행동분석 치료를 통해 사리분별력을 함양할 수 있는데다가, 발달장애가 형법의 범죄구성요소를 구성한 범죄론에서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요건을 충족해도 책임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으면 발달장애인 인식만 악화되고 비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