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성적’ 뒤에 감춰진 장애인 스포츠의 민낯,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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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성적’ 뒤의 감춰진 장애인 스포츠의 민낯, ‘인권침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쇼다운 시각장애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 현장에게 겪은 것은 단순한 인권침해가 아닌 명백한 장애인학대라고 성토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근절을 촉구했다. 각종 국제대회에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선수보호체계가 중요하다. ⓒ 더인디고 편집
  • 한국선수단,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종합 4위 기록
  • 김예지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낸 장애인 스포츠의 민낯
  • 한자연, 성명 통해 특단의 조치 취해야 한다고 강하게 성토
  • 장애인 스포츠 발전 만큼 이제 ‘인권’도 체계적으로 짚어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이 목표로 세운 종합 4위를 달성하며 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대회가 끝난 28일까지 금메달 30개, 은메달 33개, 동메달 40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에서 중국, 이란, 일본에 이은 4위에 올랐다. 각종 언론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 같은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실업팀 창단, 선수 발굴, 리그제 시행 등을 통해 국내 얇은 선수층을 보완하는 등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대회 성적 못지 않게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등 문제부터 먼저 톺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아시안게임 중에 드러난 장애인 스포츠 인권침해 민낯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쇼다운 시각장애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 현장에게 겪은 것은 단순한 인권침해가 아닌 명백한 장애인학대라고 규정했다.

지난 8월 영국 버밍엄에서 개최된 2023년 국제시각장애인협회(IBSA) 월드게임에 출전한 쇼다운 남녀 국가대표들이 감독, 코치 등 코칭스태프로부터 폭언과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KBS의 단독보도에 세상에 알려진 것. 피해를 당한 선수 6명은 물론 선수들과 함께 이번 학대 상황을 세상에 전한 코치 1명은 스포츠 윤리센터에 진정을 접수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국민체육공단 등 체육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던 24일까지도 스포츠 윤리센터는 조치 결과를 묻는 김 의원에 질의에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김예지 의원은 “경기 당일 주변에 물어봐서 겨우 경기에 참석했다고 한다. 보이지도 않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의 국제대회 현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유기됐다. 67명의 선수단 중 선수는 24명이고 나머지는 지원 인력, 코치 감독이다. 그런데도 버려졌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건 장애인복지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방임이자 유기”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번 쇼다운 선수들이 겪은 인권침해 상황은 스포츠윤리센터가 규정한 인권침해 11개 유형 중 8개나 해당하는 만큼 직무유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시각장애가 있는 쇼다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행한 코칭스테프들의 인권침해 행위는 ‘장애인학대’라고 성토하고 있다. ⓒ 국회TV 유튜브 국정감사 영상 갈무리

이에 27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상임대표 진형식, 이하 한자연)가 성명을 내고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실효성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자연은 쇼다운 선수들이 코치진들로부터 부상 시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게 하거나, “너희들은 왜 시각장애 말고도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냐? 는 등의 심각한 언어폭력이 있었다”면서, “맴매한다”, “혼난다”, “맞는다” 등 모욕적 언행을 하며, 엉덩이를 툭툭 치는 등 성추행까지 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장애인 체육선수들의 인권실태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체육선수 중 폭력이나 학대 피해 경험자는 354명(22.2%),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험도 143명(9.2%)이며, 특히 대부분 선수들이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과도한 훈련이나 기압, 얼차려 등 체벌·구타(폭력)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자연은 체육회 규정상, 가맹단체 문제로 상위조직에 이의를 제기해도 조사 후 징계 주체는 가맹단체이기 때문에 솜방망이 징계로 끝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제식구 감싸기 식의 징계 등 전체적으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금빛 찬란한 성과 뒤의 감춰진 인권침해, 근본적인 대책 있어야

지난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자료(장애인스포츠 인권침해현황과 과제_안재찬 저)에 따르면, 장애인 스포츠에서의 폭력도 ‘정신력 강화와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언어적 정서적 폭력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폭력 가해자로는 지도자가 가장 많고 동료, 트레이너, 선배, 후배, 관련 직원, 경기보조자 등의 순이다. 그러면서 연구는 “장애인스포츠에서 비장애인지도자의 비율이 매우 높고 비장애인스포츠에서 장애인스포츠로 전직한 지도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장애 감수성과 장애 유형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는 “지역 할당제나 책임제도와 같이 인권감시관이 부여된 팀의 지속적인 인권감시체제 구축”이 필요하지만, 먼저 스포츠윤리센터 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전문인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애스포츠인들은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스포츠윤리센터로 상담을 신청하지만 원활한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시 대한장애인체육회로 문의를 하는 실정이라는 것. 이러한 허술한 신고체계가 “스포츠인권침해·비리 상담과 신고의 일원화에 대한 약속과 책임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비하 행위를 당한 경험 ⓒ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인권실태조사(2020.12.)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장애인인권전문위원은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장애인 스포츠의 괄목할 만한 발전은 국제대회 성적 중심의 선수단 관리와 훈련체계였다고 한다면, 이제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짚을 필요가 있다”면서, “선수들이 피땀어린 노력으로 따낸 메달들이 선수들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 문제로 퇴색될 수도 있는 만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신고체계를 정비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들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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