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의 날, 되짚어볼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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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센터 내부 사진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대한민국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과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하며 활동하고 있다. 최근 헬렌 켈러의 날을 맞아 시청각장애인에게 한소네(점자정보단말기)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 시청각장애인은 중복장애가 아닌 하나의 장애
  • 그에 맞는 의사소통의 체계적 정립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6월 27일은 ‘헬렌 켈러의 날’이다. 이날은 미국에서 시청각장애인 헬렌 켈러가 태어난 날로, 미국에서는 헬렌 켈러처럼 시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을 ‘Deaf-Blind’라고 부른다. 이러한 헬렌 켈러의 날을 기념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행사나 사업 등을 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는 여전히 대한민국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5가지의 장애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시각장애도, 청각장애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청각장애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더한, 즉 ‘중복’된 유형의 장애를 시청각장애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는 중복장애가 아닌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봐야 한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시청각장애인에게 적용할 경우, 음성도서와 같이 ‘청각’도 필요로 하는 내용은 시청각장애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 또 청각장애인에게 문자나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규정이 있더라도, ‘시각’에도 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은 해당 통역을 원활하게 보기 어렵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은 반드시 일대일로 통역을 지원해야 하는데, 장애와 관련한 법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은 대한민국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에 세상과 조금이라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통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 과정 중 하나가 의사소통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청각장애가 하나의 장애유형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은 만큼, ‘시각장애인=점자’, ‘청각장애인=수어’처럼 시청각장애인에게 맞는 의사소통 방법이 체계화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라는 두 가지 장애를 모두 가지고 있는 유형이므로, 그 두 가지 혹은 한 가지의 장애유형이 발생한 시기나 원인에 따라 장애정도와 의사소통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시각장애를 먼저 가지게 되는 경우에는 점자와 음성을 통한 소통에 익숙할 수 있다. 그래서 청각장애를 추가로 가지게 될 경우, 새롭게 접하게 되는 수어가 어색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청각장애를 먼저 가지고 살아온 경우에는 구화나 필담, 수어가 익숙한 의사소통 방법일 수 있지만, 나중에 시각장애를 추가로 가지게 될 경우 점자를 새로 배우기가 쉽지 않다.

촉수어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시청각장애인(오른쪽)과 촉수어로 대화하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반면 시각과 청각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장애로 가지게 되는 경우에는 촉감을 많이 활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촉수어나 점화, 필담 등 어떤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될지는 주변에서 지원해주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같은 시청각장애인이더라도 의사소통 방법이 다를 수 있고, 자연스럽게 통역 방법도 다를 수 있다. 즉 시청각장애인끼리 만나도 의사소통 방법이 다르면 서로 대화가 어렵고 통역이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 요즘 장애인들이 동료상담이라는 걸 하면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동료상담은 서로의 의사소통이 다를 경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 중 대표적인 게 촉수어와 근접수어, 그리고 점화, 필담이다.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 방법인 수어를 시청각장애인이 저시력인 경우에는 볼 수 있는 만큼 가까이에서 수어를 하는 게 근접수어다. 그리고 시력을 모두 상실한 시청각장애인인 경우 서로의 손을 접촉하여 촉각으로 느끼는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이 촉수어다.

점화는 여섯 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자의 점을 양손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에 각각 대입하여 해당 여섯 손가락을 점자형 키보드로 간주하여 하고싶은 말을 점자 번호에 해당하는 손가락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점자의 1번은 왼손 검지, 2번은 중지, 3번은 약지, 4번은 오른손 검지, 5번은 중지, 6번은 약지다. 즉 초성 ㄱ이 4번 점이므로 점화를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시청각장애인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터치하면 ‘ㄱ’이 된다.

지상파 뉴스에서 수어통역사가 수어로 통역하는 것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을 위한 것임을 안다. 마찬가지로 시청각장애인도 촉수어나 점화와 같은 방법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실태조사를 할 때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부분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시청각장애인의 특성이 다양한 만큼 그에 대한 의사소통의 체계적 정립도 꼭 필요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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