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의 색연필] 사업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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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출처: 넷플릭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더인디고=김민석・심미혜] 

김민석 교수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2000년 5월, 아직도 우리에게 친숙한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바로 MBC 주말 저녁 드라마인 ‘사랑은 아무나 하나’이다. 극 중 연인이었던 김지호(서경주 역)와 김호진(김동희 역)이 이 작품에서 만나 연인이 되어 2001년에 결혼하면서 이 드라마가 다시금 회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수 태진아의 히트곡 중 하나인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가 있었다. 2009년에는 SBS 주말 극장으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상영된 것 이외에도, 유사한 제목의 여러 패러디물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의 제목은 ‘사업은 아무나 하나’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다.

2018년 서울시 폐업자 현황 및 폐업사유별 통계

위 통계는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시 소재 기업의 폐업 현황이다. 일 년간 폐업하는 기업의 수가 생각보다 많은 데다 사유도 다양하다. 미국, 독일 등 국가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10개 기업 중 9개는 실패한다. 그리고 ‘엠브로커(Embroker)’에서는 스타트업 실패의 주된 이유로 42%는 시장의 요구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고, 29%는 자금 부족, 23%는 팀의 문제, 19%는 비즈니스 경쟁에서 도태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이처럼 비즈니스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업의 3요소로 창업가, 비즈니스 모델, 자본을 꼽는데 이중 창업가는 왜 중요할까? 그리고 창업가는 어떠해야 할까?

비즈니스에서 ‘창업가’가 중요한 이유

큰 성공을 이룬 사업 또는 반대로 실패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사업이었어?’, ‘뭐하던 사람이야?’, ‘어쩌다가?’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러한 질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또는 기억나는 기업가는 누구인가?”, 이 칼럼의 공동 저자인 심미혜 씨는 콘마리 미디어(KonMari Media)의 창업자로 정리정돈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곤도 마리에’를 좋아한다.

정리정돈 컨설턴트는 이제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최근 ‘닥터 하우스’, ‘신박한 정리’ 등 정리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곤도 마리에는, 우리에게 설레는 물건은 아끼고, 그렇지 않은 물건은 과감히 정리할 것을 권한다. 실제로 주문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에서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제목으로 첫 회가 방송된 후 일주일 만에 미국의 ‘굿윌스토어’의 기부 물품 접수량이 전년보다 40% 가량 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굿윌스토어는 기증 물품을 판매하는 비영리단체로 이익의 83%를 장애인과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교육 및 고용 프로그램에 사용한다.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란?

기업가(Entrepreneur)는 말 그대로 창업하여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발음도 어렵고 쓰기도 쉽지 않은 ‘앙터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은 18세기 프랑스 경제학자 리차드 캔틸런(Richard De Cantillon)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가 혹은 기업가 정신으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훌륭한 기업가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자질을 의미한다.

그러면 최근에 많이 이야기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
사회적기업은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리기업의 방식을 적용하는 특징이 있다. 이윤과 함께 사회적 목적도 추구하는 조직으로 예전에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사회적기업의 애로사항을 설명하곤 했지만, 요즘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라는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쌍두마차로 비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업의 형태로 사회적 가치 추구를 우선하는 사회적 기업은 또 다른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란 경제적 활동을 수반하여 사회적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시민사회의 조직들과 일반 시민들의 협력을 통하여 기업가들이 가진 사회적 미션을 실행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전희선, 2013)한다.

특히 사회적기업은 일반 영리 기업과 달리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리더인 사회적기업가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업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조영복 외, 2018). 이때 사회적기업의 창업가는 미션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는 물론, 조직의 생존도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가수 태진아 씨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노래 끝부분에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라는 가사가 있다. 다시 한번 바꿔보자.
‘사업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맞다. 사업은 쉽지 않다. 기업가도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기업가 정신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고,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윤리적인 마인드도 있어야 하고, 생산, 마케팅, 인사, 재무, 회계 등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추진력도 있어야 하고 시장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자본을 유치해야 하고 관련 법도 알아야 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도 필수이다.

이 외에도 기업에 있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기업가 및 팀원에 대한 중요성도 마찬가지다.

김수한의 2018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창업가를 포함한 창업멤버는 신생 조직의 생존, 향후 발전에 지속해서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기업의 경우 적절한 창업팀을 구성하는 것은 사회적 목표와 시장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혼종성(hybridity)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을 줄이고, 갈등을 해결하고, 적절한 균형점을 만들어 조직의 성과를 거두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과제다. 목표 사이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목적전치나 목적표류 등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까지 있다.

사회적기업의 창업 멤버는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를 공유해야 할 뿐 아니라, 그 가치와 목표를 구현하는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도 합의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생조직은 대부분 자본, 기술, 인력 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기 때문에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창업 과정에서 형성된 관행들은 점차 구조적 관성으로 자리 잡게 되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조직의 근본적 관행과 절차를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초기 형성 과정에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목표, 실행전략, 의사결정, 인력충원과 같은 근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설계자=운영 리더=창업가

창업의 구성요소 세 가지는 창업자(사람 또는 조직), 창업 아이디어, 자본이다. 2019년 김창봉, 백남육은 창업 초기 진입과 지속 생존과 지속적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성공 모델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히 비즈니스 설계자이자 운영 리더인 창업가로서 성장기 사회적기업에 맞는 역할과 배경적 특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창업자의 창업동기, 창업가 정신 그리고 역량 특성이 경영성과를 매개로 하여 그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강한혁, 박우진, 배병윤의 2019년 연구 결과에서 재무성과, 비재무성과에 정(+)의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로는 ▲첫째, 창업동기 중 성취동기 ▲둘째, 창업가정신과 혁신성 ▲셋째, 전략적 사고역량을 꼽았다.

해당 연구는 다양한 업종의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이지만, 사회적기업 창업가에게도 조심스럽게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 또는 기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가치가 무엇인지, 또한 창업 후 어떠한 경영마인드로 사업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바탕으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고 지속가능성 또한 확보하기 위하여 창업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나고, 또 뛰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혹시 그 어떤 일을 이뤄가야겠다 결심하고 창업을 결심했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능력 있는 행복한 창업가가 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진심만 전해진다면 쉽게 잘 설레는 편이다. 당신의 좋은 고객이 될 마음의 준비가 이미 되어있다는 뜻이다.

심미혜 (공동집필)
현재 디자인을 하는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하며 학교에서 사회적경제를 공부하고 있다.

[앙자의 색연필]은 7월 10일부터 김민석 교수의 지도와 감수를 거친 학생들의 글, 총 10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인디고 THE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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