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을 근로지원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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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촉수어로 대화하고 있는 사진.
손창환 간사(왼쪽)와 촉수어로 의사소통하고 있는 근로지원인 이연경 씨. ©박관찬 기자.
  • 기자가 만난 사람들-4
  • 시청각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촉수어통역사 이연경 씨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장애인이 취업을 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 중 하나가 근로지원인이다.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지원해주는 인력을 근로지원인이라고 하는데, 장애인 근로자의 원활한 근무환경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장애도 아닌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 근로자는 그만큼 근로지원인의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눈과 귀에 장애를 가진 시청각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이연경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이하 학습지원센터)에는 간사로 근무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손창환 씨가 있고, 그를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이연경 씨가 있다. 보통 청각장애인 근로자를 근로지원인하는 경우 속기사나 수어통역사를 생각할 수 있는데, 시청각장애인인 손 씨의 근로지원인인 이 씨는 수어가 아닌 ‘촉수어’로 통역한다.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장애유형과 그에 대한 근로지원을 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청각장애인의 근로지원인을 하게 되었을까.

“제가 2년 전에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래서 군포에 농인들이 일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헬렌켈러센터에서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군포에서는 퐁당 근무(월 수 금 출근)이라서 자조모임이 있는 목요일마다 헬렌켈러센터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수어는 부족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자조모임에 나와서 수어통역 봉사를 했어요. 그러다가 손창환 간사님이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로 센터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제게 근로지원인을 할 수 있겠는지 물어봐주셔서 시청각장애인의 삶은 어떠한지 궁금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손창환 간사가 하는 일은 다른 시청각장애인에게 한소네(점자정보단말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 촉수어 교육, 그리고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의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다. 그런데 손 간사는 시청각장애가 있어서 상대방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 잘 보이지 않으니까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이연경 씨가 연결하고, 손 간사가 교육했던 내용을 일지로 작성하는 등 행정 업무를 이 씨가 근로지원해주고 있다.

“시청각장애인마다 장애 정도가 다르니까 그에 맞춰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시력 시청각장애인에게 손창환 씨가 손모양으로 특정 수어를 가르쳐 주면 제가 그 수어에 맞는 내용을 큰 글자로 적어서 보여주고, 잔존청력이 남아 있는 시청각장애인에게 교육할 때는 손창환 씨의 손모양을 제가 큰 소리로 알려주기도 해요. 이렇게 교육 때 소통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연경 씨가 손창환 간사에게 업무적으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할 때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소통하지만, 그 외 일상적인 소통은 대부분 촉수어로 이루어진다. 학습지원센터에 오기 전에는 군포에서 농인들과 수어로 의사소통을 했었지만, 지금은 시청각장애인과 촉수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두 의사소통의 차이점은 어떠할까.

“촉수어가 그냥 수어보다 많이 어렵습니다. 농인들은 수어 하나로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도 있어서 상대방의 표정이 보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손을 접촉해서 하는 촉수어는 소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으로 100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한소네나 필담 등 다른 방법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런 것들을 촉수어로 다 전달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근로지원인의 존재 덕분에 손창환 간사는 사례 발굴과 외부 교육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외근도 한다.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는 ‘출장’이지만, 출장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손창환 간사가 가진 시청각장애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웃지 못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손창환 씨는 시청각장애인이지만 겉으로 보면 전혀 그렇게 안 보이거든요.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이쪽으로 오는 걸 보거나 소리를 듣고 당연히 피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간사님은 그걸 못 보고 소리도 못 들으니까 꿈쩍도 하지 않고 있으니 오해를 하게 됩니다. 무례하다고요. 그래서 그때마다 제가 이분(손창환 간사)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시청각장애가 있다고 설명하고 이해해 달라고 말하게 됩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으면 의사소통에서부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이르는 거의 모든 과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손창환 씨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로서 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데에는 출근한 순간부터 퇴근 전까지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촉수어로 그를 지원해주는 근로지원인 이연경 씨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연경 씨는 근로지원인 일을 통해 사회에 시청각장애인의 존재가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고 있다. 시청각장애라고 하면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알려지면 좋겠고, 촉수어라는 의사소통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려지면 좋겠다고. 그래서 시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회에서 당연히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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