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오늘]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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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담쟁이/ⓒPixabay
조미영 집필위원
조미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조미영 집필위원] 오래된 소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담쟁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가을에 나도 단풍 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담쟁이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한편으로는 담쟁이에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의연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소나무도 담담해 보였다.

내 눈에 비친 모습은 그게 전부였다. 소나무가 자기 몸을 휘감고 올라오는 담쟁이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포용력으로만 보였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면서.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내 느낌을 적었다. 나처럼 그냥 가벼운 느낌의 댓글들이 있었지만,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댓글들로 나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서 ‘정서적인 표현이구나~’ 하지 못하고 불평등과 감수성에 한마디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고 우리는 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내어준 것이 아니고 담쟁이가 타고 올라간 거예요. 어떤 나무든 다른 것이 타고 올라가면 죽습니다. 담쟁이가 약용인데요, 소나무 타고 올라간 담쟁이를 알아줍니다.”

“담쟁이는 기생충과의 식물입니다. 그냥 두면 오래된 소나무 죽어요.”

“자신을 너무 내어주다가 잘못하면 목숨을 당할 수도…. 그것도 순리일까요?”

“나무가 내어주는 게 아니고 넝쿨이 착취하는 거 같은데…”

“기생식물들”

가슴이 쿵쾅거렸다. 내가 아름답게 느낀 것들의 이면에 많은 아픔이 담겨 있다고 생각을 하니 단순한 나의 시선이 무서웠다.

담쟁이의 운명이 누군가의 삶에 기생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생물이라면 좋을 텐데 다른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약자는 담쟁이인가 소나무인가 생각해 보았다.

세상을 바라볼 때 단순하게 좋게만 보면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나는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며 어렵지 않게 세상을 사는 듯하다. 생각을 더 깊이 하다 보면 결국 정의롭지 못한 일을 외면하는 부담감을 일부러 회피하면서 살아온 건 아닌지, 댓글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불편하게 했다.

마음 불편함을 겪지 않으려고 나는 얼마나 대충대충 나 편한 대로만 생각하고 살았을까 생각하니 먹먹하다.

전 재산 수백억을 교육에 쓰라고 기부한 기사를 접했을 때 나는 그 사람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부나 후원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선행이지만 마음보다 실행이 쉽지 않은 행위임을 잘 알기에 멋진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거액을 모으느라 얼마나 없는 자의 노동력을 착취했을까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들처럼 사회 문제에 민감하지 못할까? 그렇게 착취해서 거머쥐고 있는 것보다는 쓰임을 위해 내어놓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신을 다독여 봤자 성에 차지 않는 허술한 변명에 불가해 보인다.

그럼에도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세상을 넓게 보는 것도 좋지만 가급적 좋게 보면서 살라고 권유하는 내가 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진 않으련다. 남들 살아가는 방식을 말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하고 사는 게 더 중요한 일이기에.

담쟁이가 뒤덮인 담벼락은 서로 공생관계가 되어 더 튼튼한 벽이 된다고 한다. 여름에는 햇빛을 막아주어 내부가 시원하고 겨울에는 잎을 다 떨구어 햇빛이 들게 하는 장점도 있단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담쟁이처럼 살아있는 식물에 불편을 주기도 하고 햇빛을 가려주거나 벽을 단단하게 하는 등의 이익을 주기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해관계에만 얽매이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서로에게 끼치는 불편을 조금씩 감내하면서 살아간다면 약자들의 삶도 단풍 든 담쟁이처럼 반짝반짝 빛이 날 것 같다.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열심히 담을 넘는 담쟁이의 삶, 그 과정에서 단풍 든 아름다움과 유익을 제공하는 등의 담쟁이의 삶을 보노라면, 인간성 부족한 사람들이 잉여 인간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닮아 보인다.

담쟁이와 담벼락의 상생을 사람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더인디고 THEINDIGO]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 행복을 나누면서 따뜻한 사회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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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syk@hanmail.net'
김서영
3 years ago

우리는 끊임없이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기생물이면서 또한 기꺼이 혹은 어쩔수 없이 기생당하며 살아온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생이라는 표현 깊이 공감하며 가능한 내어주는 넓은품을 지니며 늙어갈 수있도록 깨어있자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famina@naver.com'
famina
3 years ago

오늘 아침 길가의 담쟁이는 갑작스런 추위에 미쳐 떨구지못한 잎사귀가 얼어붙은 모습이었죠~~

생각을 찬찬히 풀어서 글로 표현해주셔서 읽는 동안 좋았네요~^^

tree1994@naver.com'
김희경
3 years ago

눈이 오신다는 출근길 아침.
내 안에 긍정긍정 하면서 보잖으려던 것들이 많았음을 깨닫습니다. 하여 또 오늘 하루 같은시선. 같은 방향의 길위에서의 출발.조금은 용기있게 들여다 봐야겠구나 하는 맘으로 집을 나섭니다..깊고 따순글 고맙습니다.

eunsh929@naver.com'
은성호
3 years ago

저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 데 세상에는 많은 시선과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서 다양하군요.
그래도 함께 살아야지 혼자는 못살아요.